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저희집 개가 말기 암이라고요? 02화

라이킷 9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재유 Apr 24. 2024

장염을 치료하러 갔던 우리 집 개가 2개월 남았다고?

나의 강아지 사이의 이별이 시작되고 있었다.

모모의 종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병원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가 대부분 1인 근무를 하는 시프트였기 때문에 통화를 오래 할 수 없었고, 당일 백화점 폐점까지 근무가 예상되어 있던 나는 일단 근무가 끝나는 대로 병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모모가 머무르는 병원이 24시간 병원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선생님은 fna를 시도해보시겠다고 말씀하셨다. fna는 세침검사라고도 할 수 있다. 가느다란 침을 종양이 보이는 곳으로 찔러 넣고, 찔러 넣은 침에 묻어나온 것을 검사를 돌리는 것이었다. 복잡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에 나는 전화로 fna검사에 동의했다.

일 하는 내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장염 치료 하러 간 강아지가 종양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그게 위험할 가능성은?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내 짧은 지식으로 아이의 병을 키운 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운 머리를 가지고 나는 병원에 갔다.

별똥별 선생님은 여전히 상냥하셨다. 일하는 동안 모모의 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보셨을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다. 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유튜브/지식인에선 아니라던데."라고 하는 말 아니던가. 모모를 맡길 것이라면 수의사 선생님을 전적으로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의사님은 천천히 현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행인 점은, 내가 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수의사님이 편하게 진단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의사님의 공치레였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편하게 병에 대해 대화할 수 있었다.

일단 다행인 점이 있었다. 모모의 장염 양상이 빠르게 해결되고 있었다. 사실 장염은 대부분 수액처치와 적법한 약물 투여가 동시에 진행된다면 빠르게 나아지는 것이 정상이었다. 처음 입원할 때도 입원은 3일 정도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줄이다. 복강의 전반적인 림프절 증대가 확인된다. 림프절이 부어있는 것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모모는 위 근육층에서 뭔가가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림프절이 부어있는 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하셨다. 림프절이 림프종으로 인하여 부었거나, 위 근육층에서 발견된 무언가 때문에 림프절이 부었을 경우. 어찌되었던 위의 무언가가 심상치 않다. 이 녀석이 무슨 의미가 있을 확률이 크다.

위에서 이야기한 fna검사는 실패했다는 것 같았다. 모모는 워낙 흥분도가 큰 강아지이다. 평소에는 흥분도가 심하지 않은데, 특정 상황에서의 흥분도가 심했다. 특히나 자신의 몸에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흥분도가. 나는 모모를 15년가량 길렀지만, 내가 미용을 하지는 못했다. 내가 직접 미용을 할 때의 흥분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으므로. 아마도 세침을 찌르는 과정에서 반항을 했을 것이다. 크게 어렵지 않은 상상이었다.

CT를 찍기로 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미룰 수가 없었다. 발견한 이상 빠르게 뭐가 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CT를 찍을 때 자세 고정 때문에 가볍게 재울 예정임을 안내받았다. 재우지 않고 진행하기는 힘들 녀석이라는 것을 알아서 동의했다. 가볍게 재우는 김에 fna도 진행하기로 했다. 자는 동안 바늘을 직접 보지 못하면 난리를 치지 못할테니까.

선생님은 T-cell 과 B-cell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쉽게 얘기하면, 얘가 암이면 악성일지 아닐지를 이야기해주신 것이다. 예후가 좋은 암이라면, 모모는 항암치료와 함께 1-2년정도를 더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예후가 나쁜 암이라면 모모는 항암치료를 해도 6개월을 버티기 힘들었다. 만약에 항암치료를 포기한다면? 모모는 2개월도 살 수 없다.

우리는 인정해야했다.

모모 시계의 배터리가 끝나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