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각자도생
어리석은 게 아니라, 알아도 잘 안되는 거라고!
1. 회사 워크숍을 간 남편이, 저녁 술자리가 끝나고 톡이 왔다. 워크숍 발표 및 세션 진행 준비하느라 매우 지쳐있었을 터인데, 일하는 놈 따로 있고 승진하는 놈 따로 있고 팔짱 끼고 듣는 놈 따로 있어서 씁쓸하다고 푸념을 하네. 아마 이번 행사에서 남편은 일하는 놈이었겠지.
작년에 당신은 팔짱 끼는 놈이었고, 재작년에는 승진한 놈이었을 테니, 씁쓸해하지 말고 잘 나갈 때의 본인 모습 잊지 말라고 답을 보냈다. 늘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남편이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어리석단 생각이 들었다
2. 신학기를 맞이한 딸이 "관계 맺기"에 고충을 토로한다. 자기는 노력을 하고 또 하는데 상대는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것 같다고.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노력의 결과가 바로 나올 리 없지 않겠냐는 상투적인 조언을 했다.
섭식장애 앓던 지난 1년간 친구나 학업에 관심이 미쳐 못 미쳤기에, 그 공백을 메우려면 남들보다 두세 배 노력을 해도 버거울 것이 뻔하다. 옆에 있으면 객관적 눈으로 잘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힘든 상황이 억울하기만 할 테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3. 가족들이 좌충우돌 힘든 3월을 보내는 것을 보니 그 고충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인생 각자도생이고 아픔은 나누면 줄어들기는커녕 커지기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마음먹은 대로 되질 않는다.
남편과 딸에게 던지는 객관적이고 현명한 조언을 나 자신에게도 진정으로 적용하자.
워크숍에서 돌아올 밥순이 남편을 위해 저녁으로 보글보글 된장찌개나 끓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