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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Apr 01. 2020

제주의 마을활동가 황아미

듣는연구소 읽는보고서 -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의 사회적기반 #3-4

황아미는 제주시 한림3리에서 마을활동가 일을 하고 있다. ‘마을활동가’라고 하지만 그는 이 마을이 아니라 옆마을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 시켜서라거나, 생계 때문에 이곳에서 활동가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가 이 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서울에서 인테리어와 관련된 일을 하던 아미 씨는 사람들과의 관계, 몸과 마음이 힘든 날들을 보내다 무작정 제주도로 내려가 쉬기로 했다. 연고도 없이 내려간 제주도였다. 제주도에서도 한적했던 한경읍 고산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 일자리를 얻어 3개월을 지냈다. 그러던 중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사정으로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닫게 되면서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날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서 “무조건 다시 제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오게 된 제주에서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일로 시작했던 마을활동

제주에 내려와서 얻은 일자리가 마을만들기 회사에서의 일이었다. 마을만들기라는 일이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마침 그의 전공인 조경 쪽 사람을 채용한다는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2013년 10월부터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 때 사업지가 한림3리였다.      


지금 있는 한림3리 마을만들기 일은 회사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회사에서 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한림3리 마을만들기 일을 했어요. 그래서 회사를 다니고, 옮기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7년 동안 쭉 그곳에서 마을만들기 일을 했는데, 재작년 12월에 16억 사업계획서를 올려서 국비를 받아왔는데, 그걸 다시 주민들과 계획을 세우고 역량강화하는 부분을 올해부터 시작이여서, 진행하려면, 다시 제안서를 내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데 그게 떨어져서 제가 한림3리에 마을 사업을 계속 할 수는 없게 되었어요.     


한림3리의 꿈은 자립형마을복지가 가능한 복지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한림3리는 제주도 내 260개 마을 중에 인구와 면적이 제일 작고 노인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마을 내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마을만들기 회사들은 그런 상황에서 지원사업에 의존하다 지원이 종료되면 떠나갔다. 그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회사에서 했던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이 종료된 후에 회사에서는 철수하려고 하지만, 그리고 그것도 회사 입장에선 이해가 되지만, 저는 그게 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마을 주민들 만나서 설득하고, 이야기를 모으고 해 나갔던 부분이 있고.   


 주민들은 잘해보자라는 의지가 넘치는 마을이거든요. 근데 돈이 없고, 땅이 없어서 마을사업을 못한다는 것이. 그래서 그 후에도 쭉 한림3리 마을만들기 일을 하게 됐어요. 


회사의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는 별도의 임금도 없이 퇴근 후 시간에 마을의 일을 함께 하다가, 최근에는 회사를 나와 개인사업자를 내고 프리랜서처럼 일하고 있다. 


한림3리 전경 © 황아미


몇 년간의 인연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미 씨는 굳이 한림3리에 자리를 잡아 살거나 하지 않는다. 일과 삶이 분리되기를 원하기에, 사는 곳을 그 옆동네의 가장 한적한 곳으로 골랐다. 자신이 사는 동네 사람들은 그가 옆 마을(한림 3리)의 마을활동을 하는 것도 모른다고 한다. 한림3리 사람들에게도 아미 씨는 알 듯 말 듯한 존재이다.
 

아미 씨는 마을 분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마을에 이로운 일들을 이것저것 해 주는 사람, 마을에 행사나 큰일을 치룰 때 도와주는 사람으로 알고계시죠. 우리 마을이 가난한데 넌 뭐먹고 사냐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제가 마을활동가라는 걸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죠. . 물론 사무장님이나 이장님 분들은 아시겠지만 … (중략) … 근데 저 아이는 마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아이라는 건 아시는 거 같아요.    

 

'제주에 정착했는데 애매한 사람'

일터에서 동료는 이장님과 사무장님 외에는 떠오르지 않지만, 일 하다가 막히는 게 있을 때에는 제주도 내의 마을활동가나 육지에 있는 마을활동가들에게 묻는다. 마을활동가들이 동료나 지지자로 여겨진다. 일 외에 제주도에서 심리적으로 교류하고 의지하는 사람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내외나 제주나 서귀포에 사는 동생들, 취미로 참여하는 정원모임 회원들이 있다.      


그는 자신이 ‘제주에 정착하고 싶은데 애매한 사람’ 이라고 느낀다.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할 수 있는 일을 내어놓고 교류하는 장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제주로 부터 받은 것이 있어 나누고 싶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꺼내어 놓을 장이 없었던 사람들이 연결되고 연대하여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제주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보다 즐겁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얘기해보면 나도 제주에서 받은 게 있으니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걸 꺼내놓을 기회나 장이 별로 없어요. 개별적으로 누가 누구를 도와주는 형태로는 이뤄지는데, 뭔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내놓고 교류하는 장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기반을 고민

생계를 위한 인건비가 잘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고민도 있다. 지난 7년간 확인한 것은 개인적으로 마을 활동가로 살면서 생계비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모두의 노력으로 마을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 짜릿함을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볼 힘도 생긴다. 한림3리만 해도 리 사무소를 신축해 1층에는 마을 빵집이 생기고, 목욕탕과 공동주방이 있는 복지센터 건립도 눈앞에 두고 있다. 요가 프로그램이 생기고, 매년 마을 축제를 여는 등 마을활동의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들도 생겼다. 때문에 아미 씨는 생계의 기반을 다른 일을 통해 확보하고 마을활동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7년 동안이나 제주에 살고 있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과 한림3리 주민과 맺은 관계 때문이다. 그리고 마을활동가로서 자신이 한 일들이 마을에서 하나씩 성과로 이뤄지는 것을 볼 때 활동을 이어갈 에너지를 얻는다.    


어느덧 한림3리는 아미 씨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 되었다. 장기적으로는 그 마을에 살면서 생계 기반을 가진 상태에서 마을활동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마을활동을 하는 것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루기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행을 위한 여러 상황들이 나쁘지 않지만 망설여지는 것은 육지에 사는 부모님 생각 때문이다. 언젠가는 고령의 부모님을 돌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제주에 땅을 일구며 정착하겠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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