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 않을 거라는 말에 기필코 삼키려고 했는데. 믿었는데
예 아니오를 묻는 질문이 아니었음에도 성큼 다가오는 짧고 짧은 말과 말 사이가 있어. 너는 어디서 누구니.
사람이 내뿜는 온도가 있다 하지. 재보지 않아도 따듯할 거는 같은데. 그럼 따뜻이 내뿜는 온도는 몇 도. 미지근 정도는 됐으면 좋겠는데. 온도라고는 못해도 그런 생각을 믿는 이 사람은, 오늘에야 말로 가을이 되겠다고 부는 목젖까지 차오르는 바람.
신세 갚는다는 말
그 말은 너무 차갑다고 생각해서
그 말을 처음 생각해낸 인간 씨
정말 그래야 했니
어깨너머로 비어 가는 여백으로 기어코 너는 그토록
포옹보다는 스침이 먼저 오는데
스치면 무언가 자꾸 떨어지던데
부스러기. 그 아이는 스치면 떨어지기로 마음먹거든
한 번쯤 스쳐보려고 오려는 손끝들과
한 번 오고는 스쳐지지 않는
간격. 그것 때문에 세포가 울고 있는데.
떠나려는 그 아이의 조각
보다 작다고 믿는 이제 진짜 조각들
오늘은 각질이 되겠다고
이다지도 떠나가겠다는데.
언제 허물을 벗어서 그새 껍데기가 되었어
무뚝뚝한 사내는 인사해주기보다 신발끈은 잘 매어졌는지 보아주었는데
쪼그려 앉았는데
빌었는데
끈을 다시 매어 주며 정말 끈을 달고 싶었는데
추워서 나는 냄새가 있다
픙
코를 훔치는 소리
오늘은 그것이 난다
켜켜이 가서는 영영 잊겠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