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
오늘 배신한 자는 내일 배신당한다

삼국지를 다시 읽다 4 - 여포

by 강한진

역사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범으로써의 가르침일 수도 있고 반면교사로서의 가르침일 수도 있다. 여포도 역사가 기억하는 사람이며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있다.

여포에 대한 삼국지연의의 기록과 정사나 후한지의 기록이 차이가 좀 있다. 최고의 무술 실력이 있어서 여러명을 한꺼번에 감당한 무장으로 기록하는 삼국지연의의 기록과는 좀 다르게 정사나 후한지 등은 그가 기마대를 지휘해서 치고 빠지는 전술에 능한 날렵한 장수(비장-飛將)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빈번하고 원칙 없는 그의 행동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잃고 전전하면서 점차 주요 무대에서 밀려나 사라지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을 위한 교훈

여포의 교훈 하나는 능력과 실력을 갖춘 자라 해도 믿을 수 없으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능력과 실력은 최고였다. 그러나 상습적 배신자라는 것이 알려지자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고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만다. 믿지 못할 강자는 위험한 사람이고 그의 능력은 흉기다.

독고다이형 강자가 많다. 무시 못할 능력과 위력을 갖추었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배은망덕한 사람이라면 경계해야 할 사람이 되고, 심지어 제거해야 할 위협으로 간주되게 된다.


또 다른 교훈은 오늘 배신한 자는 내일 배신당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당나라가 망해갈 무렵 농민들이 반란을 많이 일으켰다. 그중 황소가 일으킨 난이 컸다. 황소는 주온이라는 부하를 많이 믿었다. 그런데 그 주온이 황소를 배신하여 당나라에 투항해서 벼슬을 받고 도리어 황소를 파멸시키고 말았다.

당나라의 충신이 된 주온은 주전충이라는 이름까지 받았고 병권을 잡아 휘두른다. 그리고 국정을 농단하다가 황제를 죽이고 ‘후량국’이라는 나라를 세워 왕이 되고 온갖 폭정을 저지르다가 5년 만에 자기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그런데 그 아들도 1년이 안되어 동생에게 배신당해 죽고, 얼마 후에는 ‘후당’이라는 나라를 세운 이준욱에게 죽임을 당해 후량국은 사라지고 만다. 배신은 배신을 낳는다는 세상 이치의 증거다. 남을 배신하면서 자신은 배신당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기술만 있으면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맞는 말이다. 순돌이 아빠로만 살겠다면 말이다.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믿지 못할 사람은 중용되지 못한다. 여포처럼 잠시 이용되는 하수인으로 살 수밖에 없다.


리더를 위한 교훈


리더의 큰 고민 중 하나가 유능한 사람을 구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유능하고 믿을 수 있으면 더 좋다. 그런 인재는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찾고 골라내야 한다.


첫째, 가려 뽑아야 한다.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은 선발과 발탁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하던 실력은 훈련으로 쌓을 수 있으나 인품은 새로 가르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에 해를 끼칠 인재(人災)는 걸러 낼 지혜와 방법은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곁에 두지 말아야 할 인재의 특징 열 가지를 1) 조직과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 2) 혼자 밥 먹는 사람, 3) 평론과 컨설팅을 즐기는 사람, 4) 자기 세력을 모으는 사람, 5) 조직 내에서 사적인 인맥을 챙기는 사람, 6) 말을 많이 옮기는 사람, 7) 상황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 8) 설득하지 못하고 설득당하기만 하는 사람, 9) 자기 계발에 관심이 없는 사람, 10) 사람을 이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제시하기도 한다. 모두 성품이나 습관, 행동이 잘못된 사람들이다. 능력이 뛰어나고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인재라 할지라도 인격과 품성, 올바른 행동이 아닌 인재는 조심하라는 의미다.


둘째, 이익이나 성취를 위해 악과 결탁하지 말아야 한다. 유비가 승냥이 같은 여포를 받아들인 것은 자신의 인의도 보여줄 수 있고 여포의 무공을 이용할 수도 있으니 양수겸장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자신의 근거지를 빼앗기는 것이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나쁜 수단도 쓸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위험한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 산다. 그 관계는 약속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약속들은 지켜지기도 하고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배신도 일어난다. 과연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마도 그 첫 단계는 우리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포는 그 관계들을 자기의 이익으로 가는 징검다리쯤으로만 생각한 것 같다. (完)


<2021.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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