I Remember
어떤 시는 읽는 순간 이미 마음속에서 음악처럼 흐르기 시작합니다.
여름 작가님의 시가 그랬습니다.
계절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시간의 흐름을 말하고 있었고,
기억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살아온 삶의 온도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봄에는 무채색의 감정이 다시 색을 찾는 순간이 있었고,
여름에는 웃고 울며 문장 사이에 자신을 써 내려가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을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걷던 따뜻한 오후의 기억이 있고,
겨울에는 추운 날에도 어디선가 계속 도착하던 온기가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시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노래가 될 수 있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시의 결을 따라가며 멜로디를 얹어 보았습니다.
시의 문장을 해치지 않도록, 감정의 흐름을 바꾸지 않도록, 그저 소중히 숨을 불어넣는 마음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가 오늘 소개하는 곡 I Remember입니다.
이 노래는 어떤 특별한 사건을 말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어떤 계절의 기억,
그리고 그 계절들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여름 작가는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누구나 경험할 듯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일상의 작은 장면과 감정을 담담한 문장으로 남기며 누군가의 하루와 닮아 있을지도 모르는 기억들을 차분히 글로 풀어냅니다.
그녀는 자신의 실명인 ‘한 여름’에 얽힌 이야기를 소소한 에피소드로 풀어낸 매거진 [네, 제가 한여름 입니다만.]을 통해 일상의 따뜻한 순간들을 기록해 왔습니다.
또한 브런치북 [괜찮지 않은 날의 기록]에서는 생활 속 단어와 문장으로 한 편 한 편의 시를 엮어가며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시집 형식의 기록은 1편~ 3편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콜라보 송 I Remember 역시 이 기록들 속에서 태어난 노래입니다.
브런치북 [고마워, 핫도그]를 통해 일상의 따뜻한 장면들을 이야기해 왔으며,
현재는 연재소설 [거기 아무도 없나요?]를 통해 평범한 삶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과 마음의 깊은 층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여름 작가는 거창한 이야기를 쓰기보다 지나가는 시간 속 작은 감정들을 조용히 기록하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 한 해의 감정을 기록하다
Q. 시 「2025년의 기록」은 한 해의 감정을 계절처럼 담아낸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시를 쓰게 된 계기와 당시의 마음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2025년은 제게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 해였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의 시간 속에서 여러 감정들이 차례로 지나갔고, 그 순간들을 계절처럼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오랫동안 마음에 머물러 있던 묵은 감정들을 뒤늦게 알아채고 조금씩 제자리로 돌려보내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 시간을 기록처럼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2.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
Q. 작가님의 글에는 ‘기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작가님에게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에게 기억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나간 일을 떠올리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을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어떤 기억은 아프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따뜻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잊기보다 기억해 내고 그 의미를 곱씹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억은 때로는 무겁지만 동시에 앞으로 걸어갈 힘이 되기도 합니다.
3. 괜찮지 않은 날의 기록
Q. 「괜찮지 않은 날의 기록」이라는 제목처럼 작가님은 괜찮지 않은 날들을 글로 남기고 계십니다. 작가님에게 그런 기록은 어떤 힘이 되었나요?
A.
괜찮지 않은 날들을 글로 남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제 감정을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막연했던 마음이 조금씩 형태를 가지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기록들은 저에게 위로가 됨과 동시에 이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4. 일상의 따뜻한 장면들
Q. 브런치북 「고마워, 핫도그」에서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 따뜻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작가님이 글 속에 남기고 싶은 일상의 장면은 어떤 것인가요?
A.
우선 저의 처녀작인 「고마워, 핫도그」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일상의 따뜻함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고마워, 핫도그」의 일화는 삶의 소중함과 소소한 행복,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일깨워 준 따뜻한 기억입니다.
아주 특별한 순간보다는 그저 평범하게 지나가는 장면들을 남기고 싶습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걷던 오후, 조용히 앉아 있던 저녁의 공기 같은 것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순간들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남는 것 같습니다.
