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잡았는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기분입니다.
어느 날, 유혜성 작가님의 브런치북 [하면 안 되는 사랑 : 독자 사연]을 읽다가 한참을 머물렀다.
"손만 잡았을 뿐인데"
쉰다섯의 남자가 있었다.
법적으로는 유부남이었고, 삶 속에서 이미 혼자였던 사람.
그는 말했다.
“우리는 같은 집에 살지만 서로의 하루를 모른 채 살아갑니다.”
그의 삶에는 다툼도 없었고 웃음도 없었다.
오직 무관심 속에 흐르지 않는 시간만이 있었다.
그러다 한 사람을 만났다.
그녀 역시 누군가의 아내였고 그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외로움을 견디고 있었다.
업무상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굳이 묻지 않았지만 놀랄 만큼 말이 잘 통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둘은 손을 잡았다.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돌아갈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그 사연을 읽으며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손을 잡는 순간, 사랑은 시작된 걸까.
55세에 설렌다는 그 마음은 어떤 걸까.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사연에서 시작되었지만,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마음일지도 모른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지켜야 할 선을 알면서도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마음.
그 선을 넘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이야기.
아니,
선을 지켜야 더 깊어질 수 있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유혜성 작가님의 원문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cometyou/397
유혜성 작가는 몸을 다루는 일에서 시작해, 마음을 돌보는 글로 나아간 사람이다.
문학을 전공하고 기자와 작가, 교수로 활동하던 그녀는 결국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회복시키는 길로서 필라테스 힐러의 길을 선택했다. 겉으로 보면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그녀에게 글쓰기와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일은 늘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다. 사람을 만나고, 상태를 읽고, 삶의 균형을 돕는 일. 다만 그 방식이 문장에서 몸으로, 다시 몸에서 문장으로 순환하며 넓어졌을 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지만 끝내는 누군가의 공감으로 닿는 글, 읽는 이가 “내 얘기 같다”라고 느끼게 되는 글. 먹는 이야기에서 삶으로, 사랑 이야기에서 관계와 선택으로 번져가는 그녀의 문장은 늘 사람들의 마음속을 향한다. 몸의 근력을 키우듯 마음의 근력을 길러주는 글, 무너지지 않게 버틸 수 있는 작은 방법을 건네는 글. 유혜성 작가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다.
브런치에서의 시작은 [필라테스 강사의 맛있는 인생수업]이었다. 식당을 찾아다니던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그 안에는 음식보다 사람과 태도, 삶의 방식이 담겨 있었다. 이후 [필라테스 힐러]에서는 여러 직업을 지나 결국 필라테스를 선택하게 된 삶의 방향과 이유를 깊이 있게 풀어냈고, [90년대 학번이라 죄송합니다]는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라이크를 좋아해]는 ‘좋아해’라는 한 단어로 관계와 사랑의 결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브런치 인기글 1위에 오르며 큰 반향을 불러왔고, 그 흐름은 [발칙한 첫사랑: 첫사랑의 반격]을 지나 지금의 [하면 안 되는 사랑]으로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작가 자신에게 특별한 애정을 지닌 작품은 [필라테스 힐러]다. 여러 직업을 거쳐 필라테스를 선택한 이유와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지금의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가장 깊이 담아낸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편 [하면 안 되는 사랑 : 독자 사연]은 독자들의 사연과 공감이 모이며, 단순한 연재를 넘어 마음을 나누고 위로하는 공간으로 자라났다. 한 작품이 자신의 뿌리를 보여준다면, 다른 한 작품은 지금 가장 뜨겁게 살아 있는 작가의 현재를 보여준다.
몸을 이해하고, 마음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려는 이야기.
그녀는 오늘도 필라테스를 통해 몸을 돌보고, 글을 통해 마음을 돌보며, 사람을 회복시키는 길 위에 서 있다.
유혜성 작가님 ( 에버유 필라테스 제공)
유혜성 작가님은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판단이 아닌 질문으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이번 [하면 안 되는 사랑 : 독자 사연]에서 그녀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어디까지가 위로이고 어디서부터가 배신인지 그 경계 위에 조용히 질문을 올려놓습니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선을 넘은 것이다.”
이 질문은 이번 콜라보의 출발점이 되었고, 나는 그 문장 위에서 노랫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선을 넘지 않는 사랑"
Q1. 몸의 코어와 마음의 코어 사이에서 브런치북
《글쓰기 코어 트레이닝》처럼 몸과 글을 연결하는 작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께 ‘몸을 다루는 일’과 ‘문장을 쓰는 일’은 어떻게 이어져 있다고 느끼시나요?
저에게 필라테스와 글쓰기는 전혀 다른 일이 아닙니다. 하나는 몸의 코어를 세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의 코어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몸의 중심이 무너지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통증이 생기듯, 마음의 중심이 흔들리면 사람은 쉽게 지치고 삶의 리듬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늘 글쓰기는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일이고, 필라테스는 몸의 근육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몸을 정렬하면 자세가 달라지고, 문장을 정리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결국 두 일 모두 자기 자신을 더 정확히 만나게 하는 훈련이라고 믿습니다.
