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추 Jul 02. 2024

씨엠립에서 앙코르 와트 방문(3)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여행기(9)

 3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진 총 열두 개의 층계 중 방문객들을 위해 개방된 층계는 한 곳뿐이었고, 북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층계 위에는 난간이 있는 나무 계단이 덧씌워져 있었는데, 원래 층계의 경사가 너무 급해 근래에 관광객들을 위해 공사한 것이라고 한다. 공사 이전엔 두 발만 이용해 올라가기에는 너무 위험해 두 손도 함께 짚고 올라가야 했다나. 궁금증에 구글에 검색해 보니 관광객들이 네 발로 올라가는 사진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왕이나 극소수의 성직자들만 올라갈 수 있었던 성스러운 장소니만큼 설계 때부터 의도한 것이라고 하는데, 공사 이전의 네 발로 올라가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했다.

나무 계단 뒤편으로 본래의 가파른 층계가 보인다.
층계를 오르자마자 뒤돌면 보이는 풍경



 나무 계단을 올라 드디어 앙코르 와트의 마지막 장소에 다다랐다. 앙코르 와트 중앙성소의 3층은 위에서 바라봤을 때 사각형 모양의 회랑이 42m 높이의 중앙성소탑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회랑의 모서리마다 고푸라가 하나씩 얹어져 있었다. 일출시각에서 두 시간이 지나있기도 했고, 3층까지 올라오는 거리나 경사도 만만치 않아서인지 3층 방문객은 열 명 남짓 되어 보였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하늘 높이 솟구친 중앙성소탑을 감상하고 있자니 저 높은 걸 어떻게 쌓았을지, 모양이나 장식은 어쩜 저리 화려한지, 저기서 제사는 어떻게 드렸을지 등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생각을 집에서 인터넷을 보면서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바로 저걸 보며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기도 했다.

연꽃 봉오리를 닮은 웅장하고 화려한 중앙성소탑이 하늘 높이 솟구쳐있다.
다양한 각도와 방향에서 찍어본 중앙성소탑



 3층에서 볼 건 다 봤지만 벌써 내려가기엔 아쉬워서, 3층 회랑을 한 바퀴 더 돌며 여러 방향에서 중앙성소탑을 구경해 보았다. 사실 어느 방향에서나 똑같아 보이긴 했지만 휴대폰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탑 구경이 살짝 지겨워질 때는 창문이나 열두 개의 층계 위에 뚫려있는 공간으로 회랑 바깥을 바라보기도 했다. 정서쪽 층계 위에서는 서쪽 정문과 석조 보도, 1층 및 2층 회랑의 지붕까지 여기까지 거쳐왔던 길이 한눈에 보였다. 그 길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오늘 봤던 광경, 느꼈던 감정, 떠올랐던 생각들이 되살아났다. 오늘 제대로 못 본 앙코르 와트에서의 일출은 씨엠립 떠나기 전에 꼭 다시 와서 재도전해보기로 했다.

3층 회랑의 정서쪽에서 보이는 앙코르 와트 전경



 앙코르 와트 서쪽 출입문까지는 일부러 빙빙 돌며 되돌아갔다. 놓쳤던 풍경도 다시 가서 보고, 못 찍었던 사진도 실컷 찍다 보니 또 한 시간이 흘러있었다. 마음 같아선 하루종일 있고 싶었지만, 어제 저녁부터 공복에 체력도 방전 직전이라 이제는 숙소에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표였던 앙코르 와트 방문은 4시간 20분 만에 마무리되었다.

첫 앙코르 와트 방문을 마무리 하며...



 앙코르 와트를 방문한 날짜에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까지 3일이 흘렀다. 그중 이틀은 다른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다녔고, 나머지 하루는 밀렸던 여행기도 쓰고 이것저것 하면서 쉬었다. 그 사이 여행기 쓰기가 점점 벅차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엡립에 와서 여러 앙코르 유적들을 돌아보고 있긴 한데, 본 유적들에 대해 쓰자니 그것에 대한 전문 지식도 하나 없고, 다른 자료를 참고하더라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능력도 부족한 것 같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쓰는 게 맞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곳 모기 때문에 글 쓰는 데 집중을 할 수 없다. 체력적인 부분이나 동남아의 무더위, 호스텔에서의 생활 같은 건 그럭저럭 견딜만 한데, 모기한테 물린 곳들이 하루종일 미친 듯이 간지럽다. 처음엔 작은 크기에 방심했는데 간지러움의 정도는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녀석들은 긴바지를 입어도 물고, 모기기피제를 뿌려도 문다. 호스텔 1층 로비는 사방이 다 뚫려있어 모기 식당이나 다름없고, 바깥에 실내 카페를 찾아가도 반드시 모기가 있다. 어디서든 최대한 빨리 쓰고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조급해져서, 안 그래도 모자란 글 실력이 더 형편없어진 느낌이다.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시점이다.

큰맘 먹고 온 비싼 실내 카페에도 모기가 바글바글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아마추어 여행기입니다.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서 재미로 읽어주시고, 궁금한 내용은 댓글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씨엡립에서 앙코르 와트 방문(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