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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선 Jun 18. 2023

또다시 퇴사, 절망, 공황장애의 늪

INFP의 직장생활 극복기 4

또다시 직장인이 됐다. 그저 그런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1년 반이라는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금방 일을 구한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불행의 시작이기도 했다.


앱을 개발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신세대 마인드를 장착했으리라 지레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점심시간에 술을 먹는 문화는 신선했으나, 강요하는 분위기는 고지식했다. 야근 수당은 없었음에도 야근이 필수였다.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 사고방식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입으로 입사한 나에게 경력직의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부담감은 날 짓눌렀고, 공황증세가 나타났다.


결국 일주일 만에 또다시 퇴사를 고했다. 퇴사하던 날, 집에 가는 길에서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후련함, 통쾌함 그런 것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밤이 되자 우울이 찾아왔다. 나는 또다시 실패한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6개월도, 한 달도 아닌 고작 일주일이었다. 우울과 무력감을 정통으로 맞았다. 갱생 불가능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다음날부터 다시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자소서를 많이 내도 돌아오는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의 시간을 버렸다. 이제 나는 '하등 쓸모도 없는 인간'이었다. 진실이 그렇지 않더래도 상관없었다. 내일모레 서른을 앞두고도, 여전히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사람. 내가 재벌이었다면 달랐을까, 부모님이 사둔 내 명의의 건물이 한 채라도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부정적인 생각은 여과 없이 나를 잠식했다.


죽음에 관대한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왜 사는가를 궁금해하는 이들. 사람이 왜 사는가를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답을 들어도. 아, 그러니까 사람이 사는 이유는 없는 거구나.라는 비뚤어진 결론을 내리는 사람. 그 시기의 내가 그랬다.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나의 이상은 저기 저 달 언저리에 있는데, 현실은 맨홀 뚜껑 바닥에 붙어 있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라는 생각 때문에 나의 낮은 밤보다 어두웠다.


하지만 나는 일어섰다. 나를 힘들게 했던 높디높은 이상이, 나를 이끄는 동아줄이 됐다. 힘들어도,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갔다. 구직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내게 꼭 맞는 직장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물론 이곳에서도 예상치 못한 고통이 있었지만, 나는 버티어 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겠다.


+


일주일 다니고 퇴사했던 그 회사는 예정된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요즘도 해당 앱 유저들의 후기를 종종 찾아보곤 한다. 통렬한 비판이 줄을 있는다. 퇴사 이후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이 틀렸던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그렇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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