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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Nov 08. 2020

1. 이대로 괜찮을까?

[너의 우울은 어디쯤이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는 약간의 어지러움 외엔 아픈 곳 없이 멀쩡했는데, 허공에서 엄청난 무게의 짓누름이 계속돼 일으킬 수 없는 몸.


간신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로 출근을 했지만, 머릿속은 계속 멍하다 못해 하얘졌고 알 수 없는 생각의 늪에 발이 빠져, 질펀한 진흙탕 속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이대로 괜찮을까?


최근 들어 부쩍 달라지고 어두워진 심리상태 때문에 이런저런 정보들을 찾아보곤 했는데, 한 종합병원의 우울증 자가진단 문진 서비스가 떠올라 조심스레 인터넷 창을 열었다. 첫 질문부터 숨이 덜컥 차올랐지만, 한 질문 한 질문 정성껏 고민하며 답을 입력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결과 보기" 버튼 앞에서 멈춰 선 마우스와 손가락.


'우울증으로 진단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병원을 가야겠지 어떡하긴.',

'약을 먹어야 할까?',

'입원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겠지?'

'그럼 가게는 어떡하고, 생활비는 누가 벌어?'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휘리릭 스쳐 지났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눈을 질끈 감은 채 [결과 보기] 버튼을 클릭하곤 고개를 숙였다. 바닥만 한참을 내려다보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 보니 작은 노트북 모니터에 떠있는 자가진단 결과에 요동치던 마음은 서서히 잔잔하게 또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우울증세가 심각합니다. 가까운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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