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나 칭찬해

20250703

by 시드업리프터

2월, 3월, 4월, 5월, 그리고 6월이 지났다. 7월까지 나는 불안했지만 불행하지는 않다. 스스로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일상 통제력을 갖고 루틴을 만들고 지키려고 애썼다. 운동하기, 혼자만의 시간 갖기, 요리해 먹기, 평일을 나를 위해 쓰기, 아침잠 즐기기 등. 그래서인지 후회는 없지만 어서 빨리 끝내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계속 불안했다. 그런데 불안에 휩싸인 상태는 아니고 내가 충분히 인지하고 타인에게도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불안을 가라앉기 위해 나만의 철칙은 운동하기였다. 좋아하는 필라테스를 해봤고 엄마를 따라 반신반의로 따라간 우리 집 아래 헬스장. 처음에는 저녁 먹고 할 거 없으니 가자는 마음에서였다가 일주일 정도 해보니까 매일의 가뿐한 몸에 기분이 좋았다. 스트레칭을 매일 한지 2년 반이 됐는데 저녁 먹고 앉아 있지 않고 운동하는 게 꽤 기분이 좋았다. 개운했다. 일상에서 생산적인 거 하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불안하긴 했어도 불행하진 않을 수 있었다. 운동 덕분에.


그리고 또 하나는 직접 해 먹는 음식이었다. 원가정에서 살다 보니 주체성이 꽤 높은 나에게 메뉴 선택권이 없다는 건 정말 답답한 일이었다. 엄마 아빠가 자연스럽게 바빠지기도 하고, 나도 내가 해 먹을 요리를 말씀드리고 할 때. 또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울 때 내가 해 먹을 수 있는 틈이 생긴 게 꽤 좋은 기회인 것이다. 요리를 할 때는 귀찮지 않다. 예전에는 프라이팬 한 개만 써서 설거짓 거리를 줄이려고 어찌나 애를 썼는데, 요새는 내가 좋아하는 접시를 한 개 더 쓰고, 청결하게 재료를 담으려고 접시 하나 더 꺼내 쓰는 게 다 나를 위한 행동이라서 전혀 거리낌 없다. 조금 더 마음에 드는 접시를 골라서 (부모님의 살림이라 물론 예쁜 건 아직 없다만) 플레이팅을 해보는 것. 이게 굉장히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것인 줄 정말 몰랐다. 30대 중반에서야 알게 된다.


스스로를 가꾸고 스스로에게 대접하는 일상이 유지되고 있는 덕분에, 나는 불안할지언정 불행하지는 않다. 그래서 지낼만한 것 같다. 셀프 고립 생활이 싫지 않고,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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