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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욱 Feb 12. 2022

전표는 어떻게 기록할까?

스타트업을 위한 회계 (5)

한 편의 글을 쓰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 문장이라도 쓰기 시작해야 하겠죠. 그렇게 여러 개의 문장이 모이고 모이면 비로소 한 편의 글이 완성됩니다.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글 속의 문장 역할을 하는 것이 여기서는 '전표'라고 합니다. 여러 개의 전표가 모여서 하나의 재무제표가 되는 것이지요. 회사가 사업을 하면서 일어난 여러 경제적 사건, 이를 테면 물건을 샀거나, 내가 가진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등의 행위를  하나씩 기록해 준 것이 전표입니다.


주어나 서술어 같은 필수요소들이 들어가서 일정한 원칙을 갖고 써야 하나의 완전한 문장이 되는 것처럼, 전표를 기록할 때도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어요. 일반기업회계기준이든 국제회계기준이든 '복식부기'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전표는 두 개의 영역의 나뉩니다. 가운데 선을 쫙 그어주고서 왼쪽에는 차변, 오른쪽에는 대변이라고 써줍니다. 차변과 대변을 영어로 하면 각각 Debit과 Credit이라고 하는데, 직불카드를 의미하는 Debit Card와 신용카드를 의미하는 Credit Card로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편할 것 같습니다. 직불카드는 내돈내산하며 긁는 것이고, 신용카드는 카드사에 빚져서 긁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Debit, 즉 차변은 자산이 있는 쪽을 얘기하고, Credit, 즉 대변은 부채가 있는 쪽입니다.


차변과 대변을 나누어 봤고, 이제 그 안에 어떤 항목이 들어가는지 다시 한번 정리해 볼게요. 자산 항목은 당연히 차변에 들어갈 테고, 부채 항목도 당연히 대변 항목에 들어가겠죠. 그런데 '자산=부채+자본'이라는 법칙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자본 항목도 부채와 함께 대변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손익계산서의 수익과 비용은 어느 쪽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차변에는 비용이, 대변에는 수익이 들어가요. 수익에서 모든 비용을 뺀 최종 이익, 즉 '당기순이익'이 결국은 자본으로 편입된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만, 자본이 대변에 있기 때문에 수익도 대변에 인식해주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수익의 반대 개념인 비용은 자연스럽게 차변으로 들어가고요.


그럼 전표를 기록하는 예시 몇 가지를 보겠습니다. 농장주인에게 500원을 주고 사 와서 재고로 보관하고 있던 사과 1개를 손님에게 팔고 1000원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경제적 사건이 동시 발생합니다. 500원어치의 상품 재고가 팔리면서 매출원가가 된 것이고, 손님에게 1000원을 받고 팔아서 그만큼 현금이 늘어난 겁니다. 이걸 전표로 기록해보면 아래와 같아요.


그러면 차변(왼쪽)에 부채, 자본, 수익이 들어간다거나, 대변(오른쪽)에 자산과 비용 항목이 들어가는 건 절대 안 되는 걸까요? 물론 서로의 마이너스 값이라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100원의 자산이라면 차변에 기입되지만, 자산 100원을 차감해주는 거래, 즉 -100원의 자산이라면 대변에 100원을 기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0원으로 차변 항목에 기입하는 것도 가능하니, 실무적으로 편한 방법을 따르시면 됩니다. 그럼 이상을 정리해서 표로 보여드릴게요.


그런데 한 가지 눈의 띄는 게 있지요? 자산, 부채, 자본은 자기들끼리도 잘 어울리는데, 수익과 비용은 전표에서 하나의 짝으로 기록할 수 없어요. 은행에서 돈을 만원 빌리면서(부채) 현금이 늘었다(자산), 그래서 자산과 부채가 각각 1000원씩 늘어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수익과 비용은 완전히 반대의 개념이어서 이게 동시에 늘어나거나, 동시에 줄어드는 거래는 없거든요. 한 가지 행위로부터 매출 1000원과 비용 1000원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혹시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 그런 걸 보지 못했는데, 혹시라도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 아까처럼 '사과를 사 와서 다시 팔아 돈을 벌었다'는 경우도 '사과를 산 것'과 '사과를 판 것'이라는 엄연히 다른 두 개의 행위가 조합된 결과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한줄 요약 : 전표는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고, 차변에는 자산과 비용, 대변에는 부채와 자본, 수익을 기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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