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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Oct 22. 2023

코스타리카 음식에서 묘하게 갈비탕이 떠오른다

코스타리카, 오야 데 까르네 (Olla de carne) 

코스타리카는 비싸다 

코스타리카 오기 전부터 많은 여행자들로부터 "코스타리카는 비싸다"라는 말을 익히 들었다. 물론 중남미가 상대적으로 말도 안 되게 저렴하기 때문에 개중엔 상대적으로 비싼 나라가 있겠거니 당연히 생각했다. 비싸봤자, 한국보단 저렴하겠지라고 도착한 코스타리카는 정말 생각보다 비쌌다. 


슈퍼마켓을 가도, 식당을 가도 가격은 한국이랑 얼추 비슷했다. 공산품의 경우 자체 생산하는가 거의 없고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는 공산품 가격과 비슷하거나 살짝 높았다. 식당 가서 현지식 한 끼 하면 10~15달러는 그냥 나갔다. 그렇다고 코스타리카 평균 소득이 우리나라랑 비슷한 것도 아니다. 코스타리카 2023년 1인당 평균 소득은 한화로 약 5백50만 원에 불과하다. 평균 소득에 비해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필리핀이 오버랩된다. 


코스타리카는 다른 중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바나나와 커피 같은 단일 작물 경작과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바나나 공화국(The Banana Republic)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그 외, 정글 및 화산 등 보유하고 있는 자연과 야생동물을 최대한 보호해 이를 활용해 관광 수입을 창출하는 에코 투어리즘의 표본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른 중미 국가와 달리, 내전, 독재, 인권 탄압 등이 없는 안정적인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어 군대가 없는 영세 중립국으로 중미의 스위스로도 알려져 있다. 


 아레날 화산(Arenal Volcano)과 온천 
라포르투나 아레날 화산 

코스타리카에도 여느 중미 국가처럼 활화산이 있는데 그중 관광객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화산은 라 포르투나(La fortuna)에 위치한 아레날 화산(Arenal Volcano)이다. 2010년까지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활동을 한 화산으로, 지금은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아레날 화산을 오르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지만 개인 가이드를 고용해 몰래 등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화산 하면 온천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아레날 화산의 뜨거운 지열이 데우는 온천수가 풍부해서 여기저기 온천 리조트를 포함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계곡 같은 온천도 있다. 대부분 관광객은 라 포르투나에 방문해 아레날 화산 둘레길이나 좋은 뷰를 가진 리조트에서 온천욕 하곤 한다. 


나 역시 아레날 화산 둘레길을 걸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스러웠다. 도중에 나무늘보나 원숭이 같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것을 기대했는데 평평한 길에 화산 둘레길에서 보는 화산 뷰는 생각보다 그렇게 멋있지 않았다. 용암이 흐른 자국을 그대로 따라 만든 라바 트레일(Lava Trail)이란 매력적인 이름에 끌려서 둘레길 걷기로 한 건데, 멋진 이름에 낚인 기분이랄까. 그래도, 틈틈이 용암이 굳은 돌과 바위 등을 볼 수 있고 구름이 걷힌 아레날 화산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는 특별했다. 

라바 트레일 


라 포르투나의 온천 리조트는 꽤 비싼 편이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 온천도 있다. 독특하게 계곡 같은 곳인데 물이 뜨겁다. 낮에는 다들 맥주 등을 아이스박스에 가득 넣어와 이곳에서 가볍게 온천욕 하며 즐기고 밤에는 각종 술과 대마초... 를 하며 온천 파티 분위기로 변신한다. 내가 머무르는 숙소에서 "밤에 온천 파티 하러 가실 분 파티원 모집합니다"라며 매번 참가 의사를 물었지만 개인적으로 술과 대마초가 함께하는 파티는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둘레길을 걷고 여독을 풀기 위해 여전히 해가 떠있는 낮 시간에 방문했다. 

뜨거운 물이 흐르는 계곡같은 온천 

물이 얕은 것이 아쉬웠지만 계곡처럼 물이 계속해서 흐르는데 뜨거운 게 신기했다. 코스타리카의 햇볕이 뜨거워서 온천이 원래 그렇게 땡기진 않았는데 막상 몸을 담그니 피로가 풀린다. 맥주를 가져오지 못한 게 아쉬웠다. 


코스타리카 갈비탕 - 오야 데 까르네 (Olla de Carne) 

코스타리카에선 의외로 국물 요리가 발달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오야 데 까르네(Olla de Carne)였다. 소고기와 감자, 타로(토란), 옥수수, 당근, 무 등을 넣고 끓인 국물 요리인데 보통 점심으로 많이 먹는다. 한국의 뚝불(뚝배기 불고기) 위상에 해당된다. 

코스타리카의 흔한 소다 풍경 

코스타리카에선 백반 식당을 소다(La soda)라고 부른다. 대체로 노포처럼 건물은 허름하고 낡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코스타리카 백반들을 만날 수 있다. 숙소 주인에게서 추천받은 소다에 도착했는데 메뉴판이 없었고, 학식처럼 배식대에 다양한 요리가 놓여 있어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평범한 코스타리카식 백반을 까사도(Casado)라고 부른다. 보통 콩밥과 고기, 채소, 플라타뇨 등을 한 접시에 담아준다. 원래는 까사도를 먹으려고 했는데, 눈앞에 오야 데 까르네(Olla de Carne)가 먹음직스러워 그걸로 주문했다. 

갈비탕 맛이랑 너무나 유사했던 오야 데 까르네 

오랫동안 삶아 부드러워진 소고기는 부드럽게 뼈에서 분리됐으며, 야채 육수 맛이 조금 더 강한 갈비탕과 유사했다. 여기에 밥만 있으면 바로 말아먹는 건데. 밥 대신 국물 속 감자와 타로, 옥수수로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멕시코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를 지나쳐오면서 국물을 많이 먹지 못한 터라 코스타리카의 이 갈비탕이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국가의 대표 음식에서 묘하게 한식의 맛이 나다니. 


마침 비까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괜히 갈비탕 맛에 운치까지 더해준다. 비 오는 날, 화산 바라보며 먹는 갈비탕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으로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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