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이긴 하지만, 막상 '우울증' 진단을 받고 나니 막막했다. 정신과 심리 상담을 받아본 적도 없을뿐더러, 살고 있는 곳은 경상남도 남해라는 시골 중의 시골이라 정신과 병원이 있을까 하는 마음부터 피어오르고...
혼이 나간 사람처럼 스마트폰 검색창을 열어 '남해 정신과', '남해 정신상담', '남해 심리상담'... 떠오르는 모든 검색어를 다 입력해보았지만, 선명한 검색 결과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네이버 초록창이 꼭 내 마음처럼 갈 길을 잃은 듯해 조금 서글펐다.
인근 지역인 사천, 진주로 검색 범위를 넓히니 하나, 둘병원 목록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중 규모도 꽤 크고 입원 전문 병원처럼 보이는 한 곳에 눈길이 갔다. '전화'버튼을 터치하고 병원의 전화번호가 핸드폰 화면에 떠오르는데 차마 발신 버튼을 누를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첫날은 끝내 포기하고, 자는 둥 마는 둥 불면에 시달리다가 맞이한 다음날 아침,
비몽사몽, 잠이 덜 깬 상태로 어제 저장해둔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용기를 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몇 번의 신호음이 가는 동안 터질 듯이 쿵쾅거리는 내 심장.
"네- OO 병원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 우울증이 심한 것 같아서요. 심리 상담을 좀 받고 싶어서 전화드렸는데, 혹시 외래진료도 하시나요?"
"네, 외래진료 가능하세요. 예약하시고 오시면 됩니다."
"혹시 오늘은 진료가 어려울까요? 오늘 갔으면 싶은데..."
"네, 괜찮아요. 편하신 시간에 오세요"
후우- 전화를 끊고 나니 손과 이마에 흥건한 땀. 아파트 베란다 창을 활짝 열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잠시 땀을 식힌 후,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주차장에 내려와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도착한 병원 앞에서 또 한참을 망설였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정신과 병원, 왠지 모를 두려움과 쿵쾅거리는 마음을 겨우 달래고 병원에 들어서니, 접수창구의 간호사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