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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Oct 21. 2023

엘살바도르 국민 음식 호떡, 하루에 3번 먹기

엘살바도르, 푸푸사 

엘살바도르에 가면 푸푸사를 꼭 먹어봐야 해 



과테말라를 여행하면서 종종 엘살바도르 식당을 마주치곤 했다. 엘살바도르 음식은 과연 무엇인가? 란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이왕이면 엘살바도르 현지에서 먹어야지 하고 킵해뒀다. 엘살바도르를 여행한 친구들은 각자 약속이라도 한 듯 "엘살바도르에 가면 푸푸사를 먹어봐야 해" 하고 나에게 알려주곤 했다. 


멕시코에 타코가 있다면 엘살바도르엔 푸푸사가 있다. 멕시코 사람들이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타코를 즐기는 것처럼 엘살바도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에겐 길거리 음식이 간식이지만, 이들에겐 언제 먹어도 괜찮을 식사이다. 


푸푸사(Pupusa)는 우리나라의 호떡, 빈대떡에 비유할 수 있는 음식이다. 밀가루 반죽 안에 콩, 치즈, 다진 고기 등 원하는 재료를 취향껏 넣고 납작하게 굽는다. 호떡과 다른 점이라면 달콤함이 아닌, 짭짤하고 고소한 음식이라는 점이다. 생긴 것은 호떡인데, 빈대떡 재질이랄까? 한 번에 1~2개 재료가 들어가며 간식보단 식사로 먹는 음식이다. 

엘살바도르를 돌아다니다 보면, 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손으로 떼서 호떡 만들듯 둥글게 치댄 후 철판 위에 올려 납작하게 굽는다. 집집마다 다르지만,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것은 보통 강낭콩을 으깨 만든 프리올레와 치즈, 고기류가 들어간 것으로 보통 한 번에 2~3개씩 시켜서 먹는다. 우리나라 김치에 비교할 수 있는 식초에 절인 양배추 절임이 보통 함께 나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기름기를 잡아준다. 



엘살바도르 서핑 성지와 히치하이킹 


엘살바도르에는 서핑 성지로 유명한 엘 뚱꼬(El tunco)란 곳이 있다. 굳이 서핑을 하지 않더라도 엘살바도르의 아름다운 검은 모래 해변과 파도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대표적인 여행지이기도 하다. 이 작은 마을에서도 서핑 타운 특유의 힙한 바이브를 느낄 수 있다. 15분이면 다 돌아볼 골목엔 서핑샵부터 각종 기념품샵, 상점, 식당들이 모여있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엘 손 테(El zonte)라는 해변이 있는데 '비트코인 비치(Bitcoin Beach)'로 유명한 곳이다.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지정하기 전, 이 작은 해변에서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생태계가 이미 구축되었고 엘 살바도르 현 대통령 나이브 부클레가 비트코인 테스트 보드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정작 현지인들은 '비트코인 비치'란 별명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랑 별명이 해변의 아름다움을 가릴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내가 엘 존테에 방문했을 땐 마을이 고요했다.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고운 검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약한 파도가 계속 밀려오고 있었다. 바닷물 곳곳에 솟아오른 울퉁불퉁한 암석은 조금 위험해 보였지만, 엘 손테 해변은 초심자보단 고급 레벨의 서퍼들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알아서 문제를 잘 피해 가리라. 

서퍼들이 사랑하는 엘 손테 해변 

엘 손테에서 엘 뚱꼬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틈틈이 뒤를 돌아보며 로컬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곳에선 버스 정류장이 따로 없고, 그냥 버스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대기하다가 손을 흔들어 타야 한다) 분명 낮에 내가 엘 뚱꼬에서 엘 손 테로 올 때는 이 두 구간을 지나가는 버스가 정말 많았는데 오후 5시가 넘어서 그런지,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앞으로 걷는데 한 차가 멈춰 섰다. 


엘살바도르 수도인 산 살바도르에 사는 한 남자였는데 이 남자는 어디로 가냐고 나에게 묻더니 타라고 했다. (참고로 엘살바도르 엘 뚱꼬에선 히치하이킹이 흔한 편이다) 살짝 망설이다가, 차 타고 약 10분이면 가는 거리인 데다가 남자의 인상이 선해 보여서 차에 올라탔다. 


