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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Mar 17. 2024

뭐든 잘 흘리는 남자

그래도 스스로 얼룩 지우는 남자

남편은 깔끔한 (깔끔한 척하는?) 사람이다.


옷이나 신발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옅은 색 옷이나 신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얼룩 하나 없이 깨끗이  관리한다. 대학시절부터 혼자 산 탓에 뭐든 스스로 가꾸는 게 몸에 베여있어서, 다행히 내 손이 갈 일은 없다. 한번 사서 마음에 드는 옷이나 신발은 10년도 넘게 잘 입고 신는다.


그렇지만, 쇼핑하면서 어김없이 새하얀 운동화나 하얀색 티셔츠를 고르는 남편을 보면 나는 늘 잔소리가 나온다. "이런 하얀 신발을 어떻게 관리하려고?"


그러면 남편은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며 답한다. "언제 관리해 달라고 했어? 내가 하잖아"




그런데, 같이 살다 보면 의아한 상황이 정말 .


깔끔해 보이는 사람 치고, 정!!!! 말!!!! 잘 흘린다. 특히 뭘 먹다가 옷에 흘리면, 바로바로 싱크대로 뛰어가 얼룩을 지우는데, 그 빈도가 한 끼 걸러 한번일 정도로 잦다. 애도 아니면, 오늘 아침에도 식사하다가 잠옷 바지에까지 국물을 흘리고 싱크대에 가서 씻어내고 있다. 어휴... 출근 늦겠다...


나는 얼룩이 생긴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편이라, 옷에 생긴 얼룩도 한참 지나고 나서야 발견하곤 하지만, 한 두 달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다. 그럼 과연 누가 더 깔끔한 사람이란 말인지?


우리 엄마는 남편이 밥 먹다가 김치국물이나 양념 파편을 흘리고는 싱크대로 바로 뛰어가 닦는 걸 볼 때마다, "어이구 우리 사위가 저렇게 깔끔하네!!!"라며 칭찬하신다. "엄마, 아니라고요. 자주 흘리는 게 깔끔한 거 아니라고요!"라는 말이 나오려는 걸 목구멍에서 간신히 삼킨다.


그래. 아무리 깔끔 치 못하더라도, 나한테 얼룩진 옷 해결해 달라고 안 하면 됐지 뭐. 어디 가서 지저분하다 소리 안 들으면 됐지 뭐.  

"잘 흘리지만 스스로 뒤처리하는 사람" 정도로 정리하자.



이런 남편의 특장점은 한 가지! 가족들의 옷에 묻힌 얼룩을 본인이 발견하면 신나서 "바로 벗어!" 하고는 해결해 주는 것.  손이 야물지 못한 진진이가 옷에 뭘 묻히면 바로 아빠에게 쪼르르 달려가고, 나도 곤란한 게 묻으면 바로 남편에게 울상을 하고서는 들고 간다. 주방 세제나 세탁 세제, 그것도 안되면 치약 등 다양한 처방법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얼룩을 제거해 주고는, 뿌듯한 얼굴로 한마디 한다.


"나밖에 없지? (아빠밖에 없지?)?






쓰고 보니 우리 남편,, 귀엽다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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