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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부부가 된 지금은

프롤로그

by 미립

주말 부부가 된 지금은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타면, 집 근처 역에 닿기까지 한 시간.

겨울엔 추우니까, 여름엔 더우니까, 비가 오는 날엔 우산을 들고 걸어올 내가 불편할 거라서.

날이 너무 좋으면 강아지와 함께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싶어서.

역에서 내린 나를 네가 차를 몰고 데리러 올 이유는 참 많았어.

차 안에서 너는 오늘의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나는 네 이야기에 웃고, 가끔은 함께 화를 내고, 내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지.


네가 제주에 터를 잡고 주말 부부가 된 지금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런 걸 알아서 무엇하나 싶은 잡다한 유투브 영상을 소리로만 들으며

아무 생각없이 마을 버스를 탄단다.


그렇게 언덕을 오르고 집에 오면, 다시 무거운 침묵이 깔려 있어.

전에는 몰랐는데, 우리 집은 참 방음이 잘 되더구나.

조용히 씻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했어.


"나는 오늘 누구와 얼마나 대화를 나누었을까?"


회사에서도 나는 늘 조용한 편이고, 일 얘기가 아니면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

생각해보니 어떤 날은 너와 영상 통화를 하기 전까지 온 세계가 하나의 배경으로만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가 지나간 적도 있더라.


"그래서 좋았어. 네가 함께 글을 쓰자고 했을 때."


하나의 단어로 쓰는 우리의 글에는 만나지 못하는 시간 동안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사는지가 묻어날거야.

하루 몇 십분의 통화로는 미처 다 전할 수 없는 우리 삶의 공간을 글 속에는 담을 수 있을거야.

주말부부가 글로 나누는 대화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채워질까.


자, 그럼 첫 번째 단어를 주세요.






[커플북] 주말 부부는 그뭐냐, 그거다. 제주편 - 아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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