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않고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남편과 나 모두 직장이 있었다. 출산을 하게 된 상황에서 아기를 돌보기 위해서는 둘 중 한 사람이 꼭 쉬어야 했다. 보통의 여느 가정처럼 아무 생각 없이 여자인 내가 육아 휴직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렇게 복직하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첫째를 길렀다.
출산 전에는 모성애가 저절로 생기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이는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다. 출산을 하고 자궁을 수축시키기 위해 나오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모성애를 생기게 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라고 하는데, 나는 뭐가 잘못된 건지, 이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자주 깨는 아이로 인해 얕은 잠을 자고, 24시간을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가사를 하다 보니 모성애가 샘솟을 시간이 없었다!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만 있었다. 물론 아이가 어떻게 하든 너무 사랑스러워 모든 것이 예뻐 보이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더불어 육아는 내가 겪어왔던 그간의 일들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이 세상 그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고, 겪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었다.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이었다. 아이를 보는 일은 돈을 받고 일하는 직업이 아니라서, 내가 하기 싫다는 이유로 직업 그만두듯 그만둘 수 없다. 아이에게 나라는 존재는 생명줄과도 같은 엄청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주변에 가까이 지내는 가족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들을 맡겨 놓고 맘 편히 외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꼭 아들을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잠시 외출을 하고 싶을 때, 정부에서 지원하는 아이 돌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었다. 남편과 시어머니 모두 내가 만약 힘들면 돈을 내고 돌보미를 쓰라고 하셨지만 아들이 너무 어렸기 때문에 사소한 이유로 돌보미를 쓴다는 것이 썩 내키진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독박 육아맘’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거주지 주변에 친, 인척이 없어서 낮 시간 동안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 물론 밤 시간에 남편이 들어와서 도와주긴 하겠지만, 두 사람이 함께 매시간 아이를 돌보는 것과 밤에만 잠깐 와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남편이 저녁에 돌아와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 동안에 아무것도 안 하고 옆에서 송장처럼 가만히 있을 엄마는 없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육아에 참여하거나 가사를 할 수밖에 없다.
요즘 많은 어른들은 젊은 엄마들을 나무란다.
“옛날에는 애 셋, 넷 낳아 잘 길렀는데, 하나 둘 낳으면서 힘들다고 징징거리냐.”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고,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가족 중심이라 엄마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많았다. 할머니가 한 번 안아주고, 할아버지, 이모, 삼촌 이렇게 아기를 조금씩만 돌봐줘도 엄마는 숨 돌릴 틈이 생긴다. 꼭 직접 아이를 돌봐 주지는 않더라도 엄마의 대화 상대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집에는 아빠가 출근을 하고 나면 달랑 엄마와 아기만 남는다. 잠시 눈이라도 붙이고 싶지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 그런 아이를 엎고 집 청소, 빨래, 요리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말 못 하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 모 프로그램에서 전 국가대표 선수 박지성에게 축구가 더 힘드냐, 육아가 더 힘드냐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축구 경기는 휘슬이 울리면 종료가 되지만, 육아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래서 육아가 더 힘드네요.”
이 말에 나는 격한 공감을 했다. 맞다. ‘두 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천하의 전 국가대표 박지성도 이러할 진데, 그냥 평범한 엄마들은 오죽 힘들까! 육아는 아이와 떨어져 있지 않은 한, 퇴근이란 없다. 아기가 아직 돌이 지나지 않아 어린 경우라면, 더욱더 24시간 내내 대기를 해야 한다. 아이를 재워 놓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돌이 지나지 않은 어린 아기들의 경우, 잠을 얕게 자기 때문에 상당히 자주 깬다. 즉,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도 마냥 편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우는 아이를 달래러 가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독박 육아는 그 누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이 둘을 기르면서 깨닫게 된 나의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 남편에게 나의 상태를 알린다.
남편이 있다면 힘든 상황을 사실대로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남편도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직접 겪기 전까진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그래도 남편이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힘듦을 실컷 토로하고 나면 미안해서라도 더 열심히 아이를 봐준다. 단, 감정이 복받쳐 올라 남편에게 지나친 투정을 부린다면 다툼이 일어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2. 친정이나 시댁을 자주 방문한다.
친정이나 시댁 둘 중 하나라도 집과 가까이 있으면 정말 좋다. 부모님이 아이를 많이 봐주시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화 상대가 있으면 육아만 하느라 답답해진 마음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잠깐씩 아이를 맡겨 놓고 외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
3.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남편이든 다른 가족이든(베이비시터 포함)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다면, 아이를 맡겨 놓고 1~2시간 정도 꾸준히 운동을 해보자. 운동을 하면 몸을 관리할 수도 있지만, 아이를 돌볼 체력이 생겨 지치지 않게 된다.
4. 취업을 고려한다.
위 상황이 모두 불 가능하다면 차라리 취업을 하여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 자신을 환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비록 일하는 시간에 아이를 보지 못하니 마음은 아프겠지만, 내 생활을 찾을 수 있다. 일과 내 아이 돌보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5. 정말 힘들다면 어린이집에 보낸다.
최후의 수단이지만 어쩌겠는가. 엄마가 살아야 아이도 잘 돌볼 수 있다. 엄마가 아무리 훌륭한 선생이라도 못 가르치는 것이 내 아이다. 어린이집을 세 군데 이상 잘 알아보고 아이에게 맞는 어린이집을 선택한다. 죄책감 가지지 말자. 그 사이 집안일도 하고, 엄마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재충전을 해야 한다. 정 마음에 걸리면 오전 한두 시간 정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엄마가 엄마답지 않다고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이미 임신 10개월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다는 출산까지 경험한 멋진 엄마이지 않은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도 처음이고, 뭐든지 처음이기 때문에 미숙할 수밖에 없고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아이를 위해서라도 독박 육아에서 오는 한계를 인정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 다툼이 생기기 마련인 것처럼 엄마 또한 아무리 내 아이가 사랑스럽다 하더라도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면 지칠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우울한 얼굴로 아이와 붙어있기보단 단 한 시간이라도 밝은 얼굴로 아이와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독박 육아’다. 혹시 주변에 독박 육아 중인 엄마가 힘듦을 호소한다면 모성애 없는 나쁜 엄마라고 비난하지 말자. 이러한 비난은 독박 육아맘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그들에겐 주변의 배려가 절실하다. 다음부터 독박 육아 맘(아빠를)을 만나면 두 손 꼭 잡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해주자.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정말 고생 많았고, 정말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