Q2.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모이는 곳
이 시리즈는 많은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작가님께 [하면 안 되는 사랑 : 독자 사연]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 작품인가요?
[하면 안 되는 사랑 : 독자 사연]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이야기가 아니라, 제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도착한 자리입니다. [라이크를 좋아해]에서 감정을 표현해 보는 작은 챌린지가 시작되었고, [발칙한 첫사랑: 첫사랑의 반격]을 지나며 독자들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사람들이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지금의 [하면 안 되는 사랑 : 독자 사연]은 더 이상 저 혼자 쓰는 글이 아닙니다.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서로의 사연을 조용히 듣고,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하나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대나무숲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구나” 하고 숨을 돌리는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제게 가장 은밀하지만 가장 따뜻한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Q3. 마음이 먼저 넘어가는 순간에 대하여
이 글에서는 사랑을 단정 짓기보다 그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사랑의 선’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사랑의 선이 하나의 고정된 기준으로 그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의 경계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지만, 그 이후의 선택은 각자의 삶과 관계, 그리고 책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을 넘지 않는 사랑”이라는 말도 저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사회적으로 또는 도덕적인 기준에선 보통 육체적인 관계의 선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사랑은 마음이 움직인 순간 이미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감정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지,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상처와 결과를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지는 결국 자신의 몫입니다. 저는 그 지점까지가 어른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Q4. 타인의 마음을 대신 단정하지 않기 위해
특히 독자 사연을 다루실 때 누군가의 감정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때 작가님이 가장 조심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사건의 외형보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이 이야기를 꺼냈는가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시는 분들 가운데는 감정보다 상황을 먼저 말씀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용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핵심 감정이 무엇인지,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조심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타인의 마음을 함부로 해석하거나 단정 짓지 않는 것, 다른 하나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연에는 늘 여러 입장이 존재하고, 각자의 사정과 맥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집니다.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Q5. 다시 서로의 편이 된다는 것
마지막으로, 작가님께 ‘남녀 사이의 관계’란 어떤 의미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언어로 ‘LOVE IS …’를 들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브런치에서의 댓글 소통 역시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말에 답하고, 다시 그 답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연결됩니다. 그래서 관계가 멀어졌을 때도 중요한 것은 거창한 대화가 아니라, 다시 연결하려는 작은 시도라고 믿습니다.
말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짧은 메시지 한 줄이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늘이 예쁘더라”, “점심은 먹었어?” 같은 사소한 문장이 다시 길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결국 사랑은 서로를 완벽하게 바꾸는 힘이라기보다,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저에게 사랑이란, 삶을 덜 외롭게 만들어주는 가장 따뜻한 동맹입니다.
LOVE IS,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가장 따뜻한 동맹.
나 진심으로 너를 아껴
그게 어떤 감정보다 먼저야
웃는 네 얼굴
네가 상처받는 건
생각만 해도 슬플 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널 웃게 만드는 사람이야
그게 내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수없이 말했어
혹시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을까
잠깐의 눈빛에
서로 겁이 난 건 아닐까
선을 넘지 않았던 건
널 잃고 싶지 않아서였어
한 걸음 떨어진 그 자리에서
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가 괜찮은지 혼자 묻곤 해
그리고 그냥
너의 행복을 빌어
내가 너에게서 물러선 건
그저 너의 삶이
더 평온하길 바랐기 때문이야
나 없이도 잘 지내는 널 보면
왠지 다행이면서
조금 아파
아마 너도
그때 감정에 놀랐겠지
그렇게 맑은 사람은
자기감정에 지레 놀라는 법이니까
나?
지금도 널 좋아해
하지만 그 마음이
너를 아프게 하지 않길 바라
선을 넘지 않는 사랑
그게 내 방식이야
널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야
내 안에만 남몰래 켜둔 불빛
언제든 네가 길을 잃었을 때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래 이건 그냥 혼잣말이야
너에게 닿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혹시라도
네 마음 어딘가에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선을 넘지 않을 거야 끝까지
그게 우리를 지키는 길이니까
너를 향한 욕심은 내려놓을게
그게 너와 날
어른으로 남겨둘 테니까
그래도
한 번쯤은
네가 날 떠올렸으면...
그게,
그냥…
나였으면…
https://youtu.be/So1LvnGFLZA?si=b3ljj6GzHxPEB9jo
사랑은 선을 넘으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를 지나오며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사랑은 선을 넘지 않기로 한 마음속에서 조용히 자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손을 잡은 두 사람은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을까.
그래서 어떤 감정을 남겼을까.
이 이야기 속엔 정답이 없다.
"당신이라면 그 손을 놓을 것인가, 아니면 더 단단히 잡을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이 당신의 삶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이 노래는 그 질문을 당신에게 건넨다.
"사랑해서 놓아줄 수 있는가."
이 노래를 만들며 오래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어떤 만남은 잘못된 만남일 수도, 또 어떤 만남은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말이 통하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삶이 다시 숨 쉬어지기도 합니다.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 수 있는 작은 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이 노래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그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 보기를.
그 마음은,
어쩌면...
당신만 알고 있는 진심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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