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그날 상춘은 좀처럼 하지 않는 실수를 했다. 캐리어에 유리로 된 모니터 받침대를 한가득 실어 옮기던 중이었는데, 내리막길에서 그만 박스를 쏟아버렸다. 와장창 소리가 났다. 박스 밖으로 튀어나오진 않았지만, 캐리어에 다시 쌓는 내내 깨진 유리 조각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민첩한 편인지 둔한 편인지. 걸음이 빠른지 느린지. 팔 힘은 얼마나 세고, 화장실은 얼마나 자주 가는지. 일터에서는 반나절만 지켜봐도 알 법한 것이다. 나는 아빠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십수 년을 한 지붕 아래 있었지만 나는 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라진 아빠라는 사람을 찾아서 온 나는 흥신소 직원이자, 탐정이자, 경찰이자 변호인이다. 초인텔리전트함을 넘어 자긍심으로 가득 찬 나는 그의 사무실로 가기 전에 이 상가의 특성과 직원의 동태를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이곳은 규모가 큰 만큼 다양한 시설이 있다. 우선 4번 출입구와 가까이 위치한 인공공원은 약간의 나무가 심긴 거대한 흡연장이다. 파라솔과 벤치가 여러 개 있고, 사이사이마다 가래침과 담배꽁초가 가득한 재떨이가 설치돼 있었다. 이곳이 상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 같아서 얼른 후드를 뒤집어썼다. 아빠는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혹시나 잡담을 위해서 여기 있을 수도 있으니. 훑어보니 아빠는 없었지만 놀라운 점을 하나 발견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타인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분주함이 지배한 상가 안에서 흡연장은 정말 흡연하는 장소일 뿐이었다. 몇몇 아저씨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올려두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긴 했지만 대부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담배가 산소호흡기라도 되는 듯 연신 타르 연기를 빨아들이는 데 집중했다.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 사이에 (대학생으로 위장한)초인텔리전트 여고생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아주 조금의 의아스러운 마음이 생겼지만, 잠입 임무에는 아주 이로운 현상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보다 참을 수 없는 건 그들의 땀 냄새였다. 내 겨드랑이도 살짝 촉촉해지긴 했지만, 종일 물건을 날라야 하는 이들의 업무 특성상 여름만을 핑계로 댈 수는 없었다. 오히려 히터를 틀어 환기되지 않는 겨울의 상가를 상상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땀 냄새는 담배 냄새도 뚫고 내 코를 침투해 왔다. 흡연장을 벗어나서 좁은 골목을 걸을 때면 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만의 고유한 냄새가 코를 팍 찔렀고, 그건 그가 지나간 자리에 그라데이션으로 남았다.
층마다 위치한 휴게실에 앉아서 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한 만큼 치열한 곳이었다. 아빠가 돈을 벌어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테니까. 아니, 아니다. 저 굴다리 너머 신용산의 화이트칼라 오피스는 치열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나? 이건 치열함의 결과가 아닌 어떤 것이었다.
5월 14일
상춘은 옆 가게에 새로 온 배달 직원을 곁눈질로 훔쳐봤다. 전자상가의 배달 직원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그는 언뜻 봐서는 50대로 보였다. 키도 매우 작고 체격도 크지 않았는데 힘은 깨나 써서 일하는 데는 문제 없어 보였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카악-하고 가래를 끓는 습관이 있었다. 뱉을 것도 아닌데 실내에서 걸으면서도 자꾸만 그런 소리를 냈다. 한 번은 옆옆 가게에서 그에게 무어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방음이 전혀 되지 않고 같이 생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가 생활. 상춘도 그의 가래 끓는 소리가 싫었지만 그렇게까지 뭐라고 할 일인가 싶었다. 옆옆옆 상가 중국인이 통화하는 소리가 더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총 3개의 엘리베이터 구역과 계단 통로가 있다. 아니, 계단 통로는 찾아보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캐리어를 끌고 층을 옮겨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맨몸이거나 오를 층수가 적으면 웬만하면 계단을 이용하는 듯했다. 오후 3시가 되자 상가 뒤편에 화물차가 여러 대 도착했다. 각 상가의 배달 직원들은 택배 물량을 싣기 위해서 너도나도 캐리어를 끌고 박스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건물 내부가 혼란한 틈을 타서 아빠 가게를 슬쩍 엿보기로 했다. 우선 계단을 통해서 3층으로 올라갔는데 문제는 다음이었다. 각 상가는(물론 가게마다 다르지만) 크기가 아주 작아서 한 층에 100개는 족히 있을 것 같았는데, 그중에 3178호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로세로형이 아닌 대각선으로 이어진 갈래 길에도 2~3평짜리 작은 창고들이 각각의 간판을 달고 자리했다. 미로찾기를 하듯이 마음속으로 한쪽 벽면에 손을 대고 빙빙 둘러 걸어보기도 했지만 아까 본 화장실이나 계단 통로를 마주하기 일쑤였다. 맙소사. 상가 안에서 길을 잃었다.