히치하이킹할 때 흔히 하는 대화 (어디서 왔는지, 어디 다녀왔는지, 엘살바도르가 어떤지) 등을 했는데, 그가 "아예 산살바도르 나와 함께 가는 거 어때?"라고 묻길래 곤란한 기색으로 거절했는데 살짝 무서워져서 눈앞에 익숙한 표지판이 보여 그곳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남자는 아직 엘뚱꼬 입구는 한 1분 더 가야 하는데?라고 말했지만 "내 숙소는 여기에 있다"라고 대충 둘러대곤 차에서 내렸다. 다행히 그는 차를 순순히 세워주었고, 나는 내 숙소 입구로 자연스레 들어가는 척을 했다. (사실 내 숙소는 그곳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5분 후 그 차가 간 것을 확인하고 나는 걸어서 진짜 내 숙소가 있는 엘 뚱꼬 센터로 걸어갔다. 다행히 도보 10분 거리였다. 

1일 3푸푸사 

간밤에 처음으로 먹은 푸푸사가 정말 맛있었다. 커다란 푸푸사가 한 개 1달러였고 10개가 넘는 선택지가 있었다. 가장 보편적인 프리올레+치즈부터 돼지껍데기+치즈, 새우, 생선, 닭고기, 아보카도와 치즈 등 좋아하는 재료 조합이 워낙 다양해서 고르는데도 한참 걸렸다. 타코처럼 3개 주문하면 충분하겠지 했는데, 양이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다행인 것은 안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푸푸사의 맛도 오묘하게 다 달라서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는 것. 여기에 집집마다 만든 매콤한 소스 혹은 간장 소스를 뿌려 먹는다. 간장을 찍어 먹고 맥주까지 함께 하니, 빈대떡 먹는 느낌이 들었다. 갓 튀겨 뜨거운 빈대떡 귀퉁이를 손으로 조금씩 때어 먹는 그 느낌. 반가웠다. 

엘살바도르에서 처음 먹은 푸푸사 

푸푸사를 먹으면서 내일 아침 있을 서핑 강습 전에도 이걸 먹으면 충분히 에너지 공급되겠는 걸 생각했다. 서핑은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든든한 아침 먹는 게 필수인만큼 푸푸사가 제격이었다. 뜨거운 커피와 함께 이번에도 어김없이 푸푸사 3개로 배를 채우고 서핑샵으로 향했다. 

아침으로 또 온 푸푸사집 

하필 파도가 지저분하게 치던 날이라 이 날 물을 정말 많이 먹었는데, 분명 체력이 다 털렸음에도 불구하고 먹은 물 때문에 허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약 1시간 30분 1:1 강습 이후에도 강사 없이 혼자서 서핑 보드 들고 한 2시간 더 연습하려고 했으나 서핑하기에 이상적인 파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1시간 만에 포기하고 나와야 했다. 


서핑 후 점심으로 또 푸푸사를 먹기로 했다. 이번엔 다른 가게 푸푸사를 맛보고 싶어서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철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푸푸사의 모습을 보고 홀린 듯 한 푸푸사 집에 들어갔다. 어제와 비슷한 크기의 푸푸사로 함께 곁들여먹는 절임 야채가 조금 더 다양했다. 아직까지 푸푸사의 맛에 질리지 않은 것은 타코처럼 안에 들어간 재료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무엇보다 같이 나오는 절임 야채가 좋았다. 대부분 절임 야채는 테이블마다 커다란 통을 두어 각자 자율적으로 덜어서 먹을 수 있게 해 놨기 때문에 정말 한가득 퍼서 야채반 푸푸사반 즐겼을 정도이다. 

로컬 아침 맛집 

다음날, 푸푸사는 숙소 앞에 위치한 간이 주방 시설과 테이블만 두고 장사하는 곳이었다. 도로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나가다가 버스 기사들이 차를 세워 푸푸사를 포장해 가곤 하는 곳인데 아침장사만 한다. 어제 먹은 푸푸사들은 센터에 위치해 있어서 종류도 많고 관광객 대상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여긴 현지인들이 아침식사를 즐기는 곳이다. 

치즈호떡 재질인 푸푸사 

가격 역시 무려 3장에 1달러. 어제 먹은 푸푸사들은 1장에 1달러도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선 1장에 0.333달러인 셈이다. 물론 크기는 어제 먹은 것보다 작았고 종류도 2~3종류 밖에 없지만, 아침마다 현지인들이 붐비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3번 연속으로 각각 다른 푸푸사리아(푸푸사 파는 곳을 가리킴)를 방문하고 나는 다음날 또다시 푸푸사를 먹으러 갔다. 한번 음식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먹는 성향이어서, 엘살바도르에 머무르는 동안 푸푸사를 질릴 때 까지 먹어야겠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어째 푸푸사만큼은 4일 연속 하루 2번 이상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엘살바도르를 떠나는 날, 마지막 날 아침에 푸푸사를 먹지 못한 게 아쉬웠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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