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 Nov 16. 2023

멕시코 사람들은 아침에 뭐 먹을까  

멕시코 칠라낄레 

아침 식사에 진심인 편이다. 대만과 중국 생활하면서 밖에서 사 먹는 다채로운 아침 식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눈 뜨면 가장 먼저 먹는 아침 식사는 점심과 저녁 식사에 비해 간단한 편이지만, 삼시세끼 중 가장 좋아하는 끼니이다. 멕시코 여행할 때도 전날 자기 전, "내일 아침엔 뭐 먹지?" 하면서 갈만한 식당을 구글맵에서 한번 쭉 훑어보고 자곤 했다. 


멕시코는 느긋하다. 아침 장사만 하는 식당이나 조식을 파는 카페에서도 대부분 조식 시간대를 정오까지 설정한다. 거의 아점 수준인데, 이곳에선 점심을 보통 2~3시에 먹는 편이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그럼 멕시코 사람들은 아침으로 뭐 먹을까? 


멕시코식 계란요리 + 카페 데 오야 (Huevos + Cafe de olla) 


 멕시코 아침 식사를 파는 곳에 방문하면 대부분 아침 메뉴에 '계란요리'가 있다. 멕시코식 스크램블 에그부터 에그 란체로(huevos rancheros), 에그 모툴레뇨(huevo motuleño), 이혼한 계란(huevos divorcida) 등 독특한 이름을 가진 계란 요리가 많다. 식당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5가지 이상의 계란 요리 메뉴를 가지고 있다. 또한 조식은 거의 세트 형태로 파는 경우가 많아서 커피나 주스 중 음료를 선택한다. 


멕시코에서 아침으로 먹는 커피는 전통 도자기 컵에 담겨 나오는데, 블랙커피에 계피(Canela), 사탕수수를 굳힌 파넬라(Panela)가 들어가 계피향이 나는 살짝 달짝지근한 커피이다. 개인적으로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진 않지만, 멕시코 사람들에겐 아침에 기운 나게 하는 커피이다. 참고로, 카페 데 오야 할 때 오야(Olla)는 '정신, 뇌'를 뜻한다. 

멕시코 가족들과 함께 마신 카페 데 오야 (멕시코식 아침 커피) 

멕시코식 스크램블 에그는 토마토와 스프링 어니언, 칠리 페퍼, 양파 등을 넣어 만든 스크램블 에그인데 일반 스크램블 에그와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멕시코 답게 매콤한 칠리 페퍼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물론 스크램블 에그가 맵진 않고 색깔을 내는 것에 초점을 둔 듯하다. 겉보기엔 다른 스크램블 에그와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멕시코 국기 컬러인 초록색, 빨간색, 흰색을 스크램블 에그에 담았다고 해서 멕시코식 스크램블 에그라고 불린다. 보통 계란 요리는 스크램블 에그에 간단한 프리올레(삶은 강낭콩 요리), 새콤한 플라타뇨, 또르띠야 등과 함께 서빙된다. 


에그 란체로 

에그 란체로는 튀긴 또르띠야 위에 반숙 달걀 프라이와 빨간색 살사 소스 혹은 녹색 살사 소스를 끼얹은 요리이다. 보통 두 가지 소스 중 하나를 선택한다. 소스 때문에 튀긴 또르띠야가 금세 눅눅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탕수육 부먹파라면 아량곳하지 않고 먹을 만한 요리이다. 이와 비슷한 요리로 에그 모툴레뇨(huevo motuleño)란 요리도 있는데 여전히 난 이 2개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육안상으로 보면 정말 비슷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이혼한 계란 

이혼한 계란(huevos divorcida)의 경우 이름이 참 재밌는데 두 개의 계란 프라이가 나오고 각각 빨간색 살사 소스, 녹색 살사 소스를 끼얹은 채로 나온다. 빨간색과 녹색으로 각각 갈라져 있는 모습으로 지은 직관적인 이름이다. 



칠라낄레 Chilaquile 



멕시코의 칠라낄레는 꽤 헤비한 아침 식사이다. 어떤 멕시코 친구는 술 거하게 먹고 다음날 해장으로 칠라낄레를 찾는다고도 한다. (물론 대부분 멕시코 사람들은 멕시코식 고춧가루 넣은 맥주인 미첼라다로 해장한다고도 말한다) 

멕시코 아침식사 칠라낄레 


나초칩(튀긴 또르띠야)을 잔뜩 깔고 그 위에 살사 소스를 잔뜩 뿌리고 치즈, 아보카도 등이 얹어 나온다. 집집마다 단백질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기본은 계란이지만, 돈을 추가하면 소고기나 닭고기 등을 넣을 수도 있다.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 위에 언급한 에그 란체로처럼 흥건한 살사 소스에 의해 튀긴 또르띠야가 금세 소스에 적셔 말랑말랑해지기 때문에 은근 '불호'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내 주변 대부분 유럽 친구들은 멕시코 칠라낄레를 극혐 했다) 


나는 칠라낄레를 꽤 좋아했는데, 은근 저렴한 가격으로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식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침으로 먹기엔 꽤 부담스러워서 점심에 먹곤 했다. 


타말레스 (Tamales) + 아똘레(Atole) 

길거리 음식으로도 접할 수 있는 타말레스와 아똘레는 사실 아침, 점심, 저녁 구분 없이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옥수수 반죽에 고기류를 넣고 찐 음식인데 옥수수 잎에 감싸서 나온다는 게 특징이다. 약간 백설기 떡 질감인데, 안에 고기가 들어가 있고 살사를 뿌려 먹는다. 


타말레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는 아똘레. 우리나라의 율무차와 비슷한데 멕시코에선 옥수수가루를 베이스로 만들고 다른 중남미 국가에선 우리나라 율무와 비슷한 곡물을 넣어 고소하게 만든다. 

타말레스는 보통 가게에서 먹기보다 길거리에서 "타말레스~"라고 외치는 상인들에게서 구매할 수 있다. 



모닝 타코 

아침에 먹은 곱창, 새우, 고기 타코 

멕시코 사람들에게 "밤새도록 술 마시고 아침에 모닝 타코하면서 집에 가는 것"이 일종의 행복이다. 타코는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멕시코 국민 음식이다. 따라서 아침 장사만 하는 타코 노점도 꽤 있다. 나는 아침엔 타코가 썩 땡기진 않아서, 보통 아침 타코는 거의 먹지 않았는데 유카탄 반도 똘룸에서 아침 장사만 딱 하는 찐 타코 노점에서 우연히 새우타코와 곱창타코를 먹고 반해 다음날 아침에 또 먹으러 갔다. 타코는 언제 먹어도 사랑이다. 




아래의 글도 좋아하실 거 같아요. 

호텔 조식보다 허름한 식당의 아침식사를 기다리는 이유 (대만) 

멕시코 카페에 식사하러 갑니다


이전 03화 멕시코 카페에 식사하러 갑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