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할머니가 평생 한 말들의 80퍼센트는 단 열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려, 안 뒤야, 뒤얐어, 몰러, 워쩌'다. 표준어로 하자면 '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일 것이다. 나의 청중들은 청국장 냄새가 풀풀 풍길 것 같은 할머니의 사투리를 언제나 사랑했다.
지금은 할머니의 허술한 '장혀 '가 바로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뭘 잘했다는 칭찬이 아니라 괴로운 시간을 견뎌낸 것이 장하다는 소중한 인정이었다. 부모님이 보기엔 겨우 빈둥거리고 신경질 부리면서 하루를 보냈을 뿐이지만 할머니가 보기엔 해야 할 많은 일들과 뜻대로 되지 않는 나 자신 사이에서 부대끼며 보낸 힘든 시간이었다. 나 자신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울퉁불퉁한 시간을 보낸 뒤에 할머니가 '장하다'라고 하시면 까칠했던 마음의 결이 나도 모르게 부드럽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