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초에 태어난 진진이는, 겨울방학이 생일이라 생일파티 준비가 번거롭다. 방학 전에 초대할 친구들을 정하고 미리 계획을 세운 후, 친구들에게 공지(?)해 두어야 한다.
하반기부터 시작된 안 먹는 행위로 점점 말라가는 아이를 위해, 우리 부부는 아이의 초등학교 마지막 생일파티를 근사하게 준비해 줬다. 근처 베이커리에 친구 5명을 위한 쿠킹 클래스를 신청하고, 집안을 밝은 파티 분위기로 꾸몄다. 남편과 나는 이번 생일파티를 계기로 아이가 기분 전환도 되고 건강도 서서히 되찾기를 원했다. 친구들과 함께 쿠킹클래스에서 쿠키를 만들고 돌아온 아이는 선물 UNBOXING 및 케이크 초 불기 등을 함께 하며 즐거워했지만, 기운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이의 얼굴이 너무 말라서 웃는 얼굴도 해골 같았다. 차려주는 생일 음식을 단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중학교 올라가는 다른 친구들은 얼굴이 오동포동하고 모든 음식을 잘도 먹는데, 우리 딸 진진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순간순간 멍하니 있었다.
엄마로서, 이제는 무언가 조처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아이들이 돌아간 그날 밤, 묵힌 체중계를 꺼내 와 진진이를 체중계에 올라가게 했다. 체중을 알게 된 순간, 진진이도 나도 경악했다. 나는 10킬로도 넘게 빠진 아이의 체중을 눈으로 확인하고 공포에 가득 차 괴성을 질렀고, 아이는 엄마가 체중을 강제로 재게 하는 것이 폭력적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여자아이의 체중에 감이 없는 남편은, 좋은 생일날 아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나를 나무랐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티브이에 나오는 소말리아인 같은 진진이의 몸을 보고, 본인도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느낀 것 같았다.
2023년 1월 7일, 아이의 13번째 생일, 나의 출산일이었다. 아이가 태어났던 2010년의 1월에는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새하얬는데, 같은 날 2023년에는 내 머릿속이 공포와 불안으로 새하얘졌다. 그날 이후 나는 수일 동안 잠 한숨 못 자고 아이의 상태와 그에 맞는 병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