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띠띠 동갑

소녀, 심장이식을 받다.

by 김한우리

2년 전 유난히도 추운 겨울 어느 날 소녀를 만났다.

삐그덕 소리 나는 침대 생활을 하다가 럭키하게 2인실로 병실을 옮길 수 있었다.

리모컨으로 조절하는 침대로 오니 마치 5성급 호텔에서 대접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괜히 신이 났다.

2인실이 얼마 없는 관계로 하루 만에 옮겨졌으니 그날은 럭키한 날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한 소녀도 나처럼 다인실에서 2인실로 병실을 옮겨 이사를 왔다.

슬쩍 보니 주인공 소녀는 ‘호~’하고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아주 야리야리한 소녀였다.

팔에는 링거가 꽂혀있고 셀프용 산소호흡기를 끼고 웃으며 나에게 ‘안녕하세요~’한 그 모습이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생하다. 그 소녀는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였다.


심장이식

어쩌면 심장 수술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흔하지 않고 쉽게 볼 수 없는 수술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심장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소녀는 너무 평범했다. 갑자기 폐렴이 걸려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심장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방 병원에서 서울로 옮겨진 케이스이다. 후천적 심장병도 있다는 걸 소녀 때문에 알게 되었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병실은 참 따뜻했다. 가끔씩 소녀가 컵라면을 끓여준다고 자기 침대로 날 소환시키면 소녀는 나를 위해 라면 한 끼를 소박하게 플레이팅 해서 내놓곤 했다. 심장이식을 기다리면서 병원생활만 3개월째라고 하니 병원 밖을 나갈 수 없는 소녀에게는 유일하게 병실에서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취미가 요리라고 했다. 그래서 난 라면이랑 밑반찬을 종종 얻어먹곤 했다.

소녀의 손을 잡고 있으면 온기가 없었다. 팔에 링거를 꽂고 주사를 맞아서 소녀의 가녀린 팔과 손등은 처참했다. 온통 상처 투성이에 멍자국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건 소녀의 마음은 밝았다. 나에게 늘 희망을 이야기 해준 소녀.

자신의 꿈과 미래를 나에게 말해주는 소녀. 항상 소녀는 웃고 있었고 그리고 씩씩했다.

고작 소녀와 일주일 동안 2인실에서 함께 생활하고 지내다가 난 퇴원을 하게 됐지만 그 시간 동안 소녀의 온기로 따뜻한 시간이었다.

소녀는 과연 심장 이식 수술을 할 수 있을까?

소녀의 꿈과 희망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마음이 찌릿하면서도 그 끝은 창대할 거라 믿었다.



퇴원을 하고도 소녀와 종종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이제 심장이 많이 망가지는 것 같다며 병원에서 VAD 수술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VAD는 심사를 받아야만 그 승인 결과에 따라 수술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니 수술을 제안받았다고 해도 모르는 일이었다. 얼마 뒤 소녀는 VAD 승인을 받아 수술을 받게 되었다. 심장이식을 받기 위한,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고속으로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다섯 걸음조차 숨이 차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걸어야만 했던 소녀에게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VAD 수술이 진행되고 한 달 뒤 소녀에게 공여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장이식 공여자

소녀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병원생활을 하고 꼬박 9개월이 돼서야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었다. 소녀의 말로는 7년을 기다린 사람, 입원하자마자 바로 이식받은 사람, 다양한 사람들의 정보를 듣고 본인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9개월 만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공여자분의 삶은 어떠셨을까?


죽음이란 벽 앞에 우리는 당당해질 수 있을까?

누구에겐 절망이었고 누구에겐 희망이 된 삶과 죽음..

죽음 끝에 삶이 존재하는 걸까? 삶의 끝에 죽음이 존재하는 걸까?



아직 어린 소녀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도록 더 나아가 꿈을 위해 달려갈 수 있도록..

그리고 소녀에게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세상과 마주하며 살아가길.. 응원한다.



VAD(심실 보조장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처)

바드(Ventricular Assist Device, 심실 보조장치)의 약자인 VAD를 말한다.



환자 좌심실의 심첨부에 카테터(도관)를 삽입해서 심실 보조장치로 보냈다가 심실 보조장치 혈액이 차면 대동맥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다. 좌심실 외에 우심실에도 설치할 수 있고 좌심실과 우심실에 다 설치할 수도 있다. 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연결되기 때문에 크기가 작고 배터리로 작동될 수 있다고 한다.

-네이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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