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산 목숨 죽일 수도 없었다

300이 들어도 수술을 한 이유.

by 김재유

모모가 300만원 정도 드는 수술을 하네 마네 한 다음날, 주 보호자(특이사항 : 돈 없음)와 부 보호자(특이사항 : 돈도 시간도 여유도 없음)인 나와 엄마는 거실바닥에 앉아 토론을 시작했다. 우리는 일단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우리에겐 돈이 없다.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로 돈이 없었다. 둘이 합쳐서 월에 300 버는 집에서 개 수술에 300을 쓸 수 있을 리 없었으니까.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해야했다. 300을 들여서 개를 수술하는 것이 맞을까?


솔직히 말하겠다. 사실 그렇게 위험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나, 이거나 엄마였으면 바로 수술을 했을 것이라고. 실제로 나는 중학생 때 뇌 mri에 비슷한 비용을 써본 바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모는 개였다. 개의 목숨이 사람의 목숨보다 가볍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우리 가족은 진심으로 모모를 가족으로 생각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개 한마리로 틀어지는 것까지 감당 가능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모모의 수술을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 수술 해야지. 산 목숨 죽일 수는 없잖아."


깔끔하고, 개운한 결론이었다. 엄마는 말했다. 사람이야 좀 덜 먹고 살면 되지만, 아픈 개는 덜 먹고 사는 것이 안된다. 덜 아프고 싶다고 덜 아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지 않느냐.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모의 수술을 결정했다. 인간적인 선택이었다.




우리가 수술을 결정하고 병원에 방문했을 때, 모모는 다행이 건강하게 병원생활 중이었다. '식욕 매우 좋음'. 아픈 개여도 밥을 잘 먹는 것이 참, 우리 집 강아지답다 싶어서 웃음이 났다고 해야하나. 우리는 모모가 찍은 ct내역을 확인하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했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이야기 하자면, 암 부위를 전 절제 하는 것이다. 물론 암이라는 것은 세포의 문제이기 때문에 절제를 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지만, 그래도 종양이 있는 부위를 전부 들어내면 그럴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모두가 '사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이라고 이야기한 부분에서 이미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모모는 전절제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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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장기 중, 암이 있는 부위를 크게 셋으로 나누자면 공장림프절과 위의.... 머리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 그리고 장이었다. 장 말고 두 부위 다 위치가 나빴다. 첫째로 대놓고 적혀있다시피, 림프절은 외과 수술로 절제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위 분문부 종양은 위치 상 근육과 너무 딱 붙어있어서 깨끗하게 싹 도려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장은 제거가 가능했다. 장 제거 수술은 위 분문부 종양을 제거하는 것보다는 쉬웠다. 장의 양 끝을 싹둑, 잘라서 하나로 이어붙이면 되는 수술이었다. 장이 잘 붙어줘야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나는 확실하게 도려낼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모모는 일단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병원에서 하는 것이 확실한 ct 소견서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모는 오랜만에 카데터를 뽑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뭘 타고 돌아왔는지는 딱히 기억 안나는데, 아마도 택시를 타고 돌아왔을 것이다. 모모 병원은 버스 정류장하고 멀어서 왔다갔다 하기 좀 힘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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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우리 집의 폭군. 나는 종종 그를 아돌프라고 부르기도 했다.


모모가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집은 아주 평화로웠다. 모모는 여전히 사람 음식에 식탐을 부렸고, 자기가 지정한 화장실 위치에 볼일을 잘 보았으며, 잠을 잘 잤고, 평소보다 나랑 잘 붙어있었고, 엄마랑도 잘 지냈으니까.

모모가 입원하는 바람에 쓸모없이 먼지를 먹으며 굴러다니는 유산균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 때 그 수의 테크니션의 이야기를 안 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다가도 그런 생각을 했다. 모모가 쿠싱 증후군이 올 위험군이고 림프절이 안 좋다는 것을 알았던 7살 여름 쯤 부터 모모를 집중 케어했다면 이런 마무리가 아니라 평화로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을텐데.


의미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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