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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이의 의미란

너는 나의 구원

by 소담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 성향으로 말하자면 극 F 기질이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슬퍼하고 기뻐한다. 이런 성향의 장점은, 예술과 문화를 흠뻑 즐기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인생이 다채롭다. 단점은, 남의 슬픔에 내가 더 슬퍼지고, 우울한 영화를 보면 내 인생에 어두운 기운이 덮이는 듯하여, 이런 감정의 기복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이런 내 성향을 잘 알고, 나도 힘들면 동굴로 들어가지 않고 말하는 편이라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잘 살아온 것 같다.


내 20대 중반은 고단했다. 수년간의 해외 살이에 지쳐있을 때 즈음, 서울에 직장을 구했고, 타국보다 서울에서의 외로움은 더 컸다. 동료들은 대부분 가족들과 같이 살거나 적어도 근거리에 사는데, 나는 차로 4시간은 떨어진 곳에 부모님이 계시니 든든함 혹은 따뜻함이란 것이 없었다. 퇴근 후 혼자 맞는 저녁은 늘 쓸쓸했고, 티브이를 켜놓고 잠이 들곤 했었다 그래서 결혼도 좀 빨랐다.


혼자 살다가 둘이 살게 되고, 아이가 태어난 후 육아를 도와주시기 위해 지방에 사시던 부모님께서 이사를 오시고, 한 살 위 언니도 같은 동네에 터전을 잡으며,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내 삶의 외로움의 그림자가 옅어질 수 있었다.


치유의 중심에는 우리 딸이 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매 순간이 걱정스러웠지만, 언제나 사랑스러웠던 우리 진진이. 워킹맘으로서, 애 낳고 키우는 게 쉽진 않지만 아이가 콩나물처럼 자라나는 모습은 내 최고의 행복이었다. 내게 옅게 남아있는 우울감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사라졌다. 우울감을 경험해 본 사람만은 안다. 뭘 어쩌지 못하겠을 때가 있고, 한없이 침체되고 만다. 그랬던 내 삶의 색깔을 한순간에 무채색에서 파스텔톤으로 바꾸어 준, 우리 진진이는 "구원"이었다. 아이 덕에 잃어버린 종교를 다시 찾았고, 남편과 나는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


"지금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있지만, 나를 구원의 길로 이끈 우리 딸의 힘든 상황에 담담히 맞서서, 함께 이겨나가자". 매일 밤 곱디고운 우리 아이 잠든 얼굴 바라보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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