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회계 (6)
재무상태표에서 자산과 자본은 UP, 부채는 DOWN, 그리고 손익계산서에서는 수익과 이익은 UP, 비용은 DOWN 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좋다는 얘기를 했었지요. 그래서 자산과 수익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부채와 비용이 많아지는 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변에 자산과 비용 항목이 들어가고, 대변에는 부채와 수익 항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유념해서 봐야 합니다. 비용으로 들어가야 할 거래를 자산으로 인식한다거나, 부채로 들어가는게 맞음에도 매출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실제보다 회사의 경영 상태가 더 좋은 것처럼 보이게 되겠지요. 그 정도가 심하면 회계감사를 받을 때 커다란 리스크가 될 뿐만 아니라, 자칫 분식회계의 이슈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표를 기록하고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는 자산과 비용, 부채와 이익을 실질에 맞게 정확히 넣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볼께요. 한 외주업체에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을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착수금으로 100만원, 개발이 다 끝나면 200만원을 주기로 계약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모든 수익과 비용은 용역이나 재화를 제공받을 권리나 제공할 의무가 모두 완료되었을 때 완전히 인식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가령, 사과를 팔아서 그 사과의 소유권이 완전히 손님에게 넘어가면 '매출이 생겼다'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착수금 100만원은 아직 용역의 제공이 완료되기 전이므로 아직 비용 인식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선급금'이라는 자산 항목으로 잡아요. '용역을 제공받을 권리' 자체를 자산으로 보는겁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이 끝나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회사는 잔금 200만원을 치룰 건데요, 이때 선급금으로 잡았던 100만원과 잔금 200만원을 합한 300만원이 비용으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회사가 선급금을 비용으로 대체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100만원만큼 회사의 자산은 부풀려지고, 비용은 100만원이 줄어들어서 결과적으로 이익잉여금이 100만원 부풀려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만약 이게 단순히 100만원이 아니라, 10억, 100억, 그 금액이 훨씬 크다면 그만큼 문제도 커질 수 있겠지요.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면 '대여금'이라는 자산 항목으로 인식하는데,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 그것도 비용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물건을 팔고 돈을 받기로 한 매출채권인 '외상매출금'도 대금 회수가 어려워 보인다면 비용으로 바꿔줘야 할거고요. 기계설비를 사들이고 '유형자산'으로 인식했는데 기계가 고장나서 못 쓰게 되었다면 그것도 비용으로 제때 대체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바로 적시에 해주지 않고 점점 누적되다가 나중에 회계감사 때 확인되어 한번에 비용으로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무시무시한 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채와 수익 항목에도 조심해야 할 리스크가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부채 항목의 '선수금'입니다. 선수금은 아까 얘기한 선급금과는 반대로, 용역이나 재화를 제공해주기로 하고 미리 착수금을 받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돈은 미리 받았지만 '용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으니, 이것을 부채로 본 거에요. 그런데 일을 다 해주지도 않았는데, 돈이나 세금계산서를 미리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선수금을 잡지 않고 바로 매출로 인식해버리는 오류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매출은 부풀려지고 부채는 과소 반영되어서 재무제표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 겁니다.
차변에 오는 자산과 비용, 대변에 오는 부채와 수익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반대 방향이므로 거래의 실질을 정확히 파악하여 반영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자산은 언제라도 비용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해요. 착수금을 주면서 잡은 선급금은 거래가 완료되면 비용으로 바뀔 것이고,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주기에 유형자산으로 잡은 기계설비가 어느 순간 고장이 나서 손상 비용으로 바뀌는 것처럼 말이죠. 자산에서 비용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