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성일 Jan 10. 2019

제21회 - “한국 뮤지컬, 무엇을 어떻게?”(1)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공연예술에 관련된 공부 또는 일을 하고 있는 분이거나 적어도 뮤지컬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분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지 않은 이가 굳이 이런 글을 찾아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하소연하는 마음으로 묻고 싶다. “한국 뮤지컬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뮤지컬 창작이나 제작 혹은 투자에 관련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그걸 왜 자기한테 물어보냐고 할 것이다. 그럴 만도 하다. 뮤지컬계 사람이 아닌, 관객으로서 뮤지컬을 만나는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뮤지컬이라는 것은 즐겁게 관람하면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뮤지컬계의 내부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자고 할 근거가 없다. 한국 뮤지컬이 발전된다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요소가 힘을 보태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수고했겠지만 그 과정은 자신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그 결과물을 확인하면 된다. 그렇다면 뮤지컬을 창작하고, 제작하고, 출연하고, 연출하고, 디자인하고, 기획하고.... 그런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그들 중 많은 이들조차 그 문제를 끌어안고 살지는 않는다. 그저 좋아서, 그저 먹고살기 위해 공연에 이런저런 역할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삶이란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다’는 그것만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이상의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도 없고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그런 골치 아픈 질문에는 에너지를 쓸 수가 없다. 종교나 정치와 같이 결코 쉬운 의견 일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주장과 의견만 분분한 질문에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뮤지컬에 관련된 일을 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꿈을 이뤄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한국 뮤지컬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생각해볼 때마다 나 자신이 참으로 초라하다. 그저 뮤지컬 작가로서 작품이나 잘 쓰면 될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열심히 쓰다 보면 명작은 아니더라도 묻히기에는 아까운 몇 작품을 남길 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들이 결과적으로는 한국 뮤지컬을 발전시킨 한 부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도 든다. 예술이라는 거대한 것을 어떤 노력으로 발전을 시킨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되는 것일까? 어쩌면 너무 허황되고 웃기는 생각이 아닐까? 한 명의 예술가의 작품이 세상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할 텐데. 만일 세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더라도 그것을 기대하고 예상한 예술가의 의도대로 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도리어 예술에 대한 반응은 하루마다 바뀌는 세상과 사회의 여러 사건들과 그물처럼 엮이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 작품의 주인은 세상의 반응에 오히려 어리둥절하다. “저는 그저 제가 느끼는 대로 표현했을 뿐이었고요, 이런 반응이 생기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예술행위로 인한 사회적 영향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 바람대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의심을 하면서도 왜 나는 같은 뮤지컬계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이들도 신경 쓰지 않는 “한국 뮤지컬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외면할 수 없어서 괴로운 걸까? (이 질문 때문에 나 혼자 고민하고 있다며 잘난 체하는 것은 아니다. 고맙게도 내 주위에는 여러 사람들이 이러한 비슷비슷한 이런 질문들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     


 개인이 예술의 한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창작과 제작 이외에 무슨 일이 있을까? 오히려 그런 노력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만들어내고 그 때문에 상처를 받아 스스로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 작품이나 잘 써야 하는 초라한 한 개인이 작품을 쓰는 것과 별도로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많이 외롭고 힘들다. 하지만 내가 남보다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을 통해 뮤지컬 관련학과로 유학을 가서 공부했고, 오늘날의 뮤지컬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했는가라는 뮤지컬 역사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고, 대학과 다른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고 있고, 현재 한국의 뮤지컬의 현실이 어떠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다는 양심 때문에라도 위의 고민과 그 고민의 해답을 찾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 에세이의 12회(“제작자인가, 수입업자인가”)에서 뮤지컬 창작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 인큐베이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고 한 것도 있기에 그것이 실천에 대한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 장에서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전 20화 제20회 - 뮤지컬의 예술성과 오락성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