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70일) - 48
와이프와 함께 육아휴직을 할 때, 우리는 자연스레 역할 분담이 되어있었다. 거의 대부분을 함께 했지만 예를 들어 숲이가 똥을 싸면 내가 엉덩이를 씻겼고(와이프는 기저귀 등을 미리 세팅), 자기 전 숲이 양치질은 와이프가 했다(동시에 나는 기저귀를 갈았다).
역할분담으로 인해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와이프 복직과 함께 해야 했고, 와이프 복직 첫날, 나는 처음으로 숲이의 양치질을 하게 되었다. 칫솔질은 문제없이 끝냈고, 이제 구강티슈로 마사지만 하면 되었다. 숲이가 가끔 칫솔질은 싫어할지라도, 구강티슈 마사지는 너무나 좋아했기에 안심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숲이가 구강티슈를 격렬하게 거부하는 것 아닌가. 나는 당황했지만, 여차저차 억지로 마사지를 마무리했다.
그날 저녁 와이프에게 이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의아해하면서도 '매번 엄마가 해주던 것을 아빠가 해서 적응하는 시기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고, 와이프가 출근을 하지 않아 다시 양치질을 와이프가 하게 되었다. 무사히 칫솔질을 마치고 대망의 구강티슈 마사지!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숲이가 또 마사지를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숲이가 구강티슈 마사지를 어느 정도로 좋아했냐면,
'숲이가 좋아하는 구강티슈!, 숲이가 사랑하는 구강티슈!'라는 노래를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 그런 숲이가 마사지를 거부하다니, 처음에는 내가 구강티슈마사지를 잘못해서 아이에게 거부감을 준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다가, 지나서는 생활패턴이 바뀌어서 숲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평정심을 찾았다. 아내가 시차출퇴근제를 하면서 퇴근이 빨라졌고 그러면 양치질을 아내가 할 수 있기에 금방 숲이가 다시 적응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비 숲이는 마사지를 싫아했다.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고 바로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했다.
'설마... 아주 설마, 숲이 구강티슈 바뀌어서 그런 거 아닐까??'
숲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사용했던 구강티슈가 떨어져서 최근에 새로운 제품을 구매했고, 우연히도 내가 그 제품을 게시했기 때문이다.
와이프 역시 '그 정도로 예민하다고?'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존에 사용하던 구강티슈를 다시 주문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구강티슈가 도착했지만, 우리는 설마 하는 생각에 일단 개봉한 구강티슈를 계속 사용했다. 그리고 어제 진짜 설마?라는 생각과 함께 기존에 사용했던 구강티슈를 사용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숲이가 다시 예전처럼 구강마사지를 너무나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분유가 바뀌면 경계를 하고, 이유식의 온도에 따라 텐션이 달라지며, 특정브랜드의 과일퓌레는 입에도 대지 않는 숲이였다.
구강티슈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하필 '와이프의 복직', '아빠의 첫 양치' 등 복합적인 변화가 함께 하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었던 것 같다.
어디 아이를 양육하며 이런 것이 한두 가지 일까?
어디선가 지나가듯 '아이들은 호불호가 정말 명확하다'라는 내용의 글 귀를 본 것 같다. 말 못 하는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표현하겠지만 과연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알아듣고 있을까?
정말 기본적인 것인데, 그것을 또 한 번 생각하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