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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 Nov 30. 2020

7. 롤러코스터를 탄 듯

[너의 우울은 어디쯤이니?]

우울증,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후 감정의 기복이 훨씬 심해진 건 기분 탓일까?


그러한 증상을 마음으로만 느끼다가 확연한 사실로 인지하고 받아들인 태도의 변화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약을 복용하면 조금 편안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마치 조울증을 겪는 듯 조증과 우울함을 넘나드는 심리 변화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오르락내리락거린다. 그 주파의 변동이 매우 잦은 데다가 진폭이 매우 크고 심해서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힘들 때가 많은데, 관광지에서 가게를 한다는 건 심리적으로 꽤 부담을 주는 편이다.


아무도 나를 공격하지 않는데 스스로 경계심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아무도 나를 즐겁게 하지 않는데 스스로 웃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평온한 마음, 마음의 안정을 이토록 부러워하고 갈망하는 상태가 되다니, 가끔 자신의 심리 상태를 부정하고 싶을 만큼 믿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심리 상담을 할 때 여러 번 권유받은 태도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누가 무슨 말과 어떤 행동을 하든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해보는 것인데, 쉽지는 않지만 그러려고 노력하곤 한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처럼, 즐거운 일이 없어도 '하하하!' 크게 소리 내어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지 않은가.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는 말을 계속 마음에 되뇌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경우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듯하다.


아무리 반갑고 오랜만인 손님이 와도, 아무리 진상에 가까운 손님이 나타나도, '내 마음의 고요'를 가장 첫 번째 가치 덕목으로 여기고, 의사 선생님이 권유하신 생각, '그럴 수 있지'를 반복해서 중얼거린다. 물론 마인드 컨트롤 만으로는 쉽지 않기에 아침, 저녁 규칙적으로 약을 계속 복용하고, 시간에 관계없이 힘들 때 먹는 약의 도움을 받는다.


누군가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 그랬듯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렵긴 매한가지다. 롤러코스터가 솟구칠 때의 두근거리고 아찔한 기분과, 가속도를 한껏 붙여 떨어져 내릴 때의 그 가슴 서늘한 자극이 때론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지만, 너무 자주 반복되면 힘들어지나 보다. 대관람차나 순환 열차를 탄 것처럼 마음의 동요 없이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람에 살짝 너울댈 뿐인 깊은 호수 같은 일상이 찾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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