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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유 Jul 06. 2024

갑자기 강아지가 암이어도 이성은 있어야 한다

강아지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견주의 행동을 고르시오

모모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막막함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막막함. 설마 진짜 그럴까?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 순간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 때 까지도 뭘 잘못 아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CT 동의서를 작성하는 순간은 현실이었다. ct, ct를 찍어야 한다고. 


모모를 데리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나, 그렇게 어리진 않았던 것도 같은데 너무 까마득히 오래 전이다, 모모는 한 번 삼도천 하류를 찍고 올라온 적이 있었다. 애는 분명히 아픈데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하네, 2차 병원을 가야하네 수의사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모모가 췌장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mri를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최후의 최후에 한 검사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그 때 경험해본 바에 의하면, 모모의 투병은 일단 한,두푼이 들지 않을 확이 컸다. 아픈 머리를 감쌌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결정해야 할 것은 'ct촬영을 할지 말지'이지 투병을 시킬지 말지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ct 촬영 중에 좀 시끄러우면 참으라고 할텐데, 흥분도가 높은 환축에 해당하는 모모가 ct 촬영을 견딜 리가 없었다. 무조건 재워서 검사를 해야한다. 하지만 모모의 나이는 15살. 15살의 강아지가 마취했다가 멀쩡이 깨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더라. 머릿속이 걱정으로 뿌옇기만 했다. 한참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았는지 별똥별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 저희는 나이가 많은 환축에게는 주사 마취를 진행하지 않아요. 호흡마취로 진행할 거고, 아시다시피 호흡마취는 깨어나지 못할 확률이 무척이나 적습니다."


뭘 자꾸 알 거라고 믿으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전 수의 테크니션이라 아실 거라 생각하신 거고 실제로 알았다, 강아지의 마취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마취제를 주사로 투여하여 완전히 재우는 방식이다. 보통 흔하게 사용하는 마취 방법은 이것이다. 영세하고 작은 동물병원에는 호흡마취를 위한 장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노령견을 마취를 했는데 못 일어났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이 경우에 해당한다.


호흡마취는 또 조금 다른데, 일단 안정제를 투여하여, 보통 프로포폴을 투여한다, 개를 조금 몽롱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몽롱한 상태여서 움직임이 억제된 강아지의 입에 마스크를 씌운다. 그리고 마스크를 통해서 수면 가스를 계속해서 넣어준다. 수면 가스 때문에 마취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스크만 벗기면 바로 마취 효과가 줄어들기 시작해서 빠른 시간 내에 아이는 다시 잠에서 깰 수 있다. 이 쪽이 노령견의 경우에는, 그리고 노령견이 아니더라도, 대응이 쉬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약물 마취를 하면 약물을 몸에서 뺄 수 없지만 이 경우에는 마스크를 벗기는 것으로 마취에서 바로 깨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ct 촬영에 있어서 가장 찝찝했던 부분이 해소되었기 때문에, 나는 일단 ct 동의서를 작성했다. ct 동의서는 인간이나 개나 똑같다. 아주 소수의 경우 죽을 수 있다, 죽더라도 병원에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이 시기에 앞집의 모모랑 나이가 엇비슷한 강아지가 모 시술 때문에 마취를 했다가 깨어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찝찝했지만, 이미 2개월이 최대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당에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2개월을 사느냐, 죽을지도 모르지만 2개월보다 더 살 수 있는 것에 걸어보느냐. 뭐가 이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뭘 골라도 손해는 아니었다.





동의서를 적고, 내일 ct를 찍기로 한 상태로 나와 중간 정산을 했다. 중간 정산 금액은 1,056,500원이었다. 벌써부터 100만원을 썼다니. 앞이 깜깜했다. 나는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백만원이 시작일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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