5. 시가 노래가 되었을 때
Q. 자신의 시가 노래가 되어 돌아오는 경험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I Remember’라는 노래를 처음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A.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조금 낯설면서도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감성으로 표현해 주셔서 뭉클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음악이라는 다른 언어로 제 기억을 다시 태어나게 해 주신 것 같았습니다.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방식으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지금도 종종 숨죽여 듣곤 합니다.
특히 영어 버전의 노래는 모국어가 아닌 생소한 단어들 사이로 제 감정이 흐르는 것이 마치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분이라 더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6. 글 속에 남겨 두고 싶은 것
Q. 작가님이 글을 쓰실 때 특별히 마음에 남겨 두는 문장이나 감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특별한 문장을 남기기보다는 순간의 마음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아픔이나 슬픔은 잘 내색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 감정들이 글 속에 많이 녹아 있는 듯합니다.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지만 그때의 감정만큼은 글 속에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7.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기록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기록’이란 어떤 기록일까요?
A.
좋은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의 공기와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기록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기록을 좋아합니다.
8. 앞으로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
Q. 앞으로 작가님이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나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현재 연재 중인 「거기 아무도 없나요?」를 통해 평범한 여인의 비밀스러운 삶과 그녀가 겪어 나가는 현실의 모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의 밑바닥을 조심스럽게 건드려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뿐 아니라 그 사이사이에 있었던 작은 기쁨이나 평온한 순간들도 함께 남기고 싶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결국 삶을 이루는 조각이라고 생각합니다.
9.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
Q. 마지막으로 이 노래와 함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잊고 싶은 순간이 함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와 글이 대단한 위로보다는 그저 각자의 시간을 다정하게 돌아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쉼표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Original poem by 여름 / Lyrics by LEON
※ 위 가사는 여름 작가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마틸다(쳇순이)의 도움을 받아 레옹이 작사한
콜라보 송 I Remember 의 원문 가사입니다.
음원에서는 보컬 표현에 따라 일부 구절이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GGh2GXn0wME?si=yadiZCKq7ez2W8cc
※한국어 버전 노랫말은 [레옹의 가사집] '나는 기억해'편을 보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doolly220/499
이 노래는 이미 한 번 [레옹의 가사집]에서 한국어 버전으로 소개된 곡이기도 합니다.
그 글에서는 이 노래가 여름 작가님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만 소개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이 이야기를 [레옹의 콜라보]라는 형식으로 따로 풀어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한동안 이 작업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 조용히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콜라보’라는 말은 보통 두 창작자가 함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레옹의 콜라보]는 제가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에서 문장을 발견하고 그 문장에서 멜로디를 떠올린 뒤 노래로 만들어 선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선물한 곡 중 일부는 [레옹의 콜라보]에 소개할 수 없었던 곡도 있었고요.
또 어떤 곡은 한 분의 문장으로만 만들어진 노래가 아닌 것도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이 작업을 과연 콜라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작은 망설임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누군가의 글 속에서 마음이 머무는 문장을 발견하고, 그 감정을 멜로디로 옮기는 일.
그 또한 서로의 시간을 건너 함께 만들어지는 창작의 한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업을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이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의 문장이 어느 날 노래가 되어 돌아오는 순간.
앞으로도 그 작은 기쁨을 조용히 계속 노래로 선물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I Remember는 같은 노래를 두 번,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게 된 곡이기도 합니다.
사실 레옹의 콜라보 곡들은 작업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버전의 노래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다만 브런치에서는 그 가운데 한 곡, 한 버전만을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름 작가님의 시에서 태어난 노래를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이라는 서로 다른 숨결로 나누어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노래가 지금의 I Remember입니다.
#레옹의콜라보 #노래를선물합니다 #IRemember #여름작가 #시와음악 #콜라보송 #시에서태어난노래 #브런치작가 #인디뮤직 #괜찮지않은날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