“빌어먹을 놈의 새끼들 진짜”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몸을 숨기고 싶었는데 딱히 몸을 숨길 곳이 없었다. 후드를 쓴 채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찾았다. 옆 갈래 길을 살짝 쳐다보니 아빠가 허리를 짚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아빠!
“공휴일이나 쉬는 날 전날에 물량 챙겨 놓으려고 하는 건 알겠는데...”
“종류가 많거나 수량이 많으면 언질이라도 주던지, 그것도 이제와서 주문 넣으면 어쩌자는겨”
아빠는 잔뜩 화가 나 보였고, 다른 가게에 들러 동료와 하소연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쩐지 분주하게 물건을 나르는 사람만 있지, 구매하러 방문한 고객은 없는 것 같더니 쿠팡이나 온라인 마켓에 납품을 하는 게 주된 일인 듯했다. 건물 외관이 벽돌로 지어졌다면 내부는 박스로 지어졌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여기저기 포장된 택배 박스와 포장해야 하는 물건과 박스 뿐이었다. 박스 더미 사이로 숨어 서서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 낮추시게. 미수금 때문에 입점도 못하는 가게가 천지여”
“오늘 밥도 못 했는데 원 참. 조 팀장 들어왔을테니 밥 먹으러 가려는데 지금 어뗘”
“가, 가, 가! 밥은 먹고 일해야지. 오늘은 뭘 먹나”
“나 저기 물건만 갖다주고 1층에서 만나자고”
아빠의 뒤를 몰래 밟아서 마침내 3178호를 찾았다. 어이없게도 3층 휴게실과 그다지 멀지 않은 장소였다. 나는 휴게실에 몸을 숨겼다가 아빠가 식사하러 간 사이에 드디어 가게에 잠입할 수 있었다. 조팀장이라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러 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여기 어디에 몸을 숨기거나 다시 자리를 떠야 한다. 어쩌지... 급한대로 가게 사진을 서둘러 찍었다. 분주한 발자국 소리가 자꾸 들려 조 팀장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올까봐 속이 울렁거렸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비상계단으로 달려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은 생각보다 잘 정돈돼 있었다. 우선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시원한 공기가 불어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도 역시 재떨이가 설치돼 있어서 담배 연기를 피할 순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스모그처럼 날 따라다니던 땀 냄새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 초록색 페인트칠이 된 옥상 바닥은 건물 모양 그대로 하늘과 마주 봤다. 한 켠에는 몇 개의 운동기구도 놓여 있었는데 절반은 고장이 나 있었다. 그나마 철봉처럼 간단히 세워두기만 하면 되는 것들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철봉에 매달려보려고 했으나 오전 햇볕에 잔뜩 달궈진 쇳덩이에 손을 데고 말았다. 앗 뜨거!하고 큰 소리를 냈다가 입을 막았다. 그새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것처럼 빨간 자국이 생겼다. 갑자기 구토가 올라올 것 같았다. 큰 율마가 심긴 화분을 붙잡고 한참을 토했다. 점심에 먹은 빵 조각과 크림치즈가 섞여 진득한 토사물이었지만 이상하게 여기에서 내가 하루종일 맡은 땀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토 냄새, 땀 냄새, 사람 남새... 아마도 너무 많은 남새에 노출돼서 속이 미식거렸던 것 같다.
