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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Aug 08. 2024

멕시코 음식은 또르띠야, 고기, 살사의 조합

과달라하라(guadalajara), 길거리 음식 한 번에 맛보기



 과달라하라 출신 커플과 함께한 1일 여행


과달라하라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친구를 사귀었다. 과달라하라 출신 멕시코 커플인데, 여자 L이 한 때 한국어를 조금 공부했을 정도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생 때 교양수업으로 한국어 수업을 잠깐 들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잊었다고. 나는 과달라하라 한 달 살기를 시작하면서, 언어교환할 친구를 찾았고 L은 마침내 포스트를 보고 연락했다.


낡은 차를 끌고 온 이 커플은 나에게 마치 이 도시 오리엔테이션이라도 하듯 과달라하라의 주요 명소를 데리고 다니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저녁때가 되어 "우리 밥 먹으러 갈까"하고 말했을 뿐인데 이 커플은 맛집을 안다며 냅다 차를 밟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과달라하라 도시에서 차 타고 약 40분 넘게 달려야 도착하는 뜰라께빠께(Tlaquepaque). 과달라하라의 근교 여행지로도 유명한 곳인데, 스페인 지배 당시 콜로니얼 건축물이 많이 보존되어 있고, 예술&공예품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거리를 걷는 관광객들은 저마다 진흙으로 빚은 작은 도자기 항아리를 손에 들고 마시고 있는데 이곳의 대표 칵테일인 "카수엘라(Cazuela)"였다. 데낄라 혹은 메스칼을 베이스로 상큼한 과일 등을 잔뜩 넣어 시원하게 먹는 게 특징이다.

카수엘라 볼라도라(Cazuela voladora) 출처: 과달라하라시 홈페이지  

 나에게 과달라하라의 많은 곳을 보여주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듯, 의욕 넘치는 이 커플은 "이곳에 유명한 맛집이 있는데 저녁 먹고 가자"라고 제안했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우린 이 근방에 정말 유명하다는 로컬 맛집을 향해 걸었다. 이 커플도 이 식당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처음 가본다며. 구글맵을 따라 거의 30분 걸어 도착한 곳엔 식당의 흔적이라곤 없었다. 이미 해는 저물어 하늘은 깜깜하고, 관광객들은 거의 없는 사람 사는 동네여서 구글맵이 잘못된 건 아닐까, 혹은 폐업한 건 아닐까 각종 추측을 하다가 일단 포기했다. 점심을 간식으로 대충 먹고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허기가 상당히 졌기 때문에, 맛집 아니어도 되니까 근처 식당 물어서 찾아가자고 결정했다. 골목을 쓸고 있는 한 할머니에게 다가가 주변에 먹을만한 곳 없냐고 물었는데 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유명한 식당이 있다고 알려줬다. 다행히도 이 커플이 열심히 찾던 바로 그 식당이었다.


또르띠야에 고기, 살사만 있다면 수십 가지 메뉴를 만드는 멕시코 사람들

밤에만 여는 식당이라고 Cenaduría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구글맵에 3000개가 넘는 리뷰에 4.5점 이상 받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작아 보였는데 내부에 들어가니 상당히 넓은 식당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오히려 이 집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는 반증이어서, 없던 기대가 확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정식 음식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식당

이 커플은 주문할 때 이것도 먹어봐야 되고 저것도 먹어봐야 되고 의논하면서 많이 시키길래 조금 걱정했다. 멕시코는 양도 많이 나오는데 다 못 먹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던 사이, 거대한 한 접시에 수북이 쌓인 요리가 등장했다. 치즈와 양배추, 토마토, 살사가 잔뜩 덮은 비주얼로 아무리 봐도 하나의 요리처럼 보이는데 아까 여러 개 시킨 요리가 이 안에 다 들어가 있다고 한다. 혹시 이 요리가 시작이고 계속 더 나오는 거냐고 물으니, 더 이상 나올 요리는 없다는 웨이터 말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커플은 내 반응에 킥킥대며, 접시에 있는 아무거나 일단 떠봐라고 나에게 제안했다.

아무리 봐도 하나의 동일한 요리처럼 보이지만 6가지의 다른 음식이 들어가 있다.

첫 번째 집어든 것은 쏘뻬(Sope)다. 일반 또르띠야보다 조금 더 두껍고 손바닥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만든 또르띠야 위에 잘게 썬 고기, 채소, 토마토, 치즈, 살사를 올린 음식이다. 그 외에도 다른 곳을 집어서 올리니 이번엔 플라우타(Flauta)다. 스프링롤이랑 비슷한데 얇은 또르띠야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롤 형태로 만든 후 튀긴 후 살사 소스를 끼얹어 먹는다. 또 다른 음식은 튀긴 타코(taco dorado)이다.

멕시코 쏘뻬(sope)

이 요리는 쏘뻬, 클라우타, 타코 등 동일한 재료들로 만든 멕시코 길거리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샘플러였던 것이다. 사실 멕시코 길거리 음식은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 : 동일한 내용을 여러 형태로 사용하는 것)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옥수수 또르띠야는 기본인데 이를 1장 쓰냐, 2장 쓰냐, 얇게 하냐, 두껍게 하냐, 튀기냐, 튀기지 않느냐, 접냐, 접지 않느냐에 따라 퀘사디야가 될 수도 있고 타코가 될 수 있고 쏘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의 특별 요리지만 앞의 쏘뻬와 크기 차이만 있다 (Cafiaspirinas)

즉, 또르띠야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름이 다를 뿐 한 가게에서 이 많은 메뉴를 판매할 경우 안에 내용물 조리법은 거의 비슷하다. 만약 또르띠야의 모양과 수량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재료들만 따로 뭉개서 먹어본다면 치즈를 넣는 퀘사디아를 제외하곤, 맛의 차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또르띠야에 고기와 살사만 있다면 순식간에 수십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비밀은 여기에 있다. 각 음식별로 들어간 속재료로 메뉴는 수십 개로도 늘리는 게 가능하다. 가령 돼지고기를 넣는 가장 인기 많은 타코 알파스톨(tacos al pastor)을 파는 곳이라면 동일한 고기를 사용해 퀘사디아를 만들고, 플라우타를 만드는 등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듯, 거대한 한 판처럼 보이는 이 접시에 똑같은 재료로 다르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이 요리가 재밌었다. 총 6가지의 다른 길거리 음식이 들어가 있는데, 당연하게도 모두 맛은 동일하다. 멕시코스러운 길거리 음식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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