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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Mar 30. 2020

영도 사는 심바

듣는연구소 읽는보고서 -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의 사회적기반 #3-3

듣는연구소 읽는보고서 - 지역으로 이주하는 청년의 사회적기반 #3-3


심바는 33살로 기혼자이며 부산 영도구에 살고 있다. 작은 단독 주택을 사서 리모델링해 <심오한 집>이라는 커뮤니티하우스 겸, 지역 내외의 청년들을 위한 거점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시민활동을 하면서도 직업으로서의 일이 아닌 새로운 활동을 자유롭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려면 생활에 드는 여러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여러 곳을 후보지로 놓고 생각하다 남편의 활동지인 부산을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바다가 보이는 집을 찾아서


부산 지도를 펼쳐놓고 '바다가 보이는 곳'이어야 한다는 조건만 생각하며 몇몇 곳을 표시해 놓고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직접 집을 보러 다녔다. 남편의 활동지가 부산이었지만 대도시인 부산에서 그것은 생각보다 큰 메리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발품을 팔아가며 집을 보러 다니던 중 부산의 영도 지역에서 맘에 드는 (바다를 바라보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 영도에 자리를 잡는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말렸다고 한다. 영도는 부산에서도 외진 곳으로 여겨졌고, 구 시가지로서 생활도 불편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영도가 가진 그런 예스러운 분위기가 오히려 심바와 남편의 걸음을 잡아끌었다.      


영도는 상대적으로 집값도 싸고. 부산에서 영도는 사람들의 인식 상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집값이 싸고, 바다도 보이고. 시내랑은 20분 차로 10분이면 어디든 갈 수 있고 대형마트도 있지만. 영도 자체의 동네 분위기 같은 것도 좋고. 조용하고 고즈넉하고 아직 사람이 사는 동네라는 분위기가 좋았다.


심오한 집 옥상에서 바라본 모습, 정말 바다가 보인다!


부산이 큰 도시라고 하지만 심바가 살던 서울과는 차이가 컸다. 일반적인 연극이나 전시 같은 것은 물론이고, 혹시 다양성 영화나 다큐 같은 것이 개봉을 해도 부산에서는 자주 볼 수가 없었다. 문화적인 것뿐 아니라 도시가스나 상하수도 시설 등이 안 된 동네도 있는 등 기본적 인프라가 차이가 난다는 것을 부산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제도와 사람의 차이 등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는 차이들을 느꼈다.   

  

부산이 제2의 수도라는 것은 거짓말인 거 같아요(웃음). (제2의 도시라 하더라도) 1과 2의 차이가 어마 무시하게 나는 것을 깨달았고.

제가 옛날에 지역 청년들 만나러 다니는 프로그램 했을 때 지역 친구들이 차이가 많이 난다 인프라 없다 이런 이야기 했을 때 저는 뭐가 얼마나 차이 나나 했는데 정말 사실이었다. … (중략) … 부산이 산꼭대기 많이 사는데 저희 바로 위의 마을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쓰다가 작년에서야 상수도를 쓰기 시작한 이런 것들에 충격이 조금 있었다. 그리고, 사람으로서는 사람들이 서울이랑 다른데. 약간 좀 처음에 강하게 막 이야기하고, 약간 사투리가 심하고 강하고 그러니까 그런 것도 너무 좀 달랐었고.     


'서울깍쟁이'의 부산 적응기


제도적으로도 인적으로도 적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었다. 지역 출신인 남편을 의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누군가와 관계 맺고 적응해 간다는 것은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낯선 곳에서 누구에게나 싹싹하고 친절할 수만은 없는 것인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서울깍쟁이'로 소문이 나있었다. 시댁이나 가까운 누군가라도 있었다면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겠지만, 그런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지역에서 “예쁨을 받는다”라고 느낄 정도로 주변의 할아버지, 할머니 등 주민들과 관계가 나아졌다. 마을의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명절에는 음식이나 선물도 챙겨드리고, 도시재생 등 사업 안에서 기획서를 작성하는 등 역할을 도맡아 하며 신뢰관계를 쌓아나갔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들 보다는 할머니들이 심리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져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최근에는 매년 진행하는 작은 영화제 프로그램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고부간의 이야기를 담아낸 ‘B급 며느리'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을 같이 보기도 했을 정도다. 심바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던 것 같냐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자연스럽게 주민으로 살기 위해서 목적 있게 다가간(웃음)... 주민으로 살기 위해 목적이 게 다가간 게 맞죠. 내가 여기서 일 년 살고 갈 사람은 아니니. 전세나 이런 게 아니니. 어쨌든 여기서 나는 살아야 하고. 그들은 토박이고. 여기서 불리한 건 나고. 그러니까 목적있 게 다가간 건 맞는데 지금 마을 회의나 참가하고 하는 건. 사업이 끝났다고 관계가 끊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웃처럼 가는 거죠.  … (중략) … 만약 마을 회의 회장님이 만약 제가 간다고 했는데 전화 안 받는다 그럼 걱정이 되는 거예요. 이분이 혼자 사는 노인인데 정정하시지만 혹시나 쓰러졌을 수도 있으니까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런 거 보면 이제는 다 떠나서 인 거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잘 살고 말겠다는 목적이 있었는데.(웃음)     


심바는 영도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최근에 “심바는 영도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으니 자신이 영도에 정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심오한집'을 운영하며 부산과 영도 지역을 탐색하려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누군가 지역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때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덜 겪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와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꼭 지역주민들과 교류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포함시킨다.      


영도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과 새벽 등산을 하고 오는 길
저희 집에만 있으면 그렇게 어른들과 엮일 것은 없으니 오다가다 만나는 어르신들만 소개해드렸는데 그때는 마을 안에서 살아야 하니 마을 안에도 젊은 사람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도시 재생하면 사람들이 엄청 왔다 빠지고. 젊은 사람을 일하러 왔지 주민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잖아요. 그리고 벽화 그리러 왔다가 실수도 했었나 봐요. 그런 거라든지 마을 물을 흐린다. 슬리퍼 끌고 다니는 거 꼴 보기 싫다 이런 거가 있었어요. 우리는 마을살이를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그분들과 만나는 프로그램 해서 얼굴도 익히고 공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진행했어요. 그거 할 때 마을 분들 인식이 좋아지셨고. 


이제는 영도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생기고, 외부 청년을 위한 탐색뿐 아니라 영도에 살고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동네 친구를 연결시켜주는 활동도 한다. 최근에는 초 고령화된 사회인 영도에서 청년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느낌마저도 받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이곳의 청년들과 무언가를 해보는 경험을 쌓아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이 주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그런 영도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심바의 내러티브가 담긴 '지역사회 기반현황 연구 결과보고서'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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