파라솔 아래 마련된 마루에 벌러덩 누워서 뒤집어진 속을 잠깐 달랬다. 텀블러를 꺼내서 냄수를 조금 마셨다. 송글송글. 송글송글 땀을 흘리고 마시는 냉수는 달콤할까. 구토 후에 마시는 물에서는 여전히 토사물 맛이 나는데. 핸드폰을 들어 허겁지겁 찍고 나온 아빠 가게 풍경을 관찰했다.
보통은...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가게에 자주 가보지 않나. 어릴 적 사귄 친구들을 보면 그랬다. 피자가게를 하는 친구 엄마네 가게에 놀러 가면 피자치즈가 잔뜩 올라간 라면을 먹을 수 있었고, 문방구를 하는 친구 아빠네 가게에 놀러 가면 마산 땅콩캬라멜이나 눈깔사탕같은 것을 한줌 받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미아네 아빠 가게는 어떤가. 쉬이 손님이 찾아올 수도 없을뿐더러 누군가를 초대해서 보여줄만한 것도 없다. 가게 오른 편에는 책걸상 두 개를 간신히 놓았다. 책상 위에는 택배 전표를 뽑는 기계와 박스테이프, 칼과 가위, 그리고 정체 모를 글씨가 적혀 있는 작은 택배박스들로 어지러웠다. 청소도 잘 하지 않는 것인지 먼지는 끈적해질 때까지 쌓여 있고, 클립이나 중국집 쿠폰같은 것이 거기에 늘러붙어 있었다. 사무실 왼쪽에는 옛날 드라마 속 회사에 나올 법한 철제 캐비넷이 있고, 그 앞에 3단 선반이 네댓개 있는데, 거기에는 각종 컴퓨터 주변기기가 쌓여 있었다. 각종 기계를 연결하는 선이 종류별로 쌓여 있고 블루투스 동글이같은 작은 물건부터 해서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받침대 같은 것들이 쌓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박스, 박스 박스,,,. 박스테이프를 뜯어서 버릴 수 있는 거대한 쓰레기통도 만들어뒀다. 택배 박스를 쉽게 포장할 수 있도록 평평한 테이블도 놨는데 그 앞에는 여러 개의 박스테이프와 목장갑을 구비해뒀다. 이 곳은 작은 택배회사나 공장처럼 보였다. 전자기기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곳에서 딜러라는 이름으로 물건을 떼와서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수시로 물건을 옮기고 택배 박스에 싸서 전표를 붙여 다시 화물차로 갖다주는 인간 컨테이너... 그것이 아빠가 하는 일이었다. 내가 잃어버린 그 사람은 물건과 박스 그 사이 어딘가에 끼어있었다. 무심코 주문해서 받아봤던 온라인 쇼핑몰 택배. 아차차.... 그런 것들 속에서 나는 아빠를 잃어버렸던 거다.
5월 15일
상춘은 큰맘 먹고 전기 자전거를 하나 샀다. 그는 가끔 케밥을 먹으러 온 신용산 여직원들이 신경쓰였다. 아, 배달하는 사람? 그냥 그런 사람으로 보이기 싫었다. 물론 전기 자전거를 탄다고 직업이 바뀌지는 않지만.... 티셔츠랑 바지도 신경 써서 매일 다른 옷으로 입어보기 시작했다. 새 티셔츠를 입고 캐리어 대신 전기 자전거로 물건을 실어나르면 비로소 자신이 20대 청춘인 것이 느껴졌다.
끈적끈적. 달궈진 마룻바닥에 몸이 끈적하게 눌러 붙었다. 등허리는 뜨끈하게 지져지고 얼굴에는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니 그대로 잠에 들 것만 같았다. 아니, 이대로 한 숨 자야지만 속이 좀 괜찮아질 것 같았다. 오후 네시 반, 평소같았어도 집에서 낮잠을 잠깐 때렸을 시간이다. 초강력 인텔리전트 요원도 잠깐 머리를 식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과 생각을 하느라 머리를 너무 많이 썼다. 핸드폰 화면을 끄고 잠시 눈을 붙였다. 아빠를 잃어버린 곳에서 내 의식을 잠시 놓는 것도 그대로 좋은 의미인 것 같아서.
