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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걸린 셈이다.
내가 대학시절에 접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도답사 일번지인 해남, 강진, 영암을 찾아 가는데 걸린 시간말이다.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느라 그랬다고 핑계를 댈 수는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남도보다 훨씬 먼 외국도 가끔 여행했으면서 정작 몇시간 거리인 우리 땅 남도에는 가보지 못했다.
남쪽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먼저 남도답사 일번지 생각이 났다. 우연인지 책이 발간된 지 30년이 되는 해였다. 책을 다시 찾아 읽으며 집에 올라가지 않는 주말을 기약했다. 남도의 봄빛을 예찬한 유홍준 교수님의 말을 따라 4월 어느 푸르른 주말에 나는 드디어 남도답사 일번지로 떠났다. 강산이 세 번 변하고 나서야 떠나는 나의 남도 문화유산답사다.
나는 문화유산에 대한 식견이 없다. 기껏해야 옛날 국사책에서 배웠던 것 중 암기식 학습의 결과로 기억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 정도를 알 뿐이고 특히 미술사적 안목은 없다. 유홍준 교수님이 말씀하신,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와 이 책을 통해 당시 사람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회자되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에 의거한다면 아는 것이 적은 내가 스스로 많이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은 철저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따라 한 나의 답사기이다. 답사 장소는 모두 책에 나온 곳을 선택했고,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며 저자의 설명을 기준으로 찾아보고 생각해보고 느끼려고 했다. 무려 30년이 흘렀기 때문에 달라진 것이 많았다. 나의 답사기는 그 때 그 문화유산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가에 대한 답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목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따라하기이다.
"따라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30년 후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