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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Oct 22. 2023

나를 위해 2박 3일 휴가를 낸 니카라과 친구

니카라과 그라나다, 푸디투어 

정말 니카라과로 오는 거야?

중남미를 여행할 때 난 종종 언어교환 앱을 사용한다. 전 세계 외국인과 채팅을 하며 외국어 연습을 하거나 종종 스페인어로 내가 글을 올리면 전 세계 스페인어 원어민들이 내 글을 교정해 준다. 이 앱을 꽤 애용했는데 그중 내 글을 매일 같이 교정해 주는 니카라과 친구 N이 있었다. 엘살바도르에서 니카라과 가기 이틀 전에 메시지로 "나 곧 니카라과로 가!"라고 보냈는데 그는 "정말?? 너 혼자서??? 니카라과로 오는 거야??" 하며 언제 어디로 얼마나 머무는지를 물었다. 그다지 계획이 없다고 답하니 그는 수도 마나구아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그라나다를 추천했다. 그가 살고 있는 마나구아는 그다지 그리 볼 게 없을뿐더러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니카라과 그라나다는 1524년 스페인 정복자에 의해 설립된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 잘 보존된 예쁜 도시로, 문화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도시 그 자체뿐 아니라, 주변에는 니카라과 호수와 몸바초 화산 등이 있어 근교 하이킹 여행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라나다에 약 3~4일 머물겠다고 하니 N은, "나 너를 위해서 휴가 쓸게 정확한 날짜 알려줘"라고 말했다. 그렇게 까진 할 필요 없다고 만류하니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좋은 모습을 잘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 어차피 나 휴가도 써야 하고" 하며 바로 휴가 신청을 해버렸다. 


그라나다에 도착하니 펼쳐진 축제 

그라나다에 도착하니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때마침 내가 도착한 2023년 8월 13일은 히피카(Hípica)라고 불리는 그라나다 지역 축제일로 승마 퍼레이드부터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펼쳐진다. 니카라과의 국민 맥주 브랜드인 'Toña' 광고판과 천막들이 도시를 뒤덮어 처음엔 맥주 축제인 줄 알았다. 

이 축제는 니카라과의 말 컬처 (Horse culture)를 기념하는데 메인이벤트로 카우보이 모자를 쓴 카우보이, 카우걸들이 말을 타고 퍼레이드를 펼친다. 말은 스페인 정복자들로 인해 니카라과에 들어왔다. 말을 타는 문화는 순식간에 주류 문화가 되어 오늘날까지 니카라과 북부에는 카우보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말이 일반 교통수단은 아니지만, 이곳에선 어릴 때부터 말 타는 걸 배우며 대부분 니카라과 사람들은 말을 탈 수 있다고 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축제 음식 노점의 한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N은 "내가 제대로 된 푸디투어를 시켜줄게"라며 니카라과 음식인 비고론(Vigoron)과 음료 치차(Chicha)를 주문했다. 커다란 바나나 잎 위에 돼지껍데기 튀김(치차론)과 매쉬드 타로(토란), 샐러드를 담아준다. 


느끼할 수 있는 돼지 껍데기를 새콤한 샐러드가 밸런스를 잡아주고 매쉬드 타로는 쌀밥과 같은 역할을 했다. 돼지 껍데기가 짜지 않고 고소한 편이라, 맥주와 곁들여도 좋다. 최근 건강 문제로 술을 먹지 않는 N을 위해 대신시킨 음료 치차(Chicha)는 옥수수를 발효시킨 음료로 빨간 색깔이 독특했다. 중간에 옥수수 알갱이가 씹혔고 소다 음료와 맛이 비슷했다. 조금 많이 달아서, 내 취향은 아니었으나 니카라과에 왔다면 체험으로 먹어볼 만한 음료였다. 

지옥의 입(The mouth of hell) 

N은 근사한 오토바이를 몰았다. 그는 나에게 오토바이 뒤에 탈 수 있는지 물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덕분에 그라나다 근교 마사야 화산부터 몸바초 화산, 니카라과 호수 등 오토바이로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었다. N 덕분에 3일 동안 거의 7군데가 넘는 곳을 돌아다녔는데 그중 하이라이트는 당연 마사야 화산이었다. 마사야 화산은 니카라과 최초 국립공원으로, 2개의 화산과 5개의 분화구가 있다. 가장 유명한 분화구 산티아고는 해발 635m로, 별다른 힘들이지 않고 분화구 속 용암 등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곳을 "지옥의 입(The mouth of Hell)"이라고 불렀다. 

분화구는 계속해서 시야를 가릴 정도의 김을 내뿜고 있었다. 붉은 용암까지 보기 위해선 조금 더 분화구 가까이에 다가가야 하는데 수년 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금은 펜스 등으로 막아놓아, 지금은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서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용암의 일부가 보일락 말락 할 정도였다. 아직 용암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폭우가 쏟아졌다. 낭패다 싶었다. 이 폭우를 뚫고 오토바이를 타고 내리막길을 가는 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는 통에 N과 나는 비에 쫄딱 맞은 생쥐꼴로 작은 정자에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비가 살짝 잠잠해질 때 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왔다. 그 모양이 마치 지옥의 입에 들어갔다가 겨우 나온 모양이라 괜히 우스웠다. 


멕시코 엔칠라다와는 다른 니카라과 엔칠라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은 엔칠라다야"

"엔칠라다는 멕시코 음식 아냐?"

"음.. 근데 니카라과 엔칠라다는 멕시코 엔칠라다와 달라. 이름은 같은데 완전 다른 음식이야" 

멕시코 엔칠라다는 옥수수 토르티야에 작은 소를 넣고 그 위에 소스를 끼얹는다. 반면, 니카라과 엔칠라다는 옥수수 토르티야를 베이스로 양념된 밥, 고기 등을 넣고 튀긴다. 어렸을 적 먹은 김밥 튀김이나 이탈리아의 아란치니가 생각나는 맛으로 꽤 맛있게 먹었는데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주문하면 즉시 만드는 게 아니라 미리 만들어 놓고 길거리에 쟁겨놓고 팔기 때문에 밥의 물기로 인해 토르티야 표면이 눅눅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양념이 맛있어서일까. 그다음 날, 묘하게 다시 생각나는 그런 간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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