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
로맨틱 인싸?

삼국지를 다시 읽다 3 - 여포

by 강한진

잘생겼다고 다 영화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며 노래 잘한다고 가수로 대박 나지 않는다. 똑똑하다고 다 출세하지 못하고 실력 있다고 다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살다 보면 깨닫게 된다. 난세가 인물을 낳는다지만 삼국지에는 영웅이 넘친다. 성공한 영웅은 능력과 실력 외에 뭔가 더 가지고 있고, 실패한 영웅은 능력과 실력은 있으나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

여포는 최고의 무사다. 삼국지연의를 지은 나관중이 ‘신이 전쟁을 위해 특별히 만든 불사신’이라고 했을 정도다. 천하를 꿈꾸는 사람들 모두 그를 탐냈다. 그리고 중국 역사상 3대 미녀 중 한 사람과 극적인 연애를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삼국지에서 로맨틱 핸섬 인싸를 뽑으라면 아마 여포가 뽑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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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내몽고 지역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기마술을 익혔다고 한다. 그의 기마술은 중원지방 출신의 장수들에 비해 월등했다. 게다가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적토마를 타고 다녔다. 한 수 높은 강점, 즉 한발 빠른 기동력과 정보력 등을 갖춘 셈이었다.


무술 실력 또한 따라올 자가 없었다. 유비 관우 장비 세 형제를 혼자 맞아 싸우고 조조의 여섯 장수를 상대해서 대등하게 싸운 것만 봐도 최고 중의 최고였다. 그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복합기능의 무기 방천화극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일반적인 기병의 무기와 달리 상대방을 찌르고 밀치고 걸어서 끌어당기는 여러 가지 기능이 있어서 싸움을 자기 스타일로 끌어갔다. 현대에 적용한다면 비즈니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아이템과 재력, 협상력, 정치력 등을 모두 갖춘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활도 잘 쏘았다. 사격은 힘이 있어야 하지만 힘을 조절하는 능력과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어느 순간 한 지점으로 그 모든 것을 모으는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현대적으로 비유하면 사업 목표에 에너지와 활동을 집중하고 유지하면서 목표를 이루는 능력쯤이라고 할까.


그리고 잘 생겼다. ‘머리를 세 가닥으로 묶고 자금관을 썼으며, 서전홍금 백화전포를 걸치고 수면탄주 영화갑옷을 입었다’라는 묘사를 보면 패션 감각도 뛰어났던 것 같다. 요즘이라면 핫한 인싸가 되었을 것이다. 잘 생기면 무조건 몇 점 먹고 들어가게 될 테니까.


이정도만 봐도 그는 능력과 실력, 외모까지 삼박자를 갖춘 완벽한 인재다. 요즘 기업, 아니 현대 사회는 핵심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는데 1) 전문성과 잠재력, 창의적 재능 2) 고객을 파트너로 인식하는 고객지향적 사고방식 3)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는 지향성 4) 일에 몰입하고 성취해내는 열정 이상 네 가지를 갖춘 인재라고 한다. 여포는 두어 가지 이상의 항목에서 합격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자질이 아니라 발자취에서 발견된다. 베스트의 자질과 능력을 가진 그의 인생은 한마디로 발탁과 배신의 반복이다.


그는 병주 자사인 정원의 수하에 들어갔다가 양자가 되어서 삼국지 무대에 데뷰한다. 정원은 황태자의 지위를 놓고 권력다툼을 벌인 하진의 휘하 장군이었다. 그런데 하진이 동탁에게 죽자 동탁의 수하가 된다. 어느 날 정원이 고분고분하지 않자 동탁이 칼을 빼서 죽이려고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정원의 뒤에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있는 한 장수가 있지 않은가. 위력에 눌려 물러서게 되는데 그 장수가 바로 여포였다. 여포가 탐이 난 동탁은 적토마 등의 선물을 하며 매수한다. ‘용맹하나 꾀가 없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의리를 저버리는 성격’인 여포는 정원을 살해하고 동탁에게 귀순했다. 첫 번째 양아버지 살해다.

이제 여포는 동탁의 양아들이 되어 신변 경호를 맡는다. 동탁의 횡포가 심해지자 이번에는 사도 왕윤이 여포에게 접근했다. 그는 경국지색 초선을 내세워 여포를 포섭한다. 사랑을 위해 아버지를 버린 것일까. 여포는 동탁을 제거한다. 두 번째 양아버지 살해다.


동탁을 제거한 후 쫓기는 신세가 된 여포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떠돈다. 그러다 임시로 서주 자사를 맡고 있던 유비를 찾아갔다. 유비는 그를 받아주고 작은 성에서 지내게 해 주었다. 그런데 잠시 성을 비운 사이에 유비의 근거지를 날름 차지해 버린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세 번째 배신이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천하제일 전쟁의 신 여포는 매우 영웅답지 않은 모습으로 인생을 마감한다. 그가 사랑했던 초선은 어찌 되었을까.(계속)


<2021.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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