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288일) - 52
얼마 전 내가 장염에 걸렸던 에피소드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 에피소드에서도 물론 아픔에 대한 내용이 있긴 했지만, 주 된 내용은 와이프와 단 둘이 했던 첫 외식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 후 와이프가 복직을 했고, 아무래도 오랜만에 외부활동을 해서 그런지 몸이 자주 아프다(아마도 면역력 문제이지 않을까?).
와이프가 회사에서 급체를 했고, 퇴근 뒤 몸이 더 좋지 않아 급하게 병원을 갔다. 와이프가 그렇게 아픈 상황인데 홀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참 슬펐다(당연히 나는 숲이를 돌봐야 하니).
병원에 다녀온 와이프가 호전되기보다는 몸이 더 안 좋아졌고, 갑자기 고열도 나기 시작했다. 참 아찔했다. 와이프가 이렇게 아픈 적이 종종 있었고, 가끔은 새벽에 응급실을 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응급실을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고, 제발 다음날 와이프의 몸이 괜찮기를 무작정 바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프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고, 회사점심시간에 급하게 병원을 가보니, a형 b형 독감을 동시에 걸렸다고 한다.
김종국도 운동을 쉬게 했다는 얼마나 악명 높은 독감인가? 그런데 와이프는 본인의 아픔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나와 숲이에게 옮기면 안 된다는 걱정을 우선하고 있었다.
와이프가 독감에 걸린 상황에서 나까지 편도가 붓기 시작했다. 숲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병원에 잘 가지 않는 성향이었지만, 혹시 독감이 옮은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바로 병원에 갔다. 와이프가 독감 때문에 쉬었기에 병원에 편히(?) 갈 수 있었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지만 편도가 많이 부은 상태였고, 그 어느 때보다 약을 잘 챙겨 먹었다.
와이프나 나나 둘 다 쉬어야 낫는 상황인데, 숲이를 돌봐야 하니 쉴 수 없었고, 아픔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 아픔이 지속된 것보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혹시 숲이가 옮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숲이는 콧물만 조금 날 뿐 큰 문제없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이다(진행형이기에 아직도 두렵다). 병원에서도 열만 나지 않으면 굳이 독감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려 애쓰고 있다.
하필이면 숲이의 어린이집 적응기간과 겹쳐 우리 부부의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진감이 있다. 아무래도 숲이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들을 보이는 상황이 많았고, 우리는 이때마다 어린이집 적응 때문에 그런지, 숲이가 장염 걸렸던 게 아직 아픈지, 아니면 우리 때문에 감기에 옮은 건지, 아니면 어린이집에서 바이러스를 가져온 건지 등등 온가지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종종 봤던 대사들이 있다.
'이제 혼자가 아니고 책임질 가족이 늘었으니 건강 잘 챙겨'
이 대사가 내 마음에 와닿는 순간이 올 줄이야.
큰 병도 문제이지만, 당장에 아픈 잔병들 역시 이렇게 큰 영향이 있을 줄이야.
숲이가 태어난 후, 우리의 환경이 바뀔 때마다 변수가 생기고, 그 변수들을 겪을 때마다 새로운 깨우침(?) 느낀다.
내가 안 아파야, 우리 가족이 안 아프고, 그래야 내가 또 아프지 않다.
모쪼록 이제부터는 미루지 않고, 억지로라도 건강을 잘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