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카페 맛집
멕시코의 대부분 카페에선 식사 메뉴를 판다. 우리나라처럼 단순 디저트나 간단한 빵류, 샌드위치를 파는 것을 넘어서 샐러드부터 고기요리까지. 게다가 커피와 주스, 와인 등 주류까지 판매하니 멕시코 카페는 '카페'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일반 현지 식당보다 더 세련되고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 가깝다. '카페'란 이름을 달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선 식사를 끝내고 나서도 빨리 나가야 할 거 같은 압박감에 덜 시달린다.
식사를 마친 이후에도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노트에 할 것을 정리하거나,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카페는 보통 식사 판매에만 주력하는 저렴한 서민 식당과 고급 식당 그 사이의 포지션이다. 고급 식당 퀄리티에 가격은 아니지만, 서민 식당에서 먹는 음식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도시마다 다르지만, 대개 이런 카페에서 노트북을 꺼내 일하는 부류는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종종 디지털 노마드들이 하루종일 이런 곳에서 노트북으로 일을 하면서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이런 디지털 노마드들을 타깃해 빠른 인터넷을 구비하는 카페들도 많다. 물론 빠른 와이파이를 구비하고 깔끔하고 음식 종류가 많은 카페는 일반 카페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고, 대부분 외국인 손님들이 주를 이룬다.
처음엔 카페는 카페, 식당은 식당이란 생각
멕시코 여행 처음 두 달간은 나에게 카페는, 커피와 디저트로 약 1~2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카페에서 아무리 음식을 팔아봤자, 식당에서 파는 것만 할까. 특히 허름한 식당이라도 서민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카페 같은 곳에서의 우아한 식사는 전혀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 카페에서 먹는 샐러드와 샐러드 전문 가게에서 파는 샐러드를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이왕이면 각자의 기능에 충실한 공간에서, 공간에 걸맞은 음식과 음료를 즐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란 곳에 도착했다. 이때 난 이미 멕시코에서 약 2개월 여행을 한 상태였다. 당시, 나는 지금 나의 까무잡잡한 피부색을 만들어 준 와하까(Oaxaca)와 푸에르토 에스콘디도(Puerto escondido)란 지역에서 역대급의 강력한 태양과 습기가 만들어낸 폭염에 2주 넘게 시달린 직후였다. 그러다가, 고산 지대인 이 지역에 오면서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감기에 걸렸다. 배낭 밑에 깊숙이 박아둔 겨울용 폴리폴리스 점퍼를 꺼내야 했을 정도였는데, 점퍼를 껴입고도 새벽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어 아침에 일어나니 침 삼킬 때마다 불편해질 정도로 편도선이 부어올랐다. 오후 2시까지 침대에 누워 잠자다가 휴대폰 봤다가를 반복하다가, 그래도 햇볕은 쬐야겠다란 생각해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딱히 입맛이 없고 돌아다닐 기운이 없어 근처 카페에 가서 따뜻한 음료를 시켜놓고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마을의 수공예 시장 쪽 오르막길 중간에 위치한 한 카페는 구글 리뷰도 꽤 좋았는데, 입구가 매우 작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었다. 좁은 입구에, 4~5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 아닐까 다소 망설여졌다.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종종 카페가 너무 작아 카페 주인장 혹은 바리스타와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조금 널찍한 공간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이는 나의 기우였다. 내부에 들어서자 실내엔 2 테이블 정도 작게 비치되어 있었고 야외 정원으로 이어졌다. 이 야외 공간엔 입식 테이블이 약 3개, 여유 공간을 두고 비치되어 있었고 마치 한국의 개다리소반을 연상시키는 작은 상을 앞에 두고 좌식으로 편히 앉을 수 있는 2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내가 들어섰을 땐 그늘 없이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는 입식 테이블 1개 빼곤 모두 자리 주인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 날은 야외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실내 공간 바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원래는 커피같이 따뜻한 음료에 디저트를 시킬 요량이었다. 메뉴판을 보는데 에그 스크램블 등을 포함한 조식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메뉴를 읽는 순간 몽글몽글한 에그 스크램블이 너무나 먹고 싶어 아메리카노와 함께 주문했다. 물론 카페에서 주문하는 식사 메뉴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
커피가 먼저 나왔는데 오후 3시의 햇살을 맞으며 올라오는 커피 향이 고소했다. 시킨 음식 메뉴가 나오기 까진 약 15분 넘게 소요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정성이 느껴지는 플레이트에 나도 모르게 "와"하고 감탄을 했다. 스크램블 에그에 직접 말린 고구마칩, 프리올레(멕시코식 콩요리)에 치즈, *사워도우까지. 무엇보다 멕시코에서 은근히 찾아보기 힘든 사워도우까지 나와 감동스러울 지경이었다. 참고로, 나는 한국에서도 사워도우나 깜빠뉴 등 천연 발효빵 등으로 아침을 먹으며 매주 주말만 되면 사워도우, 깜빠뉴 사러 망원동까지 자전거 타고 가곤 했다.
*사워도우: 발효빵의 종류, 야생 효모 및 유산균을 효모로 사용해 살짝 시큼한 맛이 난다는 게 매력.
*사워도우: 발효빵의 종류, 야생 효모 및 유산균을 효모로 사용해 살짝 시큼한 맛이 난다는 게 매력.
정성이 느껴지는 이 플레이트에 '카페에서 먹는 식사'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사워도우 빵조각에 스크램블 에그를 올리고, 그 위에 프리올레, 치즈를 살짝 얹어 먹었다. 감기로 부어오른 목이 가라앉으며 식욕이 돌기 시작했다. 메뉴판을 보니, 내가 먹은 것은 스크램블 단품 메뉴로, 매일 아침마다 정오까지만 판매하는 조식 메뉴가 있었다. 구성이 지금 내가 먹는 것과 꽤 비슷하고 과일과 커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에 자주 아침 먹으러 와야겠어. 마지막 사워도우에 프리올레를 찍어먹으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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