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SNS에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단톡방이 여럿 생긴다. 말없이 지켜만 보는 방도 있지만 수다가 많은 방도 있다. 오프라인까지 인연이 이어져 가끔 만남을 이어가는 방도 있다.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주부의 역할을 다들 하고 있는터라 요리 레시피 공유가 종종 이루어지곤 한다. 이렇게 해 보니 맛있더라, 나 이렇게 만들어서 지금 먹는데 맛있다 등 다양한 형태의 요리 이야기가 오고 간다.
이날의 시작도 그러했다.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바로 해서 먹는다며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나 못지않게 요리가 서툰 한 엄마였다. 아니, 이렇게 비주얼 좋은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단 말이야? 나도 해서 먹겠다는 욕심이 불끈 올라왔다. 마침 며칠 전부터 머릿속에 오일 파스타 생각이 가득했다. 코끝에 마치 오일 파스타의 냄새가 머무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꽤나 먹고 싶었다. 면을 삶고 익히는 그 과정도 번거로워 마침 요즘 유행하는 원팬 파스타를 도전해 보기로 했다.
팬에 올리브 오일을 다섯 스푼 정도 듬뿍 두르고 통마늘을 편 썰어 달달 볶아준다. 이때 다진 마늘도 추가해 주면 마늘향을 더 진하게 입힐 수 있는데 고열에는 금방 타버릴 수 있으니 팬이 달궈지기 전에 넣어 서서히 볶아주는 것이 좋았다. 어느 정도 마늘이 익었다 싶으면 따로 빼두고 이제 먹고 싶은 만큼의 면을 팬에 그대로 담아준다. 보통 500원 크기를 1인분이라고 하는데 이날 욕심부려 700원만큼은 넣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물도 500미리 넣어주고 어느 정도 끓고 나면 처음에 볶았던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마침 집에 해산물이 있어 같이 넣어주었다. 치킨스톡과 페페론치노를 넣어주라는데 집에 없어서 생략했다. 이렇게 물이 졸아들어 면에 다 스며들 때까지 끓이고 또 끓여주면 끝이다.
향은 일단 합격이다. 마늘향이 아주 기가 막힌다. 온 집안에 진동하는 마늘을 머금은 오일향에 기대감이 더 올라간다. 예쁘게 그릇에 담고 한 입 먹어본다.
아니! 이게 무슨 맛이야?
또 맹숭맹숭한 맛이다. 내가 기대했던 레스토랑의 그 오일파스타가 아니라 무언가 부족한 푹 퍼진 면요리가 되고 말았다. 하필 많이 먹겠다고 면도 700원만큼 넣었는데 이를 어쩌면 좋나. 꾸역꾸역 다 먹어치우고 나니 마늘향이 코 밑에서 하루종일 사라지질 않았다. 요리했던 내 손에서도 마늘 냄새가 가득한 듯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맛없는 요리를 탄생시키고 나니 자괴감이 들었다. 다들 손쉽게 한다는 파스타조차 맛없는데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요리는 요리냐. 우울감이 몰려왔다.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 먹는 것이 힘든 나에게 그래도 혼자 요리하며 먹는다는 것은 정말 큰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감을 맛보고 나니 마음이 상했다. 이러니 내가 집에서 밥을 안 해 먹지 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날은 마트에 들르지도 않고 집으로 바로 왔다. 반찬 가게에서 산 것들로 대충 아이 밥을 차려주고 나니 그렇게 부르던 배가 꺼지고 다시 허기가 몰려왔다.
한 번 해봤으니 됐다. 라면이나 끓여 먹자.
이 날은 라면마저도 맛없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