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의 벗 Jan 14. 2019

타인능해(他人能解)

누구든 이 쌀 독을 열 수 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에는 운조루라는 고택이 있다.

고택 뒤쪽에는 목독(나무로 된 쌀독)이 하나 놓여 있는데 서랍 형태를 띠고 있는 독 마개에는 누구든 이 쌀독을 열 수 있다는 의미의 '타인능해'라는 글 귀가 새겨져 있다. 

그 옛날 가난한 이웃이 언제든 쌀을 꺼내어 갈 수 있도록 은덕을 베풀고 적선을 하는 것이 돈을 가진 자의 도리임을 보여주었던 류씨 문중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진출처 : Ohmy Photo 김정봉(2016.05.16) >


조금 더 가진 자가 더 가진 자에게 기꺼이 자기의 것을 내어 놓은 나눔과 관용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한편으론 가난한 자도 체면과 자존심이 있기 마련. 쌀이 필요한 사람이면 언제든 자유롭게 꺼내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가난한 자가 덜 가짐에 대해 비참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지막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사실이다. 


고택의 목독 안에는 당시 쌀만 담겼던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인간의 삶과 경제, 나눔의 철학이 함께 담겨 있지 않았을까! 


따뜻한 봄날이 오면 두 자녀 손 잡고 운조루 고택을 찾고 싶다. 

목독에 담긴 그 당시의 마음 담아오려고... 

작가의 이전글 후배의 주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