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입학을 앞두고, 진진이는 최저 체중에서 5킬로 이상 회복하고 있었다. 겨울방학 내내 신체활동을 줄이고 자주 먹어준 덕분이었다. 기상 후 아침식사, 오전간식, 점심식사, 오후간식, 저녁식사, 취침이라는 너무나도 단순한 일상이 참 감사했지만 나조차도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오히려 진진이는 '극복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다.
섭식장애는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진진이처럼 음식 두려움 혹은 강박 때문에 먹지 못하는 거식증이 있고, 이상 식욕으로 정상 식사량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단시간 섭취해 버리는 폭식증이 있으며, 음식을 자신의 몸에 축적하기를 거부하여 지사제를 복용한다던지 억지로 토하게 하는 유형도 있다.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지만, 남성 발병률도 늘어나는 추세이고, 주로 다이어트를 하다가 발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진진이처럼 극단적으로 절식을 하면, 식욕이 다시 돌아오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강하게 와버리는데, 가입한 섭식장애인 카페를 통해 이런 현상을 "Extreme hunger"라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만 들어도 무서웠다. '식욕아 제발 돌아와라' 했지만, 이 작은 아이에게 식욕이 갑자기 찾아오면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식욕이 없는 상태에서 헐렁한 교복을 입고 우리 진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학교라 낯선 환경이 아니었고, 70프로 이상의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라 교우관계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었다. 급식을 어떻게 할지는, 첫날 시도해 본 후 정하기로 했다. 학교 급식이 정 어렵다면, 내가 매일 간단한 반찬을 넣은 도시락을 만들어줄 작정이었다.
입학 첫날 하교 후, 아이는 괜. 찮. 았. 다. 방학 내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담임 선생님도 좋으시다고 했다. 그리고 입학 후 일주일 만에, '식욕이 돌아왔다'. 진진이가 가장 먼저 먹고 싶다고 한 음식은, 동네 식당의 함박 스테이크. 일요일 점심으로 함박 스테이크 외식을 한 후, 간식으로는 근처 백화점에서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저녁은 좋아하던 일본 카레 집에서 카레에 치즈를 올려 먹고 싶다고 했다. 치즈의 고소함과 카레의 부드러움을 너무 맛있어했다. 정확히 치료 두 달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