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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Nov 17. 2020

4. 다른 병원을 찾아서

[너의 우울은 어디쯤이니?]

처방받은 약을 먹은 지 2-3일이 지났다.


사전에 찾아본 정보에는 정신과 처방약을 먹으면 어지럽고 메스꺼운 사람도 있고, 졸리거나 멀미 증상이 느껴져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토로도 있었지만, 그런 증상은 심하지 않고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신경 안정제의 효과 때문인지 온 몸이 가라앉는 나른함과 하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정도.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취침 전에 복용하는 약은 수면제가 들어있어서 불면 증상도 거의 없어졌고, 정말 모처럼 긴 시간 숙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약 때문에 몸이 더 고통스럽다는 사람들도 많아서, 큰 무리 없이 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건 한편으론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의 찝찝함은 씻겨지지 않았다. 정신과 병원을 가보기로 결심했던 건 약물치료도 치료지만 심리상담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데, 그런 과정은 전혀 없었기에 꽤 당황스럽기도 하고 다른 병원은 어떨지, 내가 갔던 병원은 나랑 안 맞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걱정이 생겨났다.


아니면 심리상담센터를 따로 방문해야 하는 건지, 병원에서 심리치료와 상담치료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순 없는지, 정신과 치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경험이 없기에 검색 정보를 필터링할 사전 지식도 부족했다.


'아냐, 그냥 관심 가는 병원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자.'


다시 또 검색창을 열고, 병원의 사진을 더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좀 밝고 온화한 인테리어의 병원 위주로 찾아봤다. 나도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지만, 병원을 찾는데도 사진 이미지가 중요하다니. 이제야 손님 입장이 한결 이해되는 기분은 뭘까?


병원을 한 번 다녀와봤다고 검색 결과의 필터링이 조금 늘었다. 병원 이름에 '정신건강의학과'라는 문구가 포함된 개인 의원들이 주로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함을 알게 됐고, 진주에 위치한 이름마저 마음에 쏙 드는 밝고 화사한 의원 한 곳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화 문의를 해본 결과, 심리 상담 치료도 받을 수 있어서 예약 날짜를 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정말 큰 결심을 하고 찾아갔던 병원에서 약간의 위압감과 삭막함을 느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 셈이다.  '어느 병원을 가는지도 중요하다'는 지인들의 조언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는 기분. 첫 발을 헛디딘 느낌이지만, 나랑 맞지 않는 병원이었을 뿐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예약 날짜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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