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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Jul 18. 2024

샐러리 장아찌를 처음 만든 날

해보기 전에는 몰랐다. 이렇게 좋을 줄.

 더웠지만 습기 없이 맑았던 지난 월요일.

주말 내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업무를 오전 두 시간 동안 모두 끝내고 나서, 가벼워진 마음으로 샐러리 장아찌를 만들었다.


샐러리라는 식재료를 사본 것도 처음이고,

장아찌를 내 손으로 만들어본 것도 처음이었다.


전에 어느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온 샐러리 장아찌를 먹어본 적이 있었고, 맛있어서 한 번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었다. 배달받은 샐러리 장아찌도 맛있었지만, 배달에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포장재들(쓰레기들) 때문에 두 번은 시키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배달 어플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동네 반찬가게에서 다른 장아찌들은 봤지만, 샐러리 장아찌는 어서 한동안 먹지 못했다.


샐러리 장아찌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다.

> 샐러리를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 간장:식초:설탕:물을 1:1:1:1.5 비율로 배합해서 끓이고,

> 끓인 절임물을 뜨거운 상태로 샐러리에 붓는다.

> 6시간 상온 숙성 후 보관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숙성 시간을 빼면 10분 정도 걸리려나 싶은,

요리라고 부르기 약간 민망할 정도의 간단한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장아찌 직접 만들기'를 시도해 보기까지 3년이 넘게 걸렸다. '낯선 제주'라는 책에 소개된 장아찌 만드는 방법을 사진으로 찍어놓은 날짜가 2021년 4월 5일이었다. 그 사이에 '한 번 시도해 볼까' 마음 먹었다가 단념하기를 몇번 반복며 3년 3개월이 지났고, 최근 문성실님의 요리책에샐러리 장아찌를 보고 다시 한 번 자극을 받아 비로소 샐러리를 구매했다. 그리고 샐러리를 구매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재료를 썩혀 버릴 수는 없으니)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샐러리 장아찌를 접 만들어보니 여러 가지로 참 좋았다. 


일단은, 맛있었다. 숙성 6시간을 갓 마친 직후에 맛본 샐러리 장아찌는 정말 아삭하고, 신선했다. 래 묵힌 장아찌에서는 맛보기 힘든 싱그러운 맛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맛볼 수 있었다.


둘째, 이웃에 사는 친구한테 맛있다고, 이런 것을 직접 만들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고 칭찬받았다. (칭찬받는 것은 언제나 좋다!) 사실 샐러리 장아찌는 우리 가족에게 환영받는 음식이 아니다. 남편과 아이들 모두 나의 강권에 맛은 보겠지만, 결국 나 혼자 다 먹어야 하는 상황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에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조금 나누어주었다.

평소에도 리액션이 좋은 친구는, 아삭한 상태의 샐러리 장아찌를 맛보더니 샐러리가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냐며, 새로운 메뉴에 도전할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다른 이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은 참 기분 좋다.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는 것에 비해 양이 훨씬 많고, 비용은 저렴하며, 쓰레기 덜 나왔다. 샐러리 한 봉(600g)에 3,500원이었고, 설탕 간장 식초는 집에 있었다. 인터넷에서 파는 완성품 샐러리 장아찌는 300g에 배송료 포함 1만 원이 넘는다. 300g은 간장이 포함된 무게일 것이니, 샐러리는 더 적게 들어 있을 것이다. 두 배 이상의 용량을 1/3 비으로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배달에 수반되는 포장재, 아이스팩 등 쓰레기도 생기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샐러리 장아찌를 한 번 만들어봄으로써 나는 이제 '장아찌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집 근처 반찬 가게에서는 왜 샐러리 장아찌를 팔지 않을까 궁금해할 필요 없이, 이제 내가 먹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직접 저렴하게 스스로 만들어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샐러리 말고도 다른 원하는 재료로도 장아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다!


사실, 장아찌 만들기를 직접 한 것을 이렇게 요란하게 글로 적는 게 민망할 정도로 조리 과정이 단순하고 쉽다. 직접 만들어보고 나니 지난 몇년간 망설인 게 어이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쉽지만, 해보기 전에는 몰랐다. 각만 할 때는 막연하고 거창하게 느껴져서 자꾸 소심해졌다. 샐러리 장아찌를 조금 얻어간 친구도 '나도 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간단하고 쉬워~!'라는 내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 가 그 입장이었어도, 해보니 쉽다는 말을 믿지 못했을 것 같다.


뭐가 되었든 말로만 접하고 생각만 할 때는, 그 일이 얼마나 쉬울지 어려울지, 재미있을지 재미없을지, 내게 맞을지 안맞을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해봤는데 아니면 그냥 더 안하면 되는 경우도 많다.

장아찌 만들기 같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시도하는데도 무려 3년이나 걸린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다. 새로운 시도나 변화를 주저하는 성향이 조금은 바뀌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속으로만 만지작거리며 주저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 해보자!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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