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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Apr 07. 2024

15년 만의 데이트

싸이월드 시절에 연애하고 결혼하여 카카오스토리 시절에 육아하며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인스타 시절이 도래하였다. 연애, 결혼, 임신과 출산 등 인생 이벤트 때마다 뭐 그리 흔적을 남기고 싶었던지, 가는 곳마다 먹는 것마다 사진 찍고 SNS에 업로드하던 부지런이, 다행히 몽글몽글 추억 바구니로 남았다.


치열한 육아가 마무리되려던 진진이의 초등학교 중학년 시절부터는 블로그에 나만의 글을 쓰다가, 최근 중학생 딸이 인스타를 하길래, "감시" 용으로 나도 계정을 만들었을 뿐, 예전과 같은 흔적 남기기 욕구는 많이 사라진 상태. 그래도 한 번씩 굳이 굳이 싸이월드나 카카오스토리 로그인 하여 예전 사진과 기록들을 보면서 추억놀이에 빠지곤 한다.


출산 이후 사진들은 죄다 아이 혹은 아이+부부의 사진. 부부 둘만의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실제로 둘만 뭔가를 할 수도 없었을뿐더러, 할 필요도 없었다. 가족의 바운더리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으므로, 가족 활동은 늘 3명이 함께였다.


중2 진진이가 슬슬 기지개를 켜고 친구들과 단독 외출을 하기 시작한 최근, 우리 부부에게 둘만의 시간이 자주 주어진다. 근 15년 만의 둘만의 시간이라. 말만으로도 쑥스럽고 어색해진다. 우리, 치열하게 연애하고 결혼한 사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밖에서 손잡고 팔짱 끼는 것조차 매우 생경한 광경이 되어버리다니. 생각을 깊게 하면 씁쓸해지고 만다.


행복하자고 결혼하여 아이 낳고 살고 있는데, 아이가 독립해서 둘만 남으면 친구처럼 잘 살아야 재미나지 않을까. 둘이서만 놀러 다니는 것도 이제 슬슬 연습하며 발동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선배들의 말은 늘 정답이었는데, 이런 부부 관계조차 나에겐 예외가 없었다니... 부부가 따로 노는 노년보다, 함께 즐기는 노년을 맞기 위해, 뭔가 단단히 준비가 필요하겠구나.


그래서 오늘도, 외출 나가는 딸 가까운 정류장에 태워주며, 우리 부부만의 영화를 예약하고, 외식 장소를 알아본다. 연애시절 매 주말마다 기꺼이 했던 계획들, 40대 중반이 되어 다시 하려니 조금 어색해도, 익숙해지도록 노력해 본다.


벚꽃이 절정이다. 꽉 막힌 도로가 예상되지만, 마음만은 꽃처럼 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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