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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유 Jul 17. 2024

식욕이 왕성한 개는
입원 중에도 남의 밥을 삥뜯는다

모모의 ct를 찍기로 결정한 이후, 조금 모진 말인지도 모르지만 어느 정도 심적 정리를 시작했다. 양극성장애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성격은 모모와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 도움이 되었다. 


강아지가 의학적 조치를 받을 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마취 동의서만 받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소생술 동의서, 정확한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를 같이 받는 경우다. 인간의 경우에는 심정지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무조건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이 의무이지만 동물의 경우에는 의무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원하는지 여부에 대한 동의서를 미리 받았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모가 ct를 찍으러 갈 때는 호흡마취를 할 예정이어서 심폐소생술에 대한 동의서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는 받았지만.


호흡마취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폐사할 확률이 적다. 모모는 이 이후에도 생활을 이어나가겠지. 그렇다면 해결해야할 것은 하나다. 모모의 병원비. 



지금은 혼자 살지만, 그리고 모모가 최근에 멍멍별로 재이주하며 정말 혼자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엄마와 같이 살았다. 보통은 연장자가 주보호자의 역할을 맡지만, 우리 집의 경우에는 내가 주보호자였다. 무슨 일이 생겨서 전화하면 바로 받고 병원으로 갈 수 있는 나와 달리, 엄마는 듀티 근무의 특성 상 그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뭐, 내가 강아지를 좀 더 잘 안다는 점도 있고. 


중간 정산 금액은 1,056,500원. 나는 당시 900만원 한도의 카드를 갖고 있어 일단 일시불로 해당 금액을 긁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유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가끔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는 생활을 해도 벌 수 있는 금액 만큼을 벌었기 때문에 한 번 정산했다하면 백이 넘게 나오는 금액을 꾸준히 지불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도 일주일에 백 씩 꾸준히 결제해줄 수 있는 수준으로 벌지 못했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일단 내가 적금을 깼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돈을 모으는 취미가 있던 나는 취미가 적금 들기일 정도로 적금에 진심인 사람이었는데 당시에는 한 번 털어서 싹 쓴 후라서 백만원 정도 있었다. 일단 그 백만원으로 전 날 병원에 갔다가 들었던 금액인 1,056,500원을 털었다. 


이런 식으로는 계속 모모의 병원비를 댈 수 없다. 뭔가 버라이어티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벌이가 늘어날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대출을 고민했다. 


하지만 대출도 쉽지는 않았다. 일단 엄마는 최근에 갈아타기 대출로 대출을 한 번 정리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다시 대출을 늘리면 2금융권은 확실했다. 그렇다고 내가 하자니, 나는 사업자를 두 개 갖고 있어서 돈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은행에 대면으로도 물어보았지만 사업자 등록이 되어있으면 상대적으로 대출이 나오기 어렵고, 사업자 대출이 나올 정도의 수익을 이루지 못해 그것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통장잔고를 보고 있다가, 카카오뱅크 앱을 열었다. 

비상금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모는 병원에서 지나치게 잘 지냈다. ct를 찍고 난 뒤 판독이 될 때 까지는 집에서 지내는 것이 어떤지 여쭤보기 위해서 병원에 갔던 나는 모모의 차트에서 이상한 글자를 발견해야 했다. 



차트를 작성중이시던 별똥별 선생님께 여쭤보았더니, 별똥별 선생님은 한숨을 한 번 쉬고 이야기하셨다. 모모는 지금 좀 넓은 입원장이 비어서 거기서 생활중인데 입원장에 누가 왔다가 가기만 하면 관심 끊지 말라고 짖어댄단다. 이 개는 무슨 여행 온 줄 아는 것이 분명했다. 


밥 먹을 때는 모든 개들이 처치실에서 줄지어 다같이 밥을 먹는단다. 모모는 그러면 자기 몫의 음식을 열심히 먹다가 남의 것을 뺏어먹는다는 것이었다. 저 물을 뺏어먹은 것도, 입원기간동안 지나치게 입원실에만 있으면 애들이 시무룩해지니 운동 겸 처치실 안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준 것이었는데 그 시간에 홀랑 다른 개 물을 훔쳐먹었단다. 



나는 정말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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