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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Apr 14. 2024

엄마라는 십자가

40대 중반의 삶이 녹녹지 않다는 것을 수차례 받아들이고 내려놓고 살면서도, 자꾸만 현타(?)를 맞게 되는 요즈음이다.


"남편이라는 십자가"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남편의 장점은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고 단점은 일반화시키려 노력했더니, 내 삶에 조금은 평온이 찾아오는 듯했다.


남편 쪽이 조용해지니, 이제는 중2병 딸이 야단이다. 섭식장애가 차도를 보여서 한시름 놓았다 생각했는데, 얼토당토 안 하게 공부하기가 싫다고 말하는 딸. 엄마가 너무 스트레스를 줘서, 못살겠다고 울고 불고. (단연코 나는 공부 잘하라고 한 적이 없단 말이다.)


처음 보는 지필평가가 2~3주 앞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연속되는 수행평가 일정으로 피로도가 쌓이고 있는 것 같아, 최대한 편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딴에는 나도 노력을 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조언도 해주고, 잘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면서. 하지만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결과는 언쟁으로 종료되어 버리는 씁쓸함이란. 이맘때 아이에게 엄마의 조언은 잔소리로 가슴에 박혀 버린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잘 알면서도, 왜 자꾸 말이 나가버리는 건지.


참고 인내하는 것은 엄마만의 몫인가 싶어 내 마음에는 억울함만 쌓이고 또 쌓인다. 곱게 키워놨더니 공부도 하기 싫고 대학도 안 간다면, 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거냐는, 앞선 걱정이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진진이를 1년 넘게 봐오신 상담 선생님의 처방은, "어머니가 완전히 다 내려놓으세요"였다. 아니, 더 내려놓을 게 있긴 했단 말인가... 진진이가 대학 안 가도 좋고 저 먼 지방대 가도 감사하다 생각하며, 섭식장애와 영양실조라는 인생 대 사건을 극복하고 있는 아이를 응원만 해주라 신다. 어머니가 다 놓으셔도 아이가 이상한 길로 빠지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고 하시며.


그래 나도 안다. 우리 애가 탈선의 길로 빠질 성격도 아니고, 공부하지 말라고 해도 주어진 몫은 어느 정도 할 아이란 것을. 현재의 모습에서 조금만 더 하면 훨씬 잘할 거란 생각은 내 욕심과 오만이란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내 아이가 잘 되고, 내 가족이 잘 되어야 결국 나도 잘 산 인생이라 여겨지는 것은, 포장지에 싸인 모순덩어리 삶과 다를 바가 없겠지. 아이는 나의 장식품도, 내 노력의 성과도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되뇌며.


너는 너의 길을 살아라. 엄마는 엄마의 삶을 살련다. 너라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엄마의 진짜 액세서리를 들고 다니며, 너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엄마 인생의 결과물로 뿌듯해하련다.


결국 내 삶의 십자가는, 남편도 딸도 아닌, 내 마음이었음을. 깨닫고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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