<뭐해? 오늘은 말이 없네?>
또록. 상춘이 보낸 메신저에 눈을 떴다. 생각보다 오래 잠에 들었나보다. 어스름한 하늘을 보니 저녁때가 되어 가는 듯 했다. 상춘이 메시지를 보냈으니 여섯시 반 쯤 되었겠지.
<오늘 아주 Important한 임무를 하고 있단 말이지. 퇴근 했슈?>
<웅웅. 오늘 자퇴할라고. 날씨 진짜 좋음~ 이제 지하철 안타고 자전거 타고 다닐거임>
<뭐야 혼자 살 빼려고 하네ㅋ 빨리 만나서 자전거도 좀 보여주고 해>
<오빠 몸 쓰는 일 해서 아주 피곤하다... 너처럼 쌩쌩하지도 않음>
<쌩쌩하네. 자전거가. 그럼 자전거나 보여주던가~~>
언제나 그랬듯이 만나자는 말에 상춘은 얼마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또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꼈다. 아빠 사무실 사진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무수히 쌓여 있는 데이터 연결선. 그래 이따위 것으로 우리는 얼마간 이어져 있었지만 입력값과 출력값이 없으면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찰나의 단절은 무수히 생겨난다. 외로움을 이길 수 있을까? 겨우 이딴 고무 코팅의 검은 선으로 외로움을 둘둘 휘감고 쥐어 짜내서 터트릴 수 있을까? 차라리 목을 감고 생명을 마감하는 게 더 빠른 길은 아닐까? 우리가 계속하고 있는 것은 연결인가, 단절의 연속인가.
단절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아빠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빠와 나야말로 단절의 연속을 겪고 있었다. 그는 살기 위해서 일해야 했고, 일하기 위해 헤어져야 했고, 헤어지기 위해 자식에 대한 관심을 끊어야만 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생각했다. 왜 그는 나와 다른지. 사랑보다 일이 먼저인지. 탯줄을 끊은 엄마라면 몰라도 아빠와 나는 한 번도 선으로 이어진 적이 없었다. 탯줄, 아, 그래서 죽을 때까지 다시는 이어질 수 없는 것인가.
적막해진 상가 옥상은 나름대로 평화로웠다.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한 듯 보였는데 아빠가 퇴근했는지는 모르겠다. 살짝 내려가 그의 동태를 살펴보고 나올 수 있었지만 아직 퇴근했을 리가 없었다. 아까 들었던 대로 쿠팡에서 주문한 무슨 건 때문에 야근을 하고 있겠거니 했다. 어둠은 조금씩 다가와 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별이 떠있지는 않았다. 화려한 호텔 간판이 보였다. 용산구는 우리나라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잘 드러난 외관을 가지고 있다. 한남동과 해방촌이 한눈에 보이는 장소에 가면 알 수 있다. 미국의 사진작가가 찍은 이촌의 풍경 사진이 뉴스에 뜬 걸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더 미국에 가고 싶어졌다. 관찰 대상자가 아니라 관찰자가 되는 우월함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세상에 대고 말하는 것이다. 오늘날 내가 가장 말하고 싶은 이것이다.
“Hey guys, Why are you work fucking hardly? think about first. Love is the First”
아빠는 늦는지 안 늦는지, 집에 저녁은 해두었는지 어쨌는지 묻는 전화도 하지 않았다. 원래 내 계획은 뭐였더라... 음... 일단 아빠를 찾으러 와서 그가 삶의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이 뭔지를 알아내는 것. 그리고 그걸 파괴하거나 골탕을 먹이는 것. 그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오늘 알아낸 건 무엇이었나. 박스와 박스 사이에 담긴 약속을 지켜내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들. 그리고 그 싸움을 하며 미친 듯이 흘려대는 땀. 상가 전체에 베어든 땀냄새, 땀냄새....
나는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했다. 그의 눅진한 땀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옥상 뙤양볕 아래서 담배를 피며 전완근에 말라 비틀어진 흰 소금기를 털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먹고사니즘을 온몸으로 구현한 자신에게 칭찬하는가. 그 자리에 사랑을 덜아낸 마음은 얼마나 덜 생각하는가. 그것을,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신발과 양말을 벗고 옆으로 돌아 눕는다. 잠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