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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Apr 21. 2024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인생 선배들이 말해주는 진리가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은 미친 짓이다" 같은 것.


과장된 표현 같지만 생판 남인 어른 둘을 결혼이란 제도로 묶어놓고 "절대 헤어지지 마!"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를 만들어 놓았으니, 미친 짓이 맞긴 한 것 같다. 우매한 자유 영혼들은 결혼한 것을 후회하며 때로 한눈을 팔 법도 하고, 우당탕탕 지지고 볶으며 어찌어찌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미친 짓을 선택했으나 내 선택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결혼 전에 수도 없이 듣고 다짐하지만,  머리로 이해는 할 뿐 막상 부딪히면 이성적으로 흘러가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


나도 그랬다.


결혼식 주례사를 떠올려 보면, 배우자가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아도, "왜 그랬냐"라고 추궁하지 말고, 허허 웃으며 눈감아 주면, 결혼생활은 반 이상 성공한다 한 것 같다. (아직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경청을 하긴 했나 보다.) 하지만 들으면 그때뿐, 마음으로 새기질 않고 신혼여행 때 뭐 하고 놀지에 대해서만 머릿속에 득실득실했으니, 실천을 했을 리가 있나.


십수 년이 흘러 지금에라도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좋은 부부 관계 유지를 위해 이리저리 노력을 해 본다. 예를 들어, "상대를 존중해라" 던가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하라" 하는 진리를 적용하여. 내가 아이에게 주야장천 말해온 잔소리가 아니던가. 앵무새처럼 내뱉지만 말고 나도 실천이란 걸 해본다.


한 번씩 "내가 왜 이렇게 노력을 해야 하지?" 라며 베알이 꼬일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걸 남편도 알고 있을까? 의심하며.


그래도 또 다른 진실인, "내가 노력하면 상대방도 알아주게 되어있다"를 떠올리며 멈추지 않는다.


내 노력이 드디어 닿은 건지, 아니면 사춘기 딸 키우는 부부에게 전우애가 형성된 건지, 요즈음은 남편이 의지할 상대가 되곤 한다. 뾰족하게 말할 것을 둥글게 말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도 "다정" 까진 아니더라도 "무뚝뚝"에서는 멀어진 듯하다.


이 노력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부부는 정으로 산다"라는 선배들의 말처럼, 세월의 정이 좀 더 쌓여 서로를 인간적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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