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설집, 두 편의 소설을 엮어봅니다.
'결핍이 나를 말한다면'은 어쩌면 가제이다. 시와 에세이를 토하듯 써내며 부크크 책을 만든 이후론 이렇다 할 브런치 활동이 없었다. 결혼과 이직과 퇴사, 여러 삶의 굴곡을 겪으며 '글 쓸 여유'라는 것에 변동이 생겨서다. 그건 천천히 글자를 엮을 심적 여유의 상실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불평하듯 써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하며 호흡이 긴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출퇴근 길에 말들을 되뇌다 시를 쓰게 됐더랬다. 백수의 시간을 맞게 된 무자녀 기혼 여성은 이 김에 숨을 고르고 다시 긴 글을 썼다. <잠입>을 쓰면서 태어난 이후부터 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동안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멈춰야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비뚤비뚤한 발자국으로 걸었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 요인이 어떤 결핍으로 인한 것인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요즘 내게 다가온 깨달음이다.
그럼에도 겨우 3만 자에 해당하는 <잠입>의 분량으로 인해,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완결해 본 단편소설 <아담의 이브화>를 수면 위로 꺼내보기로 한다. 국문과 수업을 복수전공으로나마 훔쳐 듣던 대학생 시절, 나는 그게 훗날 페미니즘과 연결될 수 있는 요소인지도 모르고 감히 '아름다움을 비정상적으로 흠모하는 여성들과 순수를 원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썼다. 언뜻 보면 성별 갈등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각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고, 서로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에 대한 내용이다. 그때는 부끄러워 주제발표 시간에 '주제가 없다'라고 대답하기도 했지만 이 소설의 주제는 분명하다. 이 또한 결핍에 관한 이야기다.
처녀작과 가장 마지막 작품(어쨌든 지금이 살아있는 최후의 날이니)이 모두 닿지 않을 순수에 대해 말하고 있다면, 어쩌면 '결핍이 나를 말한다면'은 최종 제목이 될 수도 있겠다. 누구나 자전적인 결핍으로 글을 쓰니 너무 당연한 발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결핍이 나를 말해왔다면 별다른 방도는 없다.
열어가는 이 글을 시작으로 중편 <잠입>과 단편 <아담의 이브화>를 적절한 분량으로 나눠 일간 연재식으로 올리고 브런치북을 엮을 계획이다. 시가 참 어려웠던 내게 문학생활의 시작은 단연 소설이었다. 지금껏 가벼운 시와 에세이를 업로드해 왔지만, 브런치북 소설부문 공모 신설을 핑계로 짝사랑을 고백하듯 소설을 공개하오니, 모쪼록 독자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