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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Dec 19. 2020

재수유에 도전하다

단유 약 복용, 그 후

 유방외과 진료 이후, 모유수유에 대한 일말의 미련 때문이었을까. 나는 처방받은 단유 약을 복용하면서도 고민하며 결국 4알 중 3알만 복용했다. 그렇게 단유를 진행하는 동안 우연히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친구 집에 놀러를 가게 됐다. 이 무슨 신의 장난인지 이상하게 그 친구 집에 갔다 온 뒤로 나는 또다시 모유수유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나는 다시 부정했다. '아니야, 잠깐 그러고 말겠지...'



 며칠 뒤, 그전까지 젖이 차오르던 느낌으로 불편했던 유방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쪼그라든 가슴을 보며 또다시 나는 '아, 이제 정말 끝인가?'란 생각과 함께 직접 손 유축을 해보았다. 고작 양쪽 합해 20미리가 나왔다. 마침 둘째의 예방접종이 있는 날이라 자주 가는 단골 소아과를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께 잠깐 유선염으로 단유를 하게 되었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애가 안됐네. 백일도 안된 애를 두고 왜 벌써 끊었어..." 


 어떤 사람에겐 기분 나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유수유에 대한 미련남아있었던 나로서는 그 말에 더더욱 모유수유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유수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피부로 진료를 보러 갔을 때도 피부가 안 좋은 게 분유 때문일 수 있으니(분유 알레르기) 분유를 끊고 모유를 먹이라고 말씀해주시던 분이었다. 3개월 뒤면 복직을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최대한 복직 전까지는 꼭 모유수유를 하라고 하셨었다. '주변에서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던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산부인과를 안 가고 이 소아과를 먼저 찾았더라면...'과 같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결국 그 말을 어기고 나 마음대로 약을 먹어' 놓고서는 이제야 다시 모유수유를 하겠다니 나 스스로가 참 어이가 없었다.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 바로 나인 것 같아 잠시 헛웃음이 났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확실한 결정을 내리고 나서 나는 인터넷에 '재수유'에 대해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재수유 언제부터 가능한가요?', '약 먹고 단유 해도 모유수유 다시 시작할 수 있나요?' 등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주제로 검색을 했다.


 그런데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직접 단유 약을 복용하고도 다시 재수유를 원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결정해놓고 금방 마음이 바뀌어 이전 상황을 후회하는)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웠다! 생각해보니 이러한 원인은 가까운 사람들이 모유수유를 권장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닐까 싶었다. 나 역시 옆에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 나의 지난 선택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재수유에 대한 마음을 먹었으니 검색해서 정보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재수유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겨우 국민 맘 카페 회원의 주관적인 경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그 주관적인 정보에 힘을 얻어 카버락틴 정의 반감기를 알아보고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지 찾아보았다.


 어느 지식인에 의사의 답변을 보니 카버락틴 정의 반감기 곱하기 5의 시간이 지난 뒤부터 재수유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최소 2주에서 많게는 한 달까지도 보았다. 내가 검색을 할 당시 약을 먹은 지 2주가 안 되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직접 물리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단유 이전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유축기를 구매하였다.



 직수를 하기 전까진 규칙적으로 유축을 하여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나오는 모유는 거의 없었다. 나는 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 그렇게 며칠 뒤, 단유 약을 복용한 지 2주가 지난 시점이 되어 3시간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직수를 했다. 그리고 일정량의 분유를 보충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유축기로 15분씩 유축을 하였다. 이때는 유축을 해도 거의 나오는 것이 없었다.


 유축기를 시작으로 나는 제품의 힘을 빌려보고자 모유 증량에 좋다는 모든 것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검색하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이 들면 구매했다. 모유수유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렇게까지 공들이진 않았었는데... 모유촉진차며 영양제며 허브 알약, 한약 등 시중에 알려진 모든 것들을 사들였다. 재수유를 핑계 삼아 이것저것 모유수유와 관련된 쇼핑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심지어 수유쿠션도 새로 구입하며 모유수유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지금 이렇게 투자한 것들이 아깝지 않게 열심히 해고고 싶었다. 나에게는 이번 재수유가 하나의 미션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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