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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Feb 23. 2021

우리 이제 행복해질 일만 남았어요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에너지 총량 법칙’이라고 들어봤는가? 각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에너지(체력)는 정해져 있어서 이것을 다 쓰고 나면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쓸 수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 생긴 말이다. 아무리 ‘에너지야, 샘솟아라’하고 주문을 외워도 우리가 사람인지라 가끔 체력이 고갈되곤 한다. 나는 이 ‘에너지 총량 법칙’이 육아를 하는 상황에서 자주 생각난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선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돌보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되면 가족 중 정작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대상이 생기는데 그 대상이 바로 배우자이다.


 누구든 균형 잡힌 현명한 삶을 살아가길 원한다. 그런데 사실 아이만 온전히 돌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잠시나마 우리 삶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 전적인 돌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 큰 부모라고 모든 상황에서 백 퍼센트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육아도 어렵지만, 아내로서(또는 남편으로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배우자와 아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나는 남편을 이해시키기 위해 가끔 나의 상황을 담은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현부 양부님

 오늘 퇴근하고 와서 피곤하실 텐데 첫째랑 나가서 잘 놀아주고, 저녁도 같이 먹으러 나가줘서 감사했어요. 항상 같이 육아하려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특히 요즘'.. 부족한 제 능력으로 온전히 집에서 둘을 동시에 돌보다 보니 많이 지쳐 있어요. 너무 지쳐있어 좋은 감정이 올라올 틈이 없어요. 정말 미안하지만 여보가 기분 좋게 퇴근하셔도 제가 지쳐있는 상태라 여보를 받아주지 못해도 항상 여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여보는 이해하시기 힘들 수도 있지만..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애 둘 하루 종일 보는 게 지금 당장은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어린이집 다녔을 때도 하원 후 모유수유 시간이 제게 스트레스였는데 왜 아무리 해도 나아지지 않고 계속 힘들까요?

 여보도 물론 일하시느라 힘드시겠지만.. 저에게 육아는 사회일이랑 다른 힘듦이에요. 하루 종일 집에서 첫째 밥해주고, 밥 흘린 거 치우고, 똥 누면 치우고, 집 정리하고, 빨래하고, 둘째 모유 수유하고, 모유 수유할 때 질투하는 첫째 참게 하고, 이유식 만들고, 이유식 주고, 설거지하고... 무한 반복하다 보면 여보가 오시는데.. 그때가 나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지친 상태로 여보를 맞이하니 여보 기분을 또 상하게 하네요.

 요즘 첫째 병원 가는 일로 화, 수, 목엔 엄마가 와주시니 그렇게 안 힘들지 않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이것도 또 다른 육아의 연장선이랍니다. 제가 왕복 4시간 운전하고, 첫째 데리고 가서 어르고 달래서 수업 듣고.. 데리고 다니는 자체가 힘든 일이에요. 엄마가 같이 갈 땐 도와주셔서 한결 수월했지만요.

 나도 첫째 낳고도 엄마가 처음이었지만 아들 둘 엄마도 처음이라서요. 첫째 때도 처음이라 힘들었고, 첫째랑 둘째 동시에 돌보는 것도 처음이라 힘드네요.. 집에 돌아오시면 환하게 여보를 맞이해야 하는데 제 상태가 그러질 못해요. 나는 여보한테 1의 가식도 부리지 않는 가족이라 제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나네요.. 여보를 위해서 가면을 쓰고 싶어도 정말 잘 안돼요.. 여보가 싫어서가 아니라 제가 지쳐서 그렇다는 거.. 싫어해서 그렇다는 오해, 안 하셨음 해요. 이해까진 안 바라도 오해는 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여보 말대로 얼른 바르게 잘 키우고 우리 둘의 시간을 보내려다 보니 지금 이렇게 고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여보랑 잘 살고 싶어요.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아침에 출근 잘하시고 저녁에 봐요.

-변한 게 1도 없다고 느끼겠지만 나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백조 아내가-
(백조인 이유 : 겉으론 그냥 있는 것처럼 보여도 물속에서는 엄청 발을 휘저으며 헤엄치고 있거든요.)



 이렇게 해서 제일 좋은 것은 바로 마음에 묵혀두었던 나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상대가 내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되진 않더라도, 나의 속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함으로써가 힘든 나의 상황을 공감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이 식었다 생각하는 상대에게 사랑의 감정을 다시 싹 틔울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진심 어린 대화'이다.


 어떤 상황이든 정답은 없다. 엄마도 처음, 아빠도 처음이니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모두에게 처음인 이 상황을 잘 헤쳐 나가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로 ‘진심 어린 대화’이다. 대화가 어렵다면 나처럼 문자의 힘을 빌려도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이혼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성격 차이’라고 한다. 성격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부부간 대화의 부재일 것이다.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로 답답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생긴 이 소중한 생명으로 부부간의 사랑이 더 깊어지기도, 슬프지만 그 반대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그 둘 중 어느 쪽에 속하고 싶은가? 나는 모두가 전자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상대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어주는 노력부터 시작해보자. 임신, 출산, 육아.. 등..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멋진 엄마이자 아빠라면 분명 해낼 수 있다. 정말이다. 우리 이제,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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