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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소공 Dec 13. 2024

25. 내가 사주 명리학에서 배운 것들!

내가 운명 공부를 시작한 것은 궁금증 때문이었다. 도대체 내 인생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두렵고 불안했다.


그런 불안 때문에 잠을 못 이루던 어느 날 밤,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다. 운명을 키워드로 뭔가를 찾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글의 말미에 어떤 철학관의 광고가 떠 있었다. “미래가 궁금하지 않으세요?”라는 문구와 더불어 운명을 상담해 준다고 되어 있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명리학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본인은 ‘적천수’를 공부했다고 했다. 우리의 생년월일에 운명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사주 명리에 대해 아는 바는 없었지만, 고대 동양 철학이라는 말에 좀 혹했던 것 같다. 신점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심했지만, 동양철학은 뭔가 근거가 있어 보였다.


다음 날 아침에 나는 그 철학관으로 전화를 했다. 당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 전이라 전화 상담을 주로 하던 시점이었다. 생년월일을 묻기에 불러주고 잠시 기다렸더니 전화가 왔다.


그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을미일주’라는 점을 언급했다. 딱히 희망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나쁜 말도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희망적인 쪽에 더 가까웠다. 내가 사주를 공부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문제, 즉 이 소송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언제쯤 내 손에 돈이 들어올 지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은 없었다.


또 한 곳에 전화를 했다. 이 사람은 대뜸 ‘백호살’을 언급했다. 그리고는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식으로 말했다. 혹 떼려다 혹을 하나 더 붙인 꼴이었다. 기분이 영 거시기했다.


내 일주와 백호살을 넣어서 인터넷에 찾아봤다. 여러 가지 내용이 나왔다. 좋은 점도 있었고,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이들의 말 중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헷갈렸다. 차라리 내가 공부해서 찾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사주 명리 공부하는 곳을 찾았다. 우연히 온라인 줌 강의를 알게 됐다. 상당히 유명한 분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 6개월 정도는 재미있었다. 오행의 특성과 조합에 따라 내 성향과 남편의 성향, 그리고 딸아이의 성향을 풀이하면서 신기했다.


남편이 가진 어떤 성향 중 ‘감기 한번 앓지 않고, 건강을 자신하다가 한 번에 푹 꼬꾸라진다’는 부분에선 무릎도 쳤다. 어떻게 이렇게 잘 맞지 싶었다. 남편이 가진 오행이 전부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 나선 ‘역시 우리는 천생연분이었네’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남편은 내 귀인이 분명해 보였다.


사주에 ‘돈의 그릇’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돈을 많이 벌 수는 있지만, 돈을 담는 그릇은 부족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돈이 스쳐 지나가는 사주, 부자로 살기엔 역부족인 사주였다. 뿌리가 단단하지 못하고 내 힘이 약해서라는 설명도 있었다.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알고 나니 미련을 버리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냥 ‘나는 이런 운명을 타고 난 거야’라는 심정으로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사주 공부가 도움을 줬다. 남편이 벌었지만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3분의 2 이상 빠져나갔던 그 돈은 그냥 남편의 몫도, 내 몫도 안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다.


사주 공부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보다 딸아이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된 점이었다. 불안과 걱정이 많은 딸아이의 성향을 이해하고 나니, 엄마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였다. 지지와 응원이 필요한 아이였다. 더 이상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냐”라고 닦달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아이의 반듯함에 대한 믿음도 생겼다.


유난히 밝지만 비교와 허세가 심한 친구의 성향을 알게 되니, 그동안 불쑥불쑥 올라오던 비난의 마음이 사라졌다. 자상하면서도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상대방을 찔렀던 지인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그렇게 1년 넘게 지속된 내 사주명리학 공부는 나와 딸아이의 기질, 주변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하는데 그쳤다. 다가올 미래의 운명은 알지 못한 채 끝내고 말았다. 내가 도인의 경지에까지 이르면 모를까, 안 그러면 알 수 없는 게 미래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도인의 경지’란 부처님처럼 우주의 이치를 깨달아 시공간의 경계를 벗어나는 경지였다. 그러니 책으로 사주공부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의 운명을 ‘제대로’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사주 명리는 시시각각 바뀌는 우주의 변화를 연월일시로 나누어 개인의 운명에 대입해서 보는 학문이다. 연월일까지는 가능하지만, 시간의 미세한 변화까지 어쩌지는 못한다. 현재의 사주 명리는 12시간을 기준으로, 2시간 단위로 끊어서 파악한다. 그 2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우주의 에너지가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아는가?


어떤 명리학자가 그랬다. 사주가 같은데 다른 운명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고? 그 학자는 ‘엄밀히 말하면’ 태어난 시간이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2시간 단위의 현재 시스템으로는 그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누군가가 사주 명리의 시간대를 1분이나 10분 단위로 쪼개서 분석할 수 있다면 좀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내가 주목한 또 다른 문제는 우주와 우리 무의식의 밝혀지지 않는 부분에 있었다. 우주에서 밝혀진 부분이 겨우 5%, 우리 의식에서 밝혀진 부분도 겨우 5%라고 했다. 그러니 우주든, 의식이든 밝혀진 5%만으로 우리 운명을 과연 파악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숭산스님의 말씀대로 ‘오직 모를 뿐’이라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여기에 인간의 자유 의지와 영혼까지 대입하면 지금까지 알려진 사주 명리만으로 인간의 운명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사주 명리 무용론을 펼치려는 것은 아니다. 사주 명리는 잘 배우기만 하면 유용한 학문이다. 자신의 기질과 성향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기 하나를 더 장착한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어떤 학문이 몇천 년 동안 존속해 왔다면 그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다고 본다.


유독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공부하라고 등 떠미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나가서 친구들과 놀라고 강요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주로 사람의 이런 기질을 분석해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명리학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요즘 유행하는 MBTI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다.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씨는 사주 명리를 정신과 상담에 접목해 개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주 명리란 틀 속에 나 자신을 가두기는 싫었다. 내가 찾고 싶은 것은 결국 희망이었는데, 사주 명리만으로는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 사주 명리로 운명을 확실히 아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지만,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내가 바꿀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주를 배우면서 사주 선생들의 인간적 한계도 보였다. 나는 일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접한 무료 강의를 제외하고, 주로 두 명의 선생에게 유료로 사주를 배웠는데, 그 두 명은 모두 자신의 사주에 맞게 강의를 했다. 한 명은 관(틀, 규칙)을 너무 무시했고, 한 명은 돈을 너무 신봉했다. 두 명 모두 남의 운명을 함부로 대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주를 어떤 틀에 끼워 맞춘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 역시 사주를 배울수록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였다. 남의 운명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찾기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욕구를 나 역시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회의감에 젖어 있을 때, 나는 정목스님을 통해 <운명을 바꾸는 법>이라는 책을 알게 됐다. 운명이 정수라면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대부분의 명리학자들이 운명은 바꿀 수 없다고 믿는데 반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이 말은 상당히 솔깃했다. 나는 사주 공부를 통해 어렴풋이 내 단점이 곧 내 소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만, 그걸 어떻게 바꿔야 할지 몰랐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내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운명 바꾸기 프로젝트’로 다시